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피습'에 국힘 내에서도 "윤 대통령 '이념' 언급 부적절"

박현광 2024. 1. 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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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카르텔 타파" 하루 뒤 피습 발생... '증오 정치' 원인 지목 가운데 총선 악재 우려도

[박현광 기자]

 2일 오전 부산에서 피습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날 오후 헬기로 서울 노들섬까지 이송된 후 구급차편으로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하고 있다.
ⓒ 권우성
  
"자기들만의 이권과 이념에 기반을 둔 패거리 카르텔을 반드시 타파하겠습니다."

2024년 1월 1일,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사 중 한 대목이다.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이념 논쟁을 통해 자유와 연대를 바로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삶"이라며 민생·경제를 강조했던 것과 다른 태도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이권 카르텔'이 아닌 '이념 카르텔'이란 표현을 쓴 것도 처음이었다.

다음 날인 2일 오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이 터졌다. 이 대표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찾았다가 지지자로 위장한 김아무개(67)씨의 흉기에 습격당했다. 이로 인해 이 대표는 좌측 목 부위에 1.4cm의 칼로 찔린 자상을 입어 내경정맥이 손상되는 중상을 입었다. 자칫 목숨까지 위협받은 상황이었던 셈.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건을 극단적인 편가르기 정치문화가 낳은 '혐오·증오정치'의 산물로 보고 있다. 특히 피의자 김씨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당원이었다가 2023년 이 대표의 일정 파악을 위해 민주당에 가입한 점, 정치 유튜브 채널을 주로 시청하고 과거 태극기 집회에도 참석했던 점 등이 부각되고 있다.

여당 내 자성의 목소리... "극단적으로 피아 구분하는 사회 돼"

무엇보다 민주당에서는 윤 대통령의 '이념 전쟁'이 이번 사건을 낳은 것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김성주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4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테러는 증오 정치의 산물"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과도한 이념정치와 편 가르기가 그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이념 카르텔'을 거론한 윤 대통령의 신년사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중이다. 이제는 극단적인 편가르기 정치문화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이념 전쟁'이 결국 여당의 내년 총선 성적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불안감도 형성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 2024년 신년사 발표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갑진년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 대통령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재명 피습 사건에서도 드러났듯이 우리 사회가 극단적으로 피아를 구분하는 사회가 돼버렸다"며 "이런 것들을 만드는 데 우리 정치권이 책임이 있지 않는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더해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의 이념 카르텔 언급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했다.

최승재 의원은 4일 페이스북에서 "정치가 국민을 안정시키며 삶의 질을 바꾸고 희망을 주기는커녕 본연의 모습을 상실한 채 편 가르기와 분열의 표본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국민에 대한 반성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대로 총선을 이념 전쟁으로 치른다면 국민의힘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당내 우려도 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지금 세상에서 무슨 이념인가. 그것이 선거에서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라며 "카르텔이라고 하면 권력과 돈을 나눠 먹는 집단을 뜻하는데, 권력을 쥐고 있는 여당이 카르텔을 문제 삼는 건 앞뒤가 안 맞다"고 말했다.

'이념전'은 총선에 악재... "중도층 국민 생각과 괴리"
 
 윤재옥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피아를 구분하는 이념전이 특히 중도층 표심으로 승부가 갈리는 수도권에는 악재라는 비판도 있다.

수도권 출마를 준비 중인 국민의힘 원외 인사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수도권은 특히나 중도층 국민들의 판단이 중요하다"며 "저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민생이고, 정책적 비전과 대안을 내놓는 것인데, 이념전은 중도층 국민들의 생각과는 괴리가 있어 보인다"고 토로했다.

이미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지난 2일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대통령께서 어제 신년사에서 언급하신 내용은 우리 정치가 민생을 챙기는 쪽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느냐는 취지로 말씀하셨다고 생각한다"며 "당에선 새해에 더 민생에 집중하고 정쟁을 가급적 최소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당내 우려에도 윤 대통령이 '이념'을 다시 꺼낸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총선이 지금 여당에 유리한 상황이 아니니까 내부를 결집하려는 것"이라며 "한쪽만 먹어서 대통령이 됐듯 총선도 한쪽만 먹겠다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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