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격범 김씨, 유치장에서 "책 보고 싶다" 삼국지 읽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습격한 김모(67)씨가 살인미수 혐의로 4일 구속됐다.
“위험·중대성 고려” 습격범 김씨 구속
부산지법 성기준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범행 내용, 범행의 위험성과 중대성 등 사정을 고려해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김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영장 실질심사는 이날 오후 2시 부산지법에서 진행됐으며 20분 만에 끝났다. 현장에서 체포된 김씨는 “(이 대표를) 죽이려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부산 연제경찰서 유치장에 있던 김씨는 밥을 잘 먹는 편이었고, 책을 읽고 싶다며 도서목록 중 ‘삼국지’를 골라 읽었다고 한다. 심리적으로도 큰 불안감은 느끼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법원으로 이송되던 중 범행 동기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경찰에 8쪽짜리 변명문을 냈다. 그걸 참고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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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순 흉기 구매, 이 대표 따라다녀
그동안 경찰 조사에서 김씨가 이재명 대표 행선지를 미리 방문하고 흉기를 개조하는 등 범행을 계획한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범행 하루 전날인 지난 1일 주거지인 충남 아산에서 KTX를 타고 부산역에 왔다. 다시 기차를 타고 울산역에 간 김씨는 이날 부산으로 돌아왔다. 강서구 대항전망대,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등 이튿날 이 대표 방문 예정지와 가까운 곳을 다녔다.
김씨는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지난해 중순쯤 온라인에서 샀고, 이 무렵부터 여섯 차례에 걸쳐 이 대표를 따라다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엔 실제 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평산마을도 방문했다. 한 유튜브 채널 영상에선 이날 이 대표가 방문한 봉하마을에 김씨와 매우 비슷한 차림새를 한 남성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는 하루 뒤인 지난 2일 10시29분쯤 대항전망대에서 개조한 길이 18㎝(날 13㎝) 흉기로 이 대표 목 왼쪽을 찌른 뒤 현장에서 붙잡혔다. 김씨가 대항전망대에 간 것은 이때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 자택과 사무실 등지를 압수수색해 컴퓨터 3대와 휴대폰 3대를 포함해 업무용 노트와 칼, 칼갈이 등을 압수했다. 김씨가 범행 수법을 검색했는지, 즐겨 보는 유튜브 채널이 있었는지 등은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김씨의 심리 상태 등을 살피기 위해 프로파일러 투입도 검토하고 있다. 수사본부는 다음 주중 수사를 마무리하고 범행 동기 등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동기ㆍ당적엔 입 닫은 경찰
이처럼 범행 전후 대부분의 김씨 행적은 밝혀졌다. 하지만 수사본부는 대낮에 살해하려는 생각을 품고 제1야당 대표를 공격한 의도와 소속 정당 여부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 민주당 행사장인 범행 현장에서 김씨는 이 대표를 지지하는 내용의 문구가 쓰인 왕관을 쓰고 접근했다. 이 때문에 사건 초기부터 김씨가 실제로 민주당 지지자인지, 소속 정당은 있는지, 정치적 요인이 범행 동기로 작용했는지에 국민적 관심이 쏠렸다.
수사본부는 압수수색영장을 통해 지난 3일 국민의힘과 민주당 협조를 받아 김씨의 현재 당적과 과거 입·출당 이력 등을 파악했다. 하지만 아직 관련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최근 사망한 배우 이선균 수사 논란 이후 처음으로 국민적 이목이 쏠린 사건을 맡아 매우 조심스럽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경찰은 또 "정당법 때문에 함부로 말할 수 없다"고 한다. 정당법 24조는 수사기관이 당원명부를 조사하려면 영장이 있어야 하며, 규정을 어겨 당원명부에 관해 알게 된 사실을 누설하면 3년 이하 징역ㆍ금고에 처하도록 한다.
法 “사문화, 오히려 정리 필요” 政 “공개는 경찰 몫”
이에 대해 국회 입법정책 비서관으로 일했던 이민 법무법인 '경천' 대표변호사는 “대법원은 물론 하급심에서도 해당 법 위반 판례를 찾기 어렵다. 사실상 사문화 된 법이다. 밝히더라도 위법성은 조각(阻却)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법은 ‘누설’을 처벌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미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퍼져 사회적 혼란이 생기고 있다”며 “오히려 수사기관이 정확히 밝혀 정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황정근 법무법인 '소백' 대표변호사는 “수사기관이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건 위법이지만, 국민의 알 권리를 존중해 처벌하지 않는다. 이 사안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봤다.
당사자인 정당은 공개가 경찰의 몫이라고 한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경찰이 (법을) 너무 과도하게 해석하는 것 같다. 경찰 협조 요청에 따라 당이 명부를 제출해 공개될 수 있는 성격"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김씨와 같은 이름의 당원이 2020년쯤 탈당했지만, 동일인물인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당적은 당이 밝히기 어렵다. 경찰이 확인해 밝혀줄 부분”이라고 했다. 부산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현역 의원은 “동일 인물인지 정당으로서는 확인할 방법이나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김민주·안대훈·위성욱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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