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수술, 경험 많은 의사 필요" 서울대병원 뒤늦은 브리핑 왜
서울대병원이 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수술 경과에 대한 공식 브리핑을 열고 부산대병원에서 헬기로 이송한 배경도 설명했다. “속목정맥(내경정맥) 손상에 따라 부산대병원과 협의해 이송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병원 간 협의는 이 대표 측의 이송 요구로 이뤄진 것인데, 의료계에서는 "응급상황에서 굳이 그랬어야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대병원 “경험 많은 의사 수술 꼭 필요”
민 교수는 “목 부위는 혈관·신경·기도·식도와 같은 중요 기관이 몰려 있어 상처 크기보다는 얼마나 깊이 찔렸는지와 어느 부위를 찔렸는지가 중요한 상황이었다”라며 “목 정맥이나 목 동맥의 혈관 재건술은 어려워 수술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험 많은 혈관외과 의사의 수술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고, 그래서 부산대병원의 전원 요청을 받아들여 수술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부산대병원에서 소방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의료계에서는 권역외상센터인 부산대병원을 두고 이 대표가 서울로 온 데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이 대표는 당시 왼쪽 목에 1.4㎝ 자상으로 근육 내 동맥이 잘려 많은 피떡이 고여있었다고 한다. “내경정맥 앞부분이 60% 정도가 예리하게 잘려있었다”는 게 민 교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는 “응급상황이었다면 부산에서 치료받았어야 했다”며 “지역 응급의료체계를 존중해줘야 했다. 지역의료에 대한 불신이 커질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2021~2022년 보건복지부 평가에서 2년 연속 전국 1위를 기록한 곳이다. 부산시의사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환자 상태가 아주 위중했다면 지역 상급종합병원인 부산대병원에서 수술받아야 했고, 그렇지 않았다면 헬기가 아닌 일반 운송편으로 연고지 종합병원으로 전원 해야 했다”며 “이것이 국가 외상 응급의료 체계며, 전 국민이 준수해야 할 의료전달체계”라고 지적했다.
부산대병원은 실제로 응급 수술에 대한 준비를 했었다. 이 대표 도착 당시 의료진들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등을 통해 ‘경정맥 관통손상으로 응급 수술 필요’라는 진단을 내렸다. 내경정맥 손상으로 수술 중 출혈이 우려돼 수혈이 필요할 수 있어 혈액 신청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대표 측이 이송을 요구하면서 수혈용 혈액을 이송 헬기에 실려 보냈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수술 동의를 받으려 했으나 서울대병원으로 가겠다는 보호자 요청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 동의 후 언론 브리핑”
서울대병원은 이 대표가 이송된 첫날인 지난 2일에 브리핑을 예고했다가 돌연 취소했다. 대신 민주당이 나서 이 대표의 상태를 전했는데,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나 억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상태를 가장 정확히 아는 집도의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도중 서울대병원 대외협력실장(위장관외과 교수)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민적 관심이 많아 수술 이후 언론 브리핑을 준비했으나 자문 결과 의료법·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환자 동의 없이 의료정보를 발표하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 실장은 “이 대표가 수술 후 중환자실 입원 중이라 외상환자 특성상 안정이 최우선이었기에 브리핑을 진행할 수 없었다”며 “수술 결과는 부인에게 잘 설명했다. 지금은 이 대표가 많이 회복해 언론 브리핑에 대해 상의했고, 동의해 수술 집도한 민 교수가 치료 경과에 대해 간단히 말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이 대표는 현재 일반 병실에서 순조롭게 회복 중이다.
채혜선·문상혁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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