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독식 판치는 베데스다 연못 대신… ‘참 평안’ 예수를 만나라
성경 속 예루살렘의 명소 베데스다는 히브리어로 ‘은혜의 집’이란 뜻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38년째 투병 중인 환자를 고친 곳으로도 유명하다.(요 5:1~9) 하지만 이름과 달리 이곳의 실제는 지옥에 가까웠을 것이다. 천사가 강림해 연못 물이 출렁일 때 가장 먼저 입수해야 병이 치유된다는 소문 때문에 잔물결만 일어도 너나없이 몸을 던졌으리라. 단 한 명만 기적의 주인공이 되는 이곳에선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적이 된다.
이 일련의 상황은 승자독식이 득세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과 정확히 포개진다. 조영민(47) 나눔교회 목사가 베데스다를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다른 이름”이라고 칭하는 이유다. 조 목사는 “세상은 치열한 경쟁에서 행복과 성공을 획득하라고 말하며 끊임없이 베데스다의 구호를 외친다”며 “38년된 병자처럼 베데스다의 거짓에서 벗어나 ‘참 베데스다’인 우리 주님을 바라보자”고 말한다. 2000여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38년된 병자의 처지와 심경에 우리가 가닿는 순간이다.
그는 이처럼 성경 인물 26명이 하나님을 만난 상황을 실감 나게 묘사한 ‘하나님을 선택한 구약의 사람들’과 ‘예수님을 만난 신약의 사람들’(죠이북스)을 2022년부터 2년에 걸쳐 연달아 펴냈다. 지난 2일 조 목사를 서울 마포구의 교회에서 만나 이들 책의 집필 동기를 들었다.
두 책의 특징은 ‘모세의 부모’ ‘야엘’ ‘간음한 여인’ 등 비교적 대중에 덜 알려진 성경 인물을 집중 조명했다는 것이다. 조 목사는 그 이유로 ‘예수의 시선’을 들었다. 그는 “예수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힘 있는 사람 대신 자유와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이들을 찾아갔다”고 했다. 이어 “지금의 우리 역시 무명의 필부필부가 대부분 아닌가. 성경 속 위인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로 들릴 만한 이들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독자의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 본문 일부를 ‘가상의 독백’으로 채운 것도 독특하다. 혈루증 여인의 경우 예수의 옷자락을 잡아 병이 나은 직후의 상황과 심경 등을 독백으로 처리했다.
조 목사는 “성경 인물의 상황을 생생히 묘사하기 위해 문학적 상상력을 더했다”며 “익숙한 본문이라도 독백으로 표현된 내용을 읽으면 새롭게 다가오는 측면이 있다. 최근 독자와의 만남에서 ‘내 이야기로 읽힌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도 이런 장치 덕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애착이 가는 성경 인물로 구약에선 아브라함과 느헤미야, 신약에선 혈루증 여인과 나사로를 들었다. 구약의 두 인물은 자신의 유익과는 관계없이 하나님만 보며 인생을 일궈온 공통점이 있다. 또 신약의 인물들은 신체적 결함뿐 아니라 불안정한 정서와 사회적 지위도 회복케한 예수의 섬세한 치유를 잘 보여준다. 조 목사는 “신약에서 13명의 이야기를 전했지만 메시지는 하나다. ‘당신의 상황이 어떻든 예수를 누리면 그 안에서 참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온갖 군상이 묘사된 이들 이야기의 촘촘한 그물에 걸려 예수를 만나는 이들이 많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숭실대와 총신대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하고 분당우리교회 등에서 13년간 청년 사역을 해오다 2014년 지금의 교회로 부임한 그는 그간 어렵지 않은 언어로 성경을 해설한 책을 주로 펴냈다. 조 목사는 “성도가 40여분의 설교를 듣는 가운데 깨달음도 얻고 실생활에 적용도 하려면 반드시 목사가 잘 들리고 이해되는 말로 설교해야 한다. 기독 서적도 마찬가지”라며 “더 쉬운 문체를 사용키 위해 같은 내용을 두세 번 다시 쓰기도 한다. 이번 책 역시 그랬다”고 말했다.
핵심을 쉽게 풀어 마인드맵으로 정리하는 평소 습관도 책 집필에 큰 도움을 줬다. 고등학생 때부터 들인 이 습관의 배경에는 그의 난독증이 있다. 조 목사는 “난독증을 극복코자 교재를 마인드맵으로 분석·정리해 공부해왔다”며 “신대원 때는 제가 만든 마인드맵을 복사해 족보로 파는 분도 있었다”며 웃었다. 지금도 그는 주요 기독 서적의 마인드맵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공유하고 있다.
내년엔 신학생을 위한 책을 준비 중이다. 축소사회 속 목회 현장에 나갈 이들에게 와닿을 만한 실질적 조언 위주로 담을 계획이다. 조 목사는 “한편으론 이번 책도 목회자를 위해 쓴 것”이라며 “그간 인물 설교는 교회학교에서나 통한다는 통념이 있지 않았나. 이를 깨고 인물로 그리스도를 설교하는 모범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지나치기 쉬운 성경 본문 가운데 특별한 이야기를 주의 깊게 발굴해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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