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간 한동훈 “5·18에 죄책감 대신 고마움·존경심 갖고있다”

전민구, 오욱진, 김하나 2024. 1. 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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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 후 민주의문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광주를 찾아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수록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찬성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광주 5·18 민주묘지 참배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이 들어가면 헌법이 훨씬 더 풍성해지고 선명해지고 자랑스러워질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5월의 광주 정신은 어려운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지키는 정신”이라며“대한민국의 헌법 정신과 정확히 일치한다”라고도 말했다. 5·18 정신 헌법 수록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이준석·김기현 전 대표 등 국민의힘 전임 지도부도 일관된 입장을 취해왔다.

새해맞이 전국 순회에 나서고 있는 한 위원장은 지난 2일 대전·대구에 이어 이날 광주를 찾았다.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윤상원·박기순 열사의 묘를 참배할 때 한 장관은 무릎을 꿇은 채 장갑을 벗은 맨손으로 묘비를 어루만졌다. 두 열사는 ‘님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으로 윤 열사는 5·18 당시 시민군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한 위원장은 “이곳에 사실 여러 번 왔었다”며 “1992년, 1993년경에 이곳에 와서 윤상원 열사의 묘역에 왔던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희생자 묘역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X세대’(90년대 학번, 70년대생)인 한 위원장은 “앞선 세대가 청춘과 열정을 바쳐 기적같이 이뤄낸 산업화의 밥을 먹고, 민주화의 시(詩)를 배우면서 성장했다”며 “(우리 세대는) 산업화와 민주화, 둘 중에서 어떤 게 우위인지 말하라고 강요받지 않았기 때문에 민주화와 산업화를 상호 배타적으로 여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우리 세대는) 5·18 민주화운동에, 광주 시민에 대해 부채 의식이나 죄책감 대신 내 나라의 민주주의를 어려움 속에서 지켜주고 물려줬다는 깊은 고마움과 존경심을 갖고 있다”며 “이런 깊은 고마움과 존경심이야말로 동료 시민으로서의 연대 의식을 더 강하게 해 준다”고 했다.

법무부 장관 재임 시절인 2022년과 2023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던 그는 “법무부 장관을 하면서 두 차례 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던 그 마음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며 “(5·18 정신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를 어려울 때 지켰던 정신이다. 지금의 초심으로 정치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한 위원장은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광주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광주에서, 호남에서 정말 당선되고 싶다”며 “국민의힘 후보가 광주와 호남에서 당선된다면 우리 당의 승리이기에 앞서 이 나라 정치에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의 대단한 승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의 호남에 대한 마음은 진심”이라며 “당장 저희에게 표를 주지 않더라도 저는 진심으로 호남의 동료 시민의 미래를 위해 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행사장에 모인 500여명의 당원을 향해 자신감을 강조했다. 그는 “집권당으로서 호남이 원하는 정책을 정교하게 보여드리고 실천함으로써 저희를 선택해달라고 호소하겠다”며 “우리는 대선에서 이겨서 집권하고 있는 여당이다. 소수라고 움츠러들지 말자”고 외쳤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곳을 더 잘 살게 해드려서 과거 정권에서 실망했던 부분을 챙겨드리자”라고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의자 위에 올라가 당원들에게 인사하기도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국민의힘 광주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엔 청주 장애인스포츠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충북도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다. 한 위원장은 “아무리 다수당이어도 민주당은 약속에 불과하다. 우리의 정책은 현금이고, 민주당 정책은 약속 어음일 뿐”이라며 “우리가 충북도민이 원하는 정책을 만들면, 그건 그대로 실천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모든 이슈에서 중간 지점 선택하는 건 답이 아니다”며 “어떤 이슈에선 오른쪽에서, 어떤 이슈에선 그보다 왼쪽에서 정답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곤 “이를 통해 중도에 계시는 우리의 동료 시민들을 설득할 것”이라고 했다.

청주 출신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저는 청주의 성당 유치원을 다녔고, 모충동의 국민학교를 다녔다”며 “충북은 민심의 바로미터라고 한다. 충북의 마음을 얻는 것은 대한민국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 여파로 이날 한 위원장의 일정엔 200명 이상의 경찰이 배치되는 등 경호가 강화됐다. 한 위원장이 광주 송정역에 도착하자 경찰이 그를 에워쌌고,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때는 반대 방향에도 경찰이 배치돼 삼엄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광주·청주=전민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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