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역 흉기 난동' 최원종 '치료감호' 주장... 피해자들, 엄벌 촉구

복건우 2024. 1. 4.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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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검찰 "범행 당시 심신미약 아냐"... 피해자 쪽 탄원서 1300여 장 제출

[복건우 기자]

"고 김혜빈양은 부부에게 어떤 딸이었습니까?"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한 김혜빈씨 아버지에게 검사가 물었다. 질문을 받고 고민하던 그는 짧게는 5초, 어떤 때는 20초 이상 멈춰가며 어렵게 말을 이어갔다.

"열심히 공부하고 자기 관리를 잘하는 착한 딸이었습니다. 원하던 대학에 들어가 행복해하던 혜빈이를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검사가 한 번 더 질문했다.

"병원에서 혜빈씨 상태는 어땠나요."

딸의 학과 점퍼를 입은 아버지가 울먹이며 말했다.

"피가 마른 머리카락은 철사가 돼 있었고, 팔다리는 축 늘어져 있었고, 반쯤 뜬 눈꺼풀 사이로 초점을 잃어가는 눈동자가 있었고..."

'서현역 흉기 난동' 피해자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지난해 8월 3일 경기 성남시 서현역 AK플라자 보안요원으로 근무하다 흉기에 찔린 여성, 인도로 돌진하는 차량과 충돌해 아내를 잃은 남편, 같은 이유로 뇌사 상태에 빠진 딸을 떠나보낸 아버지.

이들을 다치고 숨지게 한 최원종(23) 쪽 변호인은 범행 당시 그가 조현병에 따른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국립법무병원 소견을 가져와 치료감호 필요성을 주장했다. 피해자와 유족은 최씨에게 사형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2형사부(강현구 부장판사)는 4일 오후 1호 법정에서 살인, 살인미수, 살인예비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씨의 네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피해자와 유족은 범행 당시 상황을 증언하고 최씨의 엄벌을 촉구했다. 이들은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이 이상동기 범죄를 단죄하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 사법부의 진심 어린 위로를 받고 싶다"고 밝혔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 복건우
최원종 정신감정 '심신미약'... 검찰 "참고사항일 뿐"

이날 재판부는 피해자 의견진술을 1시간가량 진행했다. 당시 범행이 일어난 건물에서 근무하던 보안요원을 비롯해 피해자 고 이희남씨 남편, 고 김혜빈씨 아버지가 증인으로 출석해 법정에서 증언을 이어갔다.

첫 번째 증인으로 나선 보안요원은 흉기 난동을 당한 뒤 일을 그만두게 됐다며 "너무 무서웠다. 다시는 그 현장에 못 갈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본 최씨의 모습은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더 많은 사람을 해치려고 흥분한 눈이었다. 다시는 그러한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씨를 엄벌에 처해주시길 간절히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이희남씨 남편은 "느닷없이 뒤에서 빠른 속도로 돌진하는 차량에 치여 아내는 의식불명 상태로 쓰러져 사흘 만에 숨졌다. 30년을 걷던 그 길에서 아내와 이별한 충격으로 귀가 잘 들리지 않고 잠을 못 잔다"며 "다시는 무고한 희생이 벌어지지 않도록 흉악 범죄자를 엄벌에 처해달라"고 했다. 그가 말을 이어가는 동안 법정은 눈시울을 훔치는 손짓과 낮은 탄식으로 가득했다.

증인들의 요청에 따라 퇴정해 있던 최씨가 다시 법정에 들어온 뒤, 혜빈씨 아버지는 "피고인(최원종)에게 묻고 싶다"며 마지막 말을 남겼다. 그는 "일면식도 없던 불특정 다수를 향해 범행을 저지른 건 그저 본인의 욕구 불만을 사회에 풀기 위함이 아니냐"며 "무고한 사람들을 해치면 처벌받는다는 사실을 깨닫길 바란다. 다음 생엔 꼭 착한 사람으로 태어나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최씨가 조현병에 따른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국립법무병원 정신감정 결과 내용이 공개됐다. 정신감정 결과를 전달받은 최씨 쪽 변호인은 "범행 당시 피고인이 조현병으로 의사결정 능력이 손상된 상태였다. 망상에 따른 행동 경향이 뚜렷하며 재발 위험성이 높아 치료감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이 최씨에게 청구한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병합해 심리를 진행했다. 검찰은 "피고인의 범행, 피해자와의 관계, 피해 정도 등을 종합하면 최씨는 다시 살인을 저지를 재범 위험성이 있다. 장기간 격리 및 전자장치 부착 명령이 절실하다"면서 "최씨는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었으며 정신감정 결과는 참고사항일뿐"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피고인 최원종이 지난 2023년 9월 14일 오전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진행된 첫 공판을 마친 뒤 호송차로 이송되고 있다.
ⓒ 복건우
오는 18일 변론 종결... 정신감정 추가 의견 듣는다

공판이 끝난 뒤 취재진들과 만난 혜빈씨 아버지는 "저희가 가장 우려하는 건 최원종의 심신미약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오늘까지 1300여 장의 탄원서를 제출한 만큼 재판부가 잘 판단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최씨에 대한 최종 변론 기일은 오는 18일 오후 2시다. 재판부는 이날 최씨의 정신감정 결과에 대한 추가 의견진술과 피고인 신문을 진행한 뒤 변론을 종결할 예정이다.

최씨는 지난해 8월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에서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5명을 들이받고, 차에서 내려 백화점에 들어가 9명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그해 8월 29일 구속기소됐다. 고 김혜빈씨와 고 이희남씨는 당시 최씨가 운전하던 차량에 치였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끝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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