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구비용만 1억 들었다"…경복궁 낙서 테러범에 돈 청구키로
서울 경복궁 ‘낙서 테러’를 계기로 문화재청이 4대 궁궐과 종묘 등 주요 문화재(국가유산)의 외곽 담장 순찰을 강화하고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110대를 추가 설치한다. 이를 감시 감독할 관리 인력과 관련 예산도 늘린다. 이번 스프레이 낙서로 인한 1억원 안팎(추정치)의 복구비용은 감정 평가가 완료되면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손해 배상 청구하기로 했다.
4일 문화재청은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주변 궁장(궁궐 담장)의 훼손 지점에 대한 보존처리 결과 공개를 겸한 기자회견에서 훼손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그간 방화·방재에 초점을 뒀던 궁궐 안전관리대책을 확충해 외곽 담장 훼손 등을 감시하는 CCTV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남측 담장 중심으로 9개소 14대가 설치된 경복궁 외곽에는 올해 안에 20대를 추가한다. 이를 포함해 내년까지 창덕궁(21대), 창경궁(15대), 덕수궁(15대), 종묘(25대), 사직단(14대) 등에 외곽 CCTV 총 110대를 늘린다.
야간 순찰도 강화한다. 이종훈 문화재보존국장은 “현재 각 궁마다 매일 2~4회 자체 순찰을 하고 있는데, 특히 경복궁은 야간 순찰을 8회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4대 궁궐과 종묘·사직을 순찰하고 CCTV를 관리하는 인력을 단계적으로 늘려 현재(69명)의 2배 규모로 충원한다. 이와 별도로 관람객 및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국가유산 훼손 금지에 관한 안내배너·책자·경고방송·소셜미디어 홍보 등을 확대한다.
유사 범죄 재발을 막기 위해 엄벌 의지도 드러냈다. 최응천 청장은 “2020년 개정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원상 복구에 소요된 비용을 징수하고 사법기관과 협력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 삼전도비(2007년)와 울주 언양읍성(2017년) 낙서 훼손에 따라 개정된 법의 제82조의 3항은 지정문화재에 글씨·그림 등을 그리거나 새기는 행위를 한 사람에게 원상복구 비용을 청구할 수 있게 했다. 이번 ‘낙서 테러’에 손해배상 청구가 이뤄지면 법 개정 이후 첫 적용 사례가 된다.
이번 두 차례 낙서 행위로 인한 복구 작업엔 총 8일간 연인원 234명, 하루 평균 약 30명의 인력과 레이저 세척기 등 전문장비가 투입됐다. 장비 및 소모품 비용만 2153만원으로 집계된다. 고정주 경복궁관리소장은 “보존처리 전문가는 물론, 가림막 설치·관리 등 현장 인력 등의 인건비까지 감안하면 총 복구비용은 1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고 했다. 문화재청은 감정평가 전문기관에 의뢰해 정확한 손해배상 청구비용을 산출할 예정이다. 다만 사건 연루자 중에 10대 미성년이 있는 점, 아직 공범 등을 수사 중인 상황임을 감안해 구체적인 청구 대상 및 절차는 추후 정해진다.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됐던 경복궁 담장은 이날 가림막을 걷고 말끔해진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12월 16일 첫 범행 후 가림막이 설치된지 19일 만이다. 정밀·신속한 응급처리에도 불구하고 미세하게 붉은 색과 푸른 색 흔적이 남아 있지만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수준이다. 국립고궁박물관 정소영 유물과학과장은 “한겨울이라 오염물질이 그대로 굳어버리지 않게 응급 복구 위주로 1단계를 마쳤고 추가 모니터링을 통해 2단계 보존처리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4대 궁궐과 종묘, 조선왕릉 내부에 있는 낙서 현황을 긴급 점검한 결과 목재나 벽체 등에서 유성펜·수정액 등을 사용한 낙서와 새김훼손 등이 다수 발견됐다. 문화재청은 이에 대해서도 전문가의 검토를 거쳐 추가적인 보존처리를 하는 한편, 야외에 노출된 석재 국가유산 등에 대해 보다 면밀한 관리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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