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게 소중해"... 기부 나선 92세 기초수급자 사연 [복작복작 순창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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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에서 주는 돈으로 삼시 세끼 챙겨먹을 수 있으니까 감사하게 생각하죠. 주변에 저보다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건강이 허락해서 계속 기부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부끄럽네요."
전북 순창군 금과면 발산마을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 염영순(92) 할머니의 이웃돕기 성금 소식이 지역사회에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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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육상 기자]
▲ 올해 92세가 되신 염영순 할머니는 방 안에 형광등과 보일러를 끈 채 생활하고 있었다. 뒤로 보온용 텐트가 놓여 있다. |
ⓒ 최육상 |
"나라에서 주는 돈으로 삼시 세끼 챙겨먹을 수 있으니까 감사하게 생각하죠. 주변에 저보다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건강이 허락해서 계속 기부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부끄럽네요."
전북 순창군 금과면 발산마을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 염영순(92) 할머니의 이웃돕기 성금 소식이 지역사회에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할머니가 다니는 교회의 설동화 집사는 이 사연이 알려지기 전, 기자에게 "이름이 알려지길 원하시지 않는 한 어르신이 지난 11월 26일 성금 100만 원을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해달라며 교회에 기탁했다"면서 "할머니는 더군다나 기초생활자로 혼자 살아가시면서 틈틈이 성금을 모았다"고 귀띔했다.
어떤 분이신지 궁금해 설 집사에게 할머니를 만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설 집사는 "(기자를 만나라고) 할머니를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면서 "할머니는 '그저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기부를 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월 3일 점심 무렵 순창읍내 한 식당에서 교회 예배를 마치고 나온 염영순 할머니와 교회 관계자들을 함께 만났다. 할머니는 기부하게 된 계기를 여쭸다.
"저는 집도 없고 아무것도 없지만, 국가에서 먹여 살리잖아요. 그래도 밥을 하루에 세 끼 먹고 살잖아요. 그런데 크리스마스 때 소외되는 주민을 보고 나면 한 1년 동안 마음이 답답해요. 얼마나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이 많아요. 부끄러워서 말을 안 하려고 했는데… 저보다 더 춥고 어려운 이웃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웃 도울 수 있었으면"
할머니는 발산마을에 거주한 지 10여년이 조금 넘었다. 순창에 살게 된 사연을 여쭸다.
"서울 살다가 딸네 집에서 지냈는데, 제가 불편해서 못 살겠더라고요. 순창에 살고 있는 아는 동생이 '시골 가서 나랑 살자'고 해서 와봤더니 빈집이 있더라고요. 딸은 절대 방을 못 얻게 했지만, 와보니 제가 편해서 여기서 살아요."
▲ 홀로 사시는 염영순 할머니 집은 단출하지만 정갈하게 정리돼 있었다. |
ⓒ 최육상 |
할머니가 사시는 거주 환경이 궁금해 새해 이튿날인 지난 2일 오후 할머니 댁을 찾아갔다. 할머니는 방 안에 형광등과 보일러마저 끈 채 생활하고 있었다. 방에는 잠을 자기 위한 보온용 텐트가 놓여 있었다. 어떻게든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모습이었다.
집 안은 단출하지만 정갈했다. 식사는 집에서도 하고 집 바로 옆에 있는 마을회관에서 해결하기도 하고 교인들이 음식을 가져다주기도 한단다. 평소엔 무엇을 하면서 지내시는지 물었다.
"집에서 밥 해 먹고 그냥 청소하고 지내는데, 생활지원사가 일주일에 세 번 집에 와서 도와줘요. 근데 제가 어디 가기가 불편하기도 하고 방도 쬐깐하고 크게 신경 쓸 일은 없으니까 그럭저럭 살아요. 주일에는 교회 가서 사람들 만나는데, 마을 사람들이 제가 혼자 산다고 제 안부를 계속 확인해줘요."
할머니에게 새해 소망이 뭔지 여쭸다.
"소망이라고 뭐 있나요? 혼자 살아보니까…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몰라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지금처럼 살면서 저보다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알리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집사님이 (알리셔서)… 부끄럽네요."
덧붙이는 글 | 전북 순창군 주간신문 <열린순창> 1월 3일 보도된 내용을 수정, 보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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