"KIA서 은퇴식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30억 계약' 김선빈 향한 심재학 단장 '진심'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KIA 타이거즈가 올겨울 최대 과제 중 하나를 해결했다. FA 내야수 김선빈과 계약을 마무리했다.
KIA는 4일 "김선빈과 계약 기간 3년에 계약금 6억원, 연봉 18억원, 옵션 6억원 등 총액 30억원에 FA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김선빈은 2020년 KIA와의 FA 계약 이후 두 번째 FA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을 마친 김선빈은 구단을 통해 "무엇보다 KIA에 남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다. 좋은 조건을 제시해준 구단에 감사하고, 계속해서 타이거즈 팬들의 응원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시즌 전까지 운동에 전념하며 팀이 꾸준한 강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 비록 주장직은 내려놓았지만 고참선수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팀이 가을야구 정상에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16년간 한 팀에서 활약한 김선빈, 화려하진 않아도 꾸준했다
2008 신인 드래프트 2차 6라운드 43순위로 KIA에 입단한 김선빈은 첫 해부터 112경기 278타수 71안타 타율 0.255 24타점 5도루 OPS 0.607로 성장 가능성을 나타냈다. 이듬해에는 72경기 116타수 34안타 타율 0.293 6타점 8도루 OPS 0.742를 기록했다.
2010년대 이후 김선빈의 존재감은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는 2010년 115경기 348타수 102안타 타율 0.293 1홈런 28타점 23도루 OPS 0.716, 2011년 98경기 335타수 97안타 타율 0.290 4홈런 47타점 22도루 OPS 0.753, 2012년 126경기 441타수 124안타 타율 0.281 5홈런 55타점 30도루 OPS 0.730으로 상승곡선을 그려나갔다. 2013년 성적은 88경기 310타수 93안타 타율 0.300 1홈런 29타점 28도루 OPS 0.726.
그런 김선빈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2014년 잦은 부상으로 고생하면서 33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2014시즌 이후에는 상무(국군체육부대) 입대가 확정됐고, 그렇게 김선빈은 잠시 자리를 비워야 했다.
기다림의 시간 끝에 김선빈이 자신의 재능을 꽃피운 건 2017년이었다. 2016년 9월 이후 팀에 합류한 김선빈은 2017시즌 137경기 476타수 176안타 타율 0.370 5홈런 64타점 4도루 OPS 0.897로 역대급 시즌을 보냈다. 생애 첫 타격왕 타이틀을 거머쥔 데 이어 그해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는 5경기 14타수 5안타 타율 0.357 1타점으로 활약하며 팀의 V11에 크게 기여했다.
김선빈은 2018년과 2019년에도 꾸준히 자신의 몫을 다하면서 내야진의 한 축을 지켰고, 2019시즌을 끝으로 생애 첫 FA(자유계약) 자격을 취득한 뒤 원소속구단 KIA와 4년 총액 40억원(계약금 16억원, 연봉 18억원, 옵션 6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당시 김선빈은 "KIA에서 선수 생활을 계속 할 수 있어 기쁘고, 인정해주신 구단에 감사하다. 팀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솔선수범하며 제 역할을 다하겠다"며 "오랜 시간 끝에 계약에 이른 만큼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운동에만 전념해 올 시즌 팀이 좋은 성적을 내는 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팬들에게 약속했다.
FA 계약 첫 시즌이었던 2020년, 김선빈의 성적은 냉정하게 '기대 이하'였다. 6월 이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린 그는 85경기에 출전하는데 만족했다. 하지만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매 시즌 100경기 이상 출전하면서 꾸준한 활약을 펼쳤고, 특히 롯데 자이언츠로 떠난 내야수 안치홍(현 한화 이글스)을 대신해 2루수로 나서면서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지난 시즌의 경우 과정이 험난했다. 김선빈은 4월 1일 SSG 랜더스와의 개막전에서 발목 통증을 느끼면서 일주일간 경기에 출전할 수 없었고, 6월 중순에는 수비를 하다가 오른손 엄지 골절 진단을 받았다. 8월 초에는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선빈은 최대한 많은 경기를 뛰기 위해 노력했고, 또 2022년부터 2년 연속으로 주장 역할까지 수행하며 후배들에게 귀감이 됐다. 그만큼 경기장 안팎에서 김선빈이 선수단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원클럽맨'이라는 상징성 또한 무시할 수 없었던 KIA다.
