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에게 손가락 지시? 한동훈 경호 동원된 경찰들이 뿔난 까닭

김형호 2024. 1. 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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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 한 비대위원장 '과잉 경호'가 남긴 논란...주기환 광주시당위원장 행태 입길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김형호 기자]

▲ 강화된 경호속 이동하는 한동훈 비대위원장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오전 광주송정역에 도착해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한 위원장 왼쪽 붉은색 원 안의 인물은 윤석열 대통령 측근으로 꼽히는 주기환 광주시당위원장.
ⓒ 연합뉴스
 
"아무리 그래도 한 지역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서장(총경)인데, 더구나 경호 지휘를 위해 현장에 온 분한데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오라고 손짓하는 건 예의에서 한참 벗어난 일 아니냐."

4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광주 방문 과정에서 일선 경찰관들은 자존심에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이와 반대로 광주경찰 지휘부는 경력 400여명을 투입해 '과잉 경호'라는 언론 비판이 일부 제기됐으나 큰 사고 없이 경호를 마무리지었다는 점에서 안도하는 분위기다. (관련기사 : 광주 온 한동훈 경호에 경찰 400명 투입, 119구급차 밀착 마크 https://omn.kr/26ytm) 

그러나 한 비대위원장 동선에 맞춰 곳곳에 투입됐던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선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을 고려하더라도) 경호 인력이 너무 과한 것 아니냐" "경찰을 너무 막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흘러나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날 광주 서구 한 식당에서 일어난 '경찰서장 손가락으로 부르기' 사건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은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주기환 국민의힘 광주시당위원장.

한 비대위원장과 함께 점심식사를 위해 식당에 간 주 시당위원장이 현장에 있던 광주 서부경찰서장을 향해 수 차례 손을 까딱거리며 부르는 모습이 목격된 것이다.

검찰 수사관 출신 주기환, 검경 '사건 브로커' 유착 의심 
  
 4일 광주를 방문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점심식사가 예정된 광주 상무지구 한 식당 앞에 기동대 및 교통과 소속 경찰 선발대가 미리와 주변을 점검하고 있다.
ⓒ 김형호
ⓒ 최주혜

이를 지켜본 일부 경찰관들은 "비대위원장도 검사, 국민의힘 시당위원장도 검찰(수사관) 출신"이라며 "경호를 받는 입장에서 시당위원장이 현장 경호를 지휘하는 경찰서장을 손가락으로 부르는 건 예의에서 한참 벗어난 것 아니냐"고 했다.

다만 해당 경찰서장은 이와 관련 "(시당위원장이) 경호를 위해 애쓴다고 격려하기 위해 부른 것"이라며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니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주 위원장에게 전화를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주 위원장은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윤석열 대통령 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선 광주시장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그는 광주·전남 다수 경찰 및 검찰 관계자가 연루된 '사건 브로커' 성아무개씨(62·구속 기소)가 검찰에 구속되기 전까지 골프 모임을 유지하는 등 '유착' 의심을 사고 있기도 하다. (관련기사 : [단독] '구속 브로커' 이끈 골프모임, '윤 최측근' 주기환도 멤버  https://omn.kr/255p2) 

이태원 참사를 겪고도 경찰 지휘부가 다수 경찰력을 특정 인물 경호에 집중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광주 경찰은 이날 한 위원장 경호에 400명가량의 경찰을 투입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부산 흉기 피습 당시엔 50여명을 투입됐던 것과 비교하면, 사건 발생 직후라고 해도 과하다는 지적이 현장 취재진과 경찰 안팎에서 제기됐다.

광주경찰은 이날 휴가자 및 행정요원 일부를 제외하고 광주경찰청 산하 기동대 4개 중대 전체를 한 비대위원장 동선마다 배치했다. 광주 광산경찰서, 서부경찰서, 북부경찰서는 형사, 수사, 교통, 정보, 경비과 소속 경찰관 수백명을 경호에 투입했다. 기동대원 등 일부 경찰은 경호 때문에 휴가가 반려되기도 했다.

광주경찰청 "국힘 공문으로 신변 보호 요청" 
  
 4일 광주광역시를 방문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찾은 광주 서구 한 식당 주차장에 119구급대 차량이 혹시모를 상황 대비를 위해 대기해 있다. 한 119구조대원은 상급자로 추정되는 통화 상대방에게 "(한 위원장이) 식사를 마칠때까지 계속 대기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 김형호
 
광주소방본부는 경찰 요청을 받고 한 위원장 동선마다 119구급차량을 따라붙도록 했다.

광주 5개 구, 150만 시민의 안전을 위해 경찰력과 소방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해야 한다는 점에서 특정 인물 경호에 과도하게 인력을 집중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경찰 및 소방 인력은 한정돼 있는데, 이 가운데 수백명이 한 비대위원장 경호에 몰리면서 범죄 예방 및 대응, 집회 질서 유지, 구조 구급 상황 대처에 빈틈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잉 경호' 비판을 받는 경찰 경호를 놓고, 국민의힘 측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치안력 쏠림' 등 한 위원장 경호를 두고 논란이 빚어지자 돌연 "우리가 경찰에 공식적으로 신변보호를 강화해달라 한 사실이 없다"고 입장을 밝힌 것. 

국민의힘 광주시당 관계자는 "공문으로 우리가 요청한 것은 없다. 경찰이 알아서 경호 수준을 판단했다"라고 <오마이뉴스>에 밝혔으나, 광주경찰청은 "(국민의힘에서) 공문으로 신변 보호를 강화해 달라고 요청이 온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특정 정당과 관계없이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경호를 강화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경찰로선 정치적 고려없이 할 일을 한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 한동훈 광주 방문에 철통 경호 4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경찰이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경호를 위해 인간 벽을 만들어 외부인 접근을 막고 있다.
ⓒ 연합뉴스
 
▲ 방검장갑 끼고 한동훈 경호 4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경찰이 방검 장갑을 끼고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경호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흉기 습격 사건으로 경찰은 광주를 방문한 한 위원장의 경호를 강화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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