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제 다시 일본을 공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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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일은 무엇일까.
계속 이야기를 들으면서 일본 사람도 우리를 너무 모른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에게 일본제국주의가 한국을 강점했다고 이야기하면 나오는 가장 흔한 반응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한다.
일본 출산율은 2005년 1.26으로 바닥을 찍은 후 옆걸음질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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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례를 연구하고 대처해야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일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다른 대답을 하겠지만 가장 빈도가 높은 대답 가운데 하나가 출산이 아닐까 싶다. 심지어 성경에도 출산의 고통에 대한 구절이 있다. "여자에게 이르시되 내가 네게 임신하는 고통을 크게 더할 것이니, 너는 고통을 겪으며 자식을 낳을 것…(창세기)". 예전엔 출산 과정에서 산모의 약 7%가 죽었다. 어머니들 상당수가 가장 고통스러운 일로 출산을 꼽는다. 죽을 만큼 아프니 비명을 지른다.
그런데 최근 일본 여성들은 아이를 낳을 때 큰 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본 대학에서 30년 가까이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지인은 "주변에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비명을 억눌러 신음 정도를 내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더불어 살기 위해 남에게 폐를 끼치면 않는다는 일본의 ‘메이와쿠(迷惑)’ 문화는 알고 있다. 그래도 이해하기 힘들다.
계속 이야기를 들으면서 일본 사람도 우리를 너무 모른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에게 일본제국주의가 한국을 강점했다고 이야기하면 나오는 가장 흔한 반응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한다.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십 년 전부터 한결같이 몰랐다고 하지만 예전 몰랐다와 요즘 몰랐다는 다른 맥락이다. 전에는 일제시대 이야기를 한 뒤 일본 학생들과 반성과 한일관계 개선을 주제로 토론을 벌이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은 일본 강점기 이야기를 하면 ‘처음 듣는데 믿을 수 없다’고 한단다. 한국은 문화로 보면 K팝의 나라, 경제로 보면 일본보다 월급을 더 많이 받는 경제강국이다. 일본이 강제로 점령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논리다.
실제 일본 대졸 산업 사원 월급이 22만엔(약 202만1100원) 정도다. 2024년 대한민국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 월급으로 받으면 206만 740원(주40시간 근무기준)이다. 일본 대졸 초봉은 한국 최저임금과 같거나 낮은 수준이다. 확실히 일본은 예전만 못하다. 80년대말 4만5000달러에 달하는 세계 1위 1인당 국민소득을 자랑하던 세계 최고 경제대국 일본은 없다. 이른바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리는 장기 경기 침체의 영향이다. 국민소득 순위는 30위권으로 하락했다. 취업자 평균 임금이 한국보다 낮다.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을 겪은 이유를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장기 저성장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원인은 인구구조다. 인구 중 65세 인구의 비율이 약 30%로 세계 1위다. 반면 출산율은 1.26에 불과하다. 일할 사람은 적고 부양해야 할 사람은 계속 늘어났다.
사실 일본은 이제 저성장의 늪에서 몸을 빼내기 시작했다. 주가,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 임금도 뛰기 시작했다. 일본 출산율은 2005년 1.26으로 바닥을 찍은 후 옆걸음질 치고 있다. 반면 우리 출산율은 2005년 1.08, 2022년 0.78이었다. 더 떨어질 데가 있나 싶지만 아직도 하락중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작년 4분기 출산율이 0.6대로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일본과 우리는 모두 늪 안에 있다. 하지만 일본은 빠져나가는 중이고 우리는 가라앉는 중이다. 일본이 어떻게 늪에서 나갔는지 공부해야 한다.
백강녕 디지털콘텐츠매니징에디터 young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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