▲심재학 단장의 한마디 "KIA에서 은퇴식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심재학 KIA 단장은 4일 오후 엑스포츠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 팀의 원클럽맨이기도 하고 팀 전력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선수였는데, 계약하게 돼 (선수에게) 고맙다"며 "다른 것보다는 (필요성을) 어필하기 위해서 진심으로 다가갔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심 단장은 "우리 (김)선빈이 KIA에서 은퇴식 해야 하지 않겠나. (계약 과정에서) 조금 서운할 수도 있겠지만, 올 시즌을 위해서 함께 최선을 다해보자고 얘기했다"며 김선빈의 역할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선빈의 4년 전 FA 계약과 비교했을 때 연평균 금액은 같지만, 총액에서 옵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조금 커졌다. 심재학 단장은 "(4년 전에는) 김선빈 선수가 지금보다 어린 나이에 계약했고, 금액에 대한 차이는 크지 않다고 보면 될 것 같다"며 "옵션의 경우 선수가 플레이하는 데 있어서 동기부여 차원에서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수년간 KIA 야수진에는 팀에 활력을 불어넣을 젊은 야수가 등장했다. 김도영이 대표적인 케이스였다. 이밖에 변우혁, 박민, 정해원 등도 기존 선수들을 위협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를 받는다.
다만 그 가운데서 구심점 역할을 해줄 선수가 필요했다. 김도영의 경우 지난해 11월 19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가 좌측 엄지 중수지절관절 내측 측부인대 파열 및 견열골절 진단으로 수술을 받았다. 현재 김도영은 회복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2024시즌 개막전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다.
심재학 단장은 "지금 팀에 젊은 야수 몇 명 있긴 하지만, 풀타임으로 시즌을 뛸 수 있는 내야수가 없는 상황이다. 김도영 선수는 시즌 개막전부터 선발로 나간다고 보장할 수 없다"며 "김선빈 선수가 자기 자리를 계속 맡아준다면 안정적이기도 하고, 또 젊은 선수들은 그런 상황에서 김선빈 선수의 체력 안배를 위해 왔다갔다 할 수 있다. 그게 선수층(뎁스)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단은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기대하고 있을까. 심 단장은 "김선빈 선수가 내야 쪽에서 어느 정도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지난해 타격 쪽에서는 어느 정도 퍼포먼스를 보여줬지만, 수비에서는 부상의 여파로 움직임에 있어서 조금 힘든 모습이었다"며 "올핸 그런 부담을 털어내고, 또 어떻게 보면 내야수들 중에서는 가장 고참이기도 하고 주장을 맡았던 선수인 만큼 리더 역할이 필요하다. 올해도 100경기 이상 뛰길 바라고 있고, 120경기 뛰어주면 더 좋다"고 전했다.
▲이제 KIA의 시선은 외국인 투수로 향한다..."다음주 쯤 최소 한 명은 계약하지 않을까"
김선빈과의 FA 계약을 매듭지은 KIA에게 또 다른 과제가 남아있다. 바로 외국인 투수 영입이다. KIA는 올 시즌 두 명의 외국인 투수를 모두 신규 영입해야 하는데, 건강과 기량 두 가지를 모두 갖춘 투수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KIA는 올겨울 보류선수 명단에 토마스 파노니를 포함시킨 반면 마리오 산체스와는 이별을 택했다. 1명 재계약-1명 신규 영입과 2명 신규 영입이라는 선택지를 놓고 고민했고, 파노니가 지난해 12월 19일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컵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하면서 KIA는 두 명 모두 새로운 얼굴을 찾게 됐다.
무엇보다도, KIA가 외국인 투수 영입에 속도를 내기 어려웠던 건 최근 세 시즌 동안 단 한 명도 성공한 투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많은 외국인 투수들이 KIA를 거쳐갔지만, 2021년부터 3년간 150이닝을 돌파한 투수는 전무했다.
지난해의 경우 국내 선발로 범위를 넓히더라도 양현종, 이의리 정도를 제외하면 시즌 내내 많은 이닝을 책임진 투수가 없었다. 외국인 투수 농사가 매번 실패한 만큼 이번에는 확실한 투수를 영입하겠다는 게 KIA의 생각이다.
신규 외국인 투수 영입이 임박한 건 사실이다. 적어도 한 명은 조만간 계약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게 심재학 단장의 설명이다. 심 단장은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게 된다면 다음주 쯤 최소한 1명은 계약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신중을 기하고 있고, 그러다 보니 좀 더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24시즌 연봉협상은 계속 진행 중이다. 심 단장은 "선수들 입장에서는 팀 성적과 관계없이 개인의 성적으로 연봉을 받으려고 하고 있고, 팀 입장에서는 지난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며 "그래도 그럭저럭 진척된 상황이고, 대부분의 팀들이 그런 것처럼 캠프에 가기 전까지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지난 시즌 부상으로 시름한 KIA는 올 시즌 5강 그 이상을 바라본다. 부상 선수만 나오지 않으면 충분히 경쟁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각에서는 '디펜딩챔피언' LG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팬들의 기대치도 한껏 올라간 상황이다.
