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백명 투입, 한동훈 경호 논란…"내일부터 세련되게 준비"
4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광주·충북 방문 일정에 경찰 400여명이 투입됐다. 이틀 전 부산 가덕도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습당한 뒤 경찰이 여야 대표에게 전담팀을 배치하는 등 경호를 강화하면서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한 위원장 경호에는 광주경찰청 소속 기동대 4개 중대(약 280명)와 5개 경찰서 정보·형사·경비·교통과 등이 동원됐다. 한 위원장은 KTX 광주 송정역에 도착하자마자 경찰 수십 명에 둘러싸여 첫 행선지인 광주 학생독립운동기념탑으로 이동했다. 경찰은 흉기를 휘두르는 사태에 대비해 방검 장갑을 착용하거나, 긴 우산을 들고 있었다. 경찰 점퍼를 입은 수십명이 한 위원장과 에스컬레이터를 같이 타는 장면도 언론에 포착됐다. 위험한 상황에 대비해 119구급차도 인근에 대기했다고 한다. 충북경찰청은 1개 중대(약 60명)를 경호 인력으로 배치했다.
경찰청은 이 대표 피습을 계기로 ‘주요인사 전담보호팀’을 조기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당대표 등 정치인을 밀착 경호하는 전담보호팀은 공식 선거기간(선거일 전 14일)에만 운영되지만, 전문 경호 인력을 즉각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대규모 인력동원’식 경호를 두고 비판도 나온다. 통상 요인 경호는 가까운 곳에서 눈에 띄지 않게 있다가 유사시 대처에 초점을 두는데, 인원만 늘린 과잉 대처는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총경 출신 박상융 변호사는 "경비·경호는 인원을 늘렸을 때 효과가 더 커지는 게 아니라"며 "금속탐지 장비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효율적으로 경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경찰 경호팀과 별도로 국민의힘 자체 경호팀 ‘빨간 마스크’ 부대까지 투입돼 한 위원장을 에워싸며 ‘인의 장막’을 친 게 문제가 됐다. 그 결과 한 위원장을 응원하는 시민들과 접촉까지 봉쇄됐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선 “위압감이 느껴졌다”는 광주 시민의 반응도 올라왔다. 과잉 경호에 광주 지역 민심을 살피기 위한 방문의 목적이 무색하게 된 것이다.
국민의힘도 부정적 여론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당에서 한 위원장에 대한 경찰 경호를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오히려 경호를 최소화해달라고 요청했다”고 공지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경찰이 전날 한 위원장에 대한 살해 위협 사건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판단해 내린 조치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광주 방문 이후 충북 청주 등 방문 일정에선 경찰 인력 대부분이 철수했다고도 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정치적으로 왜곡하고 악의적인 선동을 하려는 민주당식 흠집 내기 수법”이라며 “최소한의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고 국민의힘에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기 위해 음해하는 것은 분열과 갈등을 조장할 뿐”이라고 논평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정치권을 의식해 지나치게 대응한다는 비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수도권 경찰서 경비과 소속 A씨는 “또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면 (정치권으로부터) 문책 받을 것을 걱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수도권 경찰청 경비과 소속 B씨는 “야단스럽게 보호하면 경찰이 정권 눈치를 본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준태 전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장은 “경찰이 수백명씩 투입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온당치 않은 처사”라며 “통상 (주요 인사) 경호 인력이 10명 정도인 점에 비춰볼 때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경찰도 적절한 경호 수준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 대표 피습 이후 경비를 강화하면서도 부작용을 줄일 최적점 찾는 중”이라며 “내일부터 전담보호팀 운영을 세련되게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성배·이영근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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