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尹 "이재명, 테러 피해자"…원고 없던 발언, 참모도 놀랐다
지난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인사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테러 피해자’로 지칭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준비한 원고에는 없던 표현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원래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시기로 했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께서 어제 테러를 당하셔 지금 치료 중”이라며 “테러라고 하는 건 어떤 것이든 간에 피해자에 대한 가해행위, 범죄행위를 넘어서서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자유 사회를 지향하는 우리 모두의 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 정말 하나 된 마음으로 피해자를 위로하고, 같은 마음으로 단호하게 대응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이재명 대표의 빠른 쾌유를 기원합시다”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3일 아침 회의 때까지도 이 대표에 대한 메시지 방향과 수위 등을 놓고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결정된 것이 없던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먼저 이 대표를 ‘테러 피해자’라 지칭하며 쾌유를 기원한 것이다.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는 4일 “준비했던 발언이 전혀 아니었다”며 “진영을 넘어 테러라는 폭력에 대한 명확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을 통해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및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거부권’ 국면에서 “여야 간 작은 소통의 길이 열리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제기됐다. 대통령실은 이 대표 병실로 최소 수석급 이상을 보내 위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한오섭 정무수석이 이 대표를 찾는 방안이 거론된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를 잘 위로해드리고 오라”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다만 윤 대통령이 직접 위문할 계획은 아직 없는 상태다.
대통령실은 지난 1일 윤 대통령의 신년사에서 ‘패거리 카르텔 타파’라는 표현이 주요 내용으로 다뤄진 점에 대해서도 “의도와 달리 해석되고 있다”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지난해 10월 시정연설에서 “부탁드린다”라는 표현을 써가며 야당에 협조를 요청했던 윤 대통령이 다시 강경 모드로 전환한 것이란 해석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민생에만 전념하겠다는 뜻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패거리는 ‘카르텔’이란 단어가 어렵다는 지적에 국민이 이해하기 쉽도록 한국어로 풀어쓴 표현이라는 것이 대통령실 설명이다. 이 고위 관계자는 “패거리 카르텔은 전체 신년사 중 두 문장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쌍특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즉각 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도 밝혔다. 정부는 국회사무처에서 법안을 4일 중 이송하면, 5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의결하겠다는 계획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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