풀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 심재학 단장은 "어느 팀이든 단장님들 입장에서는 다들 부담이 클 것"이라며 "팀에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하고, 또 팬분들의 기대치가 높은 것도 너무 잘 안다. 지난 시즌 도중에 와서 여러모로 정신이 없었던 상황이었는데, 꾸준하게 뭔가를 하면서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다"고 얘기했다.
◆김선빈 2008~2023년 KBO 정규시즌 연도별 성적
-2008년: 112경기 278타수 71안타 타율 0.255 24타점 5도루 OPS 0.607
-2009년: 72경기 116타수 34안타 타율 0.293 6타점 8도루 OPS 0.742
-2010년: 2010년 115경기 348타수 102안타 타율 0.293 1홈런 28타점 23도루 OPS 0.716
-2011년: 2011년 98경기 335타수 97안타 타율 0.290 4홈런 47타점 22도루 OPS 0.753
-2012년: 126경기 441타수 124안타 타율 0.281 5홈런 55타점 30도루 OPS 0.730
-2013년: 88경기 310타수 93안타 타율 0.300 1홈런 29타점 28도루 OPS 0.726
-2014년: 33경기 93타수 27안타 타율 0.290 9타점 2도루 OPS 0.646
-2016년: 6경기 25타수 9안타 타율 0.360 1도루 OPS 0.905
-2017년: 137경기 476타수 176안타 타율 0.370 5홈런 64타점 4도루 OPS 0.897
-2018년: 121경기 424타수 125안타 타율 0.295 4홈런 49타점 4도루 OPS 0.747
-2019년: 121경기 394타수 115안타 타율 0.292 3홈런 40타점 5도루 OPS 0.730
-2020년: 85경기 303타수 100안타 타율 0.330 1홈런 37타점 1도루 OPS 0.808
-2021년: 130경기 501타수 154안타 타율 0.307 5홈런 67타점 OPS 0.776
-2022년: 140경기 505타수 145안타 타율 0.287 3홈런 61타점 13도루 OPS 0.724
-2023년: 119경기 418타수 134안타 타율 0.321 48타점 3도루 OPS 0.740
◆2024 KBO FA(자유계약) 일지 및 세부 내용
-1호(2023년 11월 20일·이하 계약 발표일 기준): 전준우(롯데, 재계약) / 4년 총액 47억원
*보장 40억원, 인센티브 7억원
-2호(2023년 11월 20일): 안치홍(롯데→한화, 이적 계약) / 4+2년 총액 72억원
*4년 보장 47억원, 인센티브 8억원
*2년 뮤추얼 옵션: 계약 연장 시 보장 13억원, 인센티브 4억원
-3호(2023년 11월 21일): 고종욱(KIA, 재계약) / 2년 총액 5억원
*계약금 1억원, 연봉 1억5000만원, 인센티브 1억원
-4호(2023년 11월 22일): 김재윤(KT→삼성, 이적 계약) / 4년 총액 58억원
*계약금 20억원, 연봉 28억원, 인센티브 10억원
-5호(2023년 11월 30일): 양석환(두산, 재계약) / 4+2년 총액 78억원
*4년 계약금 20억원, 연봉 39억원, 인센티브 6억원
*2년 뮤추얼 옵션: 계약 연장 시 13억원
-6호(2023년 12월 21일): 임찬규(LG, 재계약) / 4년 총액 50억원
*계약금 6억원, 연봉 20억원, 인센티브 24억원
-7호(2023년 12월 21일): 장민재(한화, 재계약) / 2+1년 총액 8억원
*2년 보장 4억원, 인센티브 1억원
*1년 연봉 2억원, 인센티브 1억원
-8호(2023년 12월 21일): 오지환(LG, 재계약) / 6년 총액 124억원
*계약금 50억원, 연봉 50억원, 인센티브 24억원
-9호(2023년 12월 24일): 함덕주(LG, 재계약) / 4년 총액 38억원
*계약금 6억원, 연봉 14억원, 인센티브 18억원
-10호(2024년 1월 4일): 김선빈(KIA, 재계약) / 3년 총액 30억원
*계약금 6억원, 연봉 18억원, 인센티브 6억원
사진=KIA 타이거즈,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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