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반려견 복제한 유튜버 논란… 동물 복제, ‘서비스’일까 ‘동물 착취’일까 [멍멍냥냥]

이해림 기자 2024. 1. 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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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튜브 채널 ‘사모예드 티코’
반려동물 유튜버가 사망한 반려견의 복제견을 소개하는 영상이 화제다. 

지난 1일 유튜브 채널 ‘사모예드 티코’엔 “우리 강아지가 돌아왔어요”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채널 운영자 A씨는 반려견 ‘티코’와의 일상을 담은 영상을 올려 왔으나, 1년 전 티코가 사망하며 활동을 중단했다. 1년여 만에 티코의 복제견 두 마리와 돌아온 A씨는 “반려견과 행복하게 지내면서도 언젠가 올 헤어짐이 두려웠다”며 ‘티코와 이별하게 된다면 복제를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복제한) 티코는 두 마리로 태어났다. 3개월 차에 저에게로 와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반려동물 복제 자체는 합법이다. 2022년 8월 2일 시행된 동물보호법 개정안에서 반려동물 복제를 금지하는 규정이 삭제됐다. 그러나 A씨의 선택을 둘러싼 누리꾼들의 의견은 ‘회복을 기원한다’는 응원과 ‘복제는 윤리적으로 잘못됐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반려동물 복제 산업 현황은 어떠하며, 어떤 윤리적 문제가 동반될 수 있을까? 체세포 보관 업체와 동물보호단체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사후 24시간 내로 체세포 채취… 98% 동일한 복제견 얻을 수 있어 

반려동물 복제는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질까? A씨가 이용한 반려동물 복제 업체 ‘룩셀바이오’에 연락이 닿지 않아, A씨가 이용한 반려동물 체세포 보관 업체인 ‘크리오아시아’ 측에 문의해 알아봤다.

우선, 복제는 체세포 보관 업체에서 반려동물의 세포를 보관하다가, 복제를 원하는 경우 복제 업체에 따로 의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복제를 위한 체세포는 피부 조직에서 채취하고, 수백만 개 정도 배양해 냉동 보관한다. 복제 시기가 다가왔을 때 공여받은 난자의 핵을 체세포의 핵으로 바꾸게 된다. 이 난자를 대리모 강아지의 자궁에 착상시킨 다음부터는 일반적인 임신, 출산 과정과 똑같다.

태어난 반려견은 체세포를 채취한 반려견과 유전적으로 98% 이상 동일하다. 반려견 사망 직후에도 24시간까지는 체세포 채취가 가능하다. 시기를 놓쳤다면 털이나 소변 패드 등에서 체세포 대신 DNA를 채취할 수 있는데, 현재 기술로는 DNA로 복제 동물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 지금으로선 체세포 채취가 우선이고 DNA 채취가 차선책이다. 크리오아시아 한형태 대표는 “DNA로 동물을 복제하는 게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며 “향후 기술이 개발되면 가능할 거란 희망으로 체세포 대신 DNA 보관이라도 의뢰하는 고객들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 고양이는 개보다 복제가 어려워, 현재 중국의 시노진(Sinogene)이라는 업체에서만 진행하고 있다. 

◇“실험동물법 준수해” vs “법 지켜도 복제는 안 돼” 대립 첨예

반려동물 복제는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많은 주제다. 낯선 기술이라 거부감이 들 뿐 심각한 윤리적 문제는 없다는 입장과 동물을 도구화하는 것이라는 입장이 충돌하고 있어서다. 크리오아시아 한형태 대표는 “다른 개를 죽여서 복제견을 얻는 게 아니고, 대리모를 쓰기 때문에 복제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 개는 없다”며 “관련 업체에서도 윤리적인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험동물보호법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체세포 보관과 복제는 별개다. 크리오아시아 측은 복제까지 가지 않고 체세포를 보관하기만 하는 것으로도 반려견을 떠나보낸 보호자들이 심리적 위안을 찾을 수 있단 입장이다.

다만, 동물단체에선 다른 복제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 동물이 없다 하더라도, 복제 과정에 다른 개가 대리모로 이용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동물권행동 카라 관계자는 “복제견을 만들기 위해 다른 동물에게서 난자를 채취하고, 이식해 임신을 유도하는 과정 자체가 동물권 침해”라며 “과거에 실험실에서 난자 채취에 동원된 동물들에게 후처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복제 과정에서 착취가 없으리라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과잉 생산의 문제도 제기됐다. 실험동물법을 준수한다 하더라도, 이미 유기견이 한 해 10만 마리 정도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복제견을 더 만들어내는 건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복제견이 추후 버려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동물권행동 카라 관계자는 “복제견을 만들어 반려동물의 수를 더 늘리기보다, 이미 있는 유기견들을 입양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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