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에 남은 무기계약직 아직 700명…제일은행이 쏘아올린 '작은 공'

제일銀 534명 전원 정규직 전환
다른 은행들에도 영향 줄까 관심

한 시민이 시중은행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무기계약직 직원의 전원 정규직화에 나선 SC제일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시중은행들에 남아 있는 같은 처우의 행원들이 여전히 700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일은행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 다른 은행들로도 확산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한국씨티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무기계약직 직원 수는 720명이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 283명 ▲우리은행 246명 ▲하나은행 117명 ▲씨티은행 47명 ▲신한은행 27명 순이다.

은행에서 무기계약직은 대체로 비정규직처럼 계약 만기가 없는 대신 정규직(일반직)과 다른 임금과 복지 혜택, 승진 체계를 적용 받는 직원이다. 주로 지점에 창구 직원(텔러)나 채권회수팀, 고객 콜센터 직원, 관리 직원 등이 무기계약직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 제일은행이 이런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인정하기로 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제일은행은 이번 달부터 무기계약직 직원 534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제일은행 노동조합은 지난해 사측과 임금 및 단체협상을 통해 무기계약직 직원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바꾸고 취업규칙도 정규직 직원과 똑같이 맞추기로 했다. 이렇게 올해 1월 1일부터 정규직이 된 직원은 6급대리 498명, 주임계장 36명 등이다.

제일은행 노조 관계자는 "주임계장이 전문대리(정규직)이 되려면 일반 행원과 다르게 2번 승진을 해야 했고, 6급 대리의 경우 전문대리 승진 사례가 굉장히 제한돼 있는 등 불합리함이 있었다"며 "이번 정규직화로 주임계장은 승진을 한번만 해도 전문대리가 될 수 있고 취업규칙을 똑같이 적용받으면서 명예퇴직, 자녀학자금 지원 등의 복지를 포함해 모든 부문에서 차별이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당초 제일은행은 무기계약직의 비중이 가장 높은 시중은행이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전체 직원 중 무기계약직의 비율은 제일은행이 14.8%로 최고였다. 이를 제외하면 씨티은행이 2.6%로 제일 높았고, 이어 ▲우리은행 1.8% ▲국민은행 1.7% ▲하나은행 0.9% ▲신한은행 0.2% 순이었다.

은행권에서는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신한은행은 2011년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RS직군제를 도입했다. 국민은행은 2014년부터 계약직 42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하나은행도 2014년 외환은행 시절 2000명의 무기계약직을 전원 정규직으로, 씨티은행은 2017년 무기계약직 직원 3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700명 이상의 무기계약직들이 시중은행들에 남아 있다는 얘기다. 이런 와중 제일은행이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에 다시 시동을 걸면서 은행권에 이같은 분위기가 다시 확산될지 여부에 시선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최근 역대급 이자이익을 낸 은행권이 상생금융에 나서고 있는 만큼 내부 노동체계 개선에도 힘써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이미 은행권에서 한 차례 무기계약직 정규직화 사례가 있었던 만큼 당장 이를 다시 추진할 동력이나 시급성은 떨어지는 분위기라는 평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은행권에서는 과거에 무기계약직 직원을 정규직 전환한 사례가 있었고, 지금 임단협에서 따로 정규직화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제일은행은 한번도 시행한 적이 없는 만큼 전환 숫자가 눈에 띌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