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천대엽 차기 법원행정처장 내정…법원 개혁 시동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법원의 살림을 책임질 차기 법원행정처장에 천대엽 대법관(60·사법연수원 21기)을 내정했다고 4일 대법원 관계자가 밝혔다. 올해 2월 초 법관 정기인사에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도입한 법원장 추천제를 시행하지 않기로 한 데 이어 김 전 대법원장이 2021년 임명한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을 교체하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조 대법원장이 이르면 이번 주나 다음주 초에 천 대법관을 차기 법원행정처장으로 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처장은 법원 조직·인사·예산 등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핵심 보직으로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대법관 중에서 보임하며 처장을 맡은 동안에는 재판에 참여하지 않는다. 대법관·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등에도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다.
천 대법관은 당초 본인의 건강상 이유로 처장직을 고사했지만, 조 대법원장의 거듭된 요청에 수락했다고 한다. 천 대법관은 2021년 5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됐지만, 법조계 안팎에서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는다.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1995년 사법연수원을 21기로 수료한 뒤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서울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 등을 두루 거쳤다. 그는 지난해 3월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고위법관(143명) 재산신고에서 3억 3450만원을 신고해 최하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천 대법관을 잘 아는 인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근무 당시 월세 6만 원인 옥탑방에서 혼자 거주하며 집과 직장만을 오갔을 정도로 청렴한 딸깍발이 스타일”이라며 “대법관인 지금도 새벽같이 출근해, 재판연구관들에게 구체적이고 분명한 피드백을 즉각 내줄 정도로 업무 열정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그는 “조 대법원장이 다소 안정적인 스타일이라면, 천 대법관은 문제가 있으면 정면 돌파하는 스타일”이라며 “김명수 체제 사법부가 ‘진보에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면, 이를 사심 없이 돌려놓을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5일 취임한 조 대법원장은 전임 대법원장들과 달리 한 달 동안 김상환 행정처장을 포함해 사법행정 사무에 관한 참모진인 행정처 개편을 한 명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조 대법원장이 바로 참모진을 교체하면 마치 법원식 ‘사정 정국’처럼 오해될 것을 염려해 인사를 서두르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2월 법관 정기 인사를 앞두고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판단하고 행정처장 인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참모진 교체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 대법관이 신임 행정처장으로 부임한 뒤 당장 2월 법관 정기인사를 총괄하게 될 전망이다. 대법원 측은 “이미 법관 인사 초안은 마련됐다”면서도 “사법부 주요 보직들과 총괄 급을 배치하는 것을 천 대법관이 확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선 1월 20일 임기가 만료되는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의 후임 공수처장 후보 추천 논의도 탄력을 붙을 것으로 전망한다. 4~5차례 추천위를 열고도 보수 성향인 김태규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의 후보 추천 여부를 놓고 위원 7명 중 5명 이상 찬성을 얻지 못해 추천이 지연된다는 말도 나온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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