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미제 ‘울산 다방 살인’ 손톱 DNA로 범인 잡았다

2012년 울산 신정동 다방 살인 사건
DNA 분석 기술 발달로 범인 특정

12년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던 ‘울산 신정동 다방 여주인 살인 사건’의 피의자가 피해자 손톱 밑 유전자(DNA) 정보로 붙잡혔다.

울산경찰청은 울산 남구 신정동의 한 다방에서 여주인을 살해한 피의자 A씨(55)를 사건 발생 12년 만에 검거해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여주인에게 성관계를 요구했지만 거부당하자 홧김에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2012년 1월 9일 오후 9시27분쯤 손님으로 들어간 다방에서 혼자 있던 여주인 B씨 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사망 이튿날 사위 집에 방문하기로 약속한 상태였다. 사위는 2012년 1월 10일 연락이 닿지 않은 B씨의 다방으로 찾아가 열쇠공을 불러 잠긴 문을 열었다. 다방에서 계산대 옆에 쓰러져 숨진 B씨를 본 사위는 그날 밤 11시26분쯤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옷이 벗겨진 채 쓰러진 B씨의 시신에서 목이 졸린 흔적을 포착했다. 몸에는 설탕이 뿌려져 있었다. 경찰은 이를 살인 사건으로 판단하고 수사에 돌입했다.

하지만 주변 CCTV 분석하고, 인근 인력사무소와 등 사건 현장 주변에서 500여명을 탐문 수사했지만 범인을 특정할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다방 내부에는 CCTV가 없었다. 사건 당일 다방을 방문했던 9명에겐 모두 알리바이가 있었다.

결정적 단서는 B씨의 손톱 밑 DNA 시료였다. 경찰은 이 DNA를 B씨의 저항 과정에서 생긴 것이라고 판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하지만 시료는 남성과 여성 DNA가 섞인 상태였다. 신원을 특정할 수 없는 유전자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로 인해 사건은 미제로 남는 듯했다.

하지만 울산경찰청 중요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이 구성되고, 기술 향상으로 DNA 분석이 발달하면서 사건의 실마리가 풀렸다.

경찰은 2019년 10월 DNA 시료의 섞인 유전자들을 분리해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전자를 확보했다. 또 범죄자들의 유전자를 모아둔 DNA 데이터베이스에서 이와 일치하는 유전자를 발견했다.

이 DNA의 주인인 A씨는 다른 사건으로 2013년 1월 울산 울주군 언양읍에서 찻값 문제로 여주인과 다투다가 재떨이로 폭행해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은 전적을 가졌다.

경찰은 A씨가 B씨를 살해한 현장에 있었다는 정황을 확보했다. A씨가 사건이 일어나기 전 주변 여관 등을 전전하며 다른 다방을 자주 찾았다. 살인 사건 이후 A씨의 발길이 끊겼다는 진술이 B씨의 다방 주변에서 확보됐다.

경찰은 지난달 27일 경남 양산의 한 여관에서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검거 직후 범행을 부인했지만 이후 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임소윤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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