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계]혹한의 땅 극지, ‘의학의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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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엔 '극지(極地)'.
하나로의료재단 검사연구실 '카이랩'의 김한겸 원장은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북극주간' 행사에 참석해 "세종과학기지가 있는 킹조지섬은 남극에서 문명 세계(남미)와 가장 가까이 있으며, 아르헨티나, 러시아, 칠레, 폴란드 등 총 8개국의 상주기지가 있다"며 "이들을 대상으로 X레이, 컴퓨터 단층(CT) 촬영 등의 검진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다양한 국가, 다양한 인종을 대상으로 생생한 극지 의료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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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엔 ‘극지(極地)’. 이른바 남극과 북극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의료인과 생명과학자들의 모임이 존재한다. 이름은 사단법인 ‘대한극지의학회’이다.
극지가 과학기술의 보고로 주목받는 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대기 및 기온분야 연구에선 극지는 이제 핵심 분야다. 인간활동 등 외부 영향을 배제할 수 있는 극지방 날씨를 통해 지구 기온의 변화를 정확히 관측할 수 있다. 수억 년 동안 켜켜이 쌓인 눈과 얼음은 지구가 그동안 어떤 변화를 겪어 왔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는 바로미터다. 극지라는 특이한 환경은 일상에서 하기 어려운 다양한 연구 주제를 낳기도 한다. 남극의 드넓은 얼음 평야에선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이 굴러다닌다. 각종 수산자원은 물론 엄청난 양의 석유와 천연가스, 광물자원도 매장돼 있다.
그런데 남·북극이 ‘의학의 보고’로 불릴 수 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처음에 의료진이 극지로 가는 이유는 대원들의 건강관리가 목적이었다. 극한의 지역에서, 외부와 단절된 기지 안에서 생활하는 대원들에게 건강상 문제가 생긴다면 현장에서 치료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런 특수 상황에 대한 경험이 수십 년 쌓이다 보니 이제는 새로운 흐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극지’라는 척박하고 독특한 환경. 그리고 이곳에서 꾸준히 쌓아온 데이터가 이제는 미래 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첨단 자원으로 값어치가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일례로 첨단 ‘원격 협진 시스템’이 발 빠르게 실용화된 곳도 남극이다. 기지 내에 의사가 모든 의료 기술을 다 알고 있을 수는 없다. 이 때문에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긴 어렵다는 지적은 계속해서 있었고, 이에 극지연구소는 남북극 현장에 특화된 전용 원격 협진 시스템을 개발해 도입했다. 환자의 생명현상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전자청진기 △혈당계 △혈압계 △의료용 확대경 △심전도계까지 5종류의 의료 측정 장비와 동영상 카메라도 달려 있다. 남극이라는 특수 환경이 첨단 의료의 발전에 영향을 미친 셈이다. 비슷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한 의사는 남극 의사로 활동하는 동안 폐쇄된 기지에 상주하는 대원들의 정신건강 관리 문제를 제기하고, ‘인공조명’으로 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 결과는 향후 우주 진출 등 다양한 상황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극지의학회의 뿌리는 10년 전인 20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극지를 다녀온 의료인과 생명과학 연구자들의 자생적 모임인 ‘극지의학연구회’ 및 '월동의사회' 등이 모여 학회를 결성했는데, 이것이 극지의학회의 시초다. 지금은 해마다 남북극 지역 탐사단 및 월동대에 의료진을 파견하고 관련 의료데이터를 수집하며 첨단 의료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극지의학회는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극지 관련 첨단 의료연구를 지속해서 시행해 나갈 계획이다. 남극 세종과학기지를 ‘남극의 의료 허브’로 만들자는 의견도 나왔다. 하나로의료재단 검사연구실 ‘카이랩’의 김한겸 원장은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북극주간’ 행사에 참석해 “세종과학기지가 있는 킹조지섬은 남극에서 문명 세계(남미)와 가장 가까이 있으며, 아르헨티나, 러시아, 칠레, 폴란드 등 총 8개국의 상주기지가 있다”며 “이들을 대상으로 X레이, 컴퓨터 단층(CT) 촬영 등의 검진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다양한 국가, 다양한 인종을 대상으로 생생한 극지 의료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전승민 과학기술 전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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