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없는 지방의회 갑질 지난해4300회…청렴교육 0% 의회도
특혜와 뇌물, 갑질, 외유성 출장 등 부패의 온상이란 지적을 받아온 지방 의회의 민낯을 드러내는 정부 조사 결과가 4일 공개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날 전국 243개 지방의회 중 92개 광역·기초의회를 대상으로 한 종합청렴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평균 청렴도는 68.5점(100점에 가까울수록 청렴함)으로 낙제점이었다.
권익위는 역대 조사 중 처음으로 지방 공무원과 의회 사무처 직원 조사를 바탕으로 한 ‘지방의회 부패 경험률’도 공개했다. 민감성을 고려해 지난해까지는 각 의회 사무처에 비공개로 전달해왔다. 부패 경험률은 15.51%로 지방의회 관련 공직자 100명 중 약 15명이 부패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지난주 발표된 전국 498개 행정기관 부패 경험률 대비 최대 37배에 달하는 수치다. 정승윤 권익위원장 직무대리는 브리핑에서 “지방 토착형 카르텔 부패가 지방 의정 현장에서 강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권익위는 2013년부터 지방의회 청렴도를 측정해왔다. 종합청렴도는 지역 주민(1만 9964명)과 직무 관련 공직자(7085명) 및 단체 및 전문가(7161명) 등의 설문조사를 근거로 한 청렴체감도와 각 의회가 추진한 부패방지 대책을 담은 청렴 노력도를 더한 뒤 1년간 발생한 부패 현황을 감점해 합산한다. 조사 대상에 오른 전국 17개 광역의회와 기초시의회 75개의 종합청렴도는 68.5점, 청렴체감도는 66.5점, 청렴 노력도는 77.2점에 그쳤다. 정부 행정기관의 평균 종합청렴도(80.5점)와 청렴노력도(82.2점)과 비교할 때 낮은 점수였다.
세부 항목을 따져보면 문제는 더 심각했다.
권익위가 공개한 지자체 공직자들의 지난해 지방의회 부패경험률은 15.51%로 전국 중앙행정기관 부패경험률(외부 민원인 0.42%, 내부 공직자 1.99%) 대비 최대 37배에 달했다. 부패 경험 순으로는 부당업무처리 요구(갑질)가 16.33%·4337회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계약업체 선정 시 부당 관여(9.96%·4430회) ▶특혜를 위한 압력(8.36%·1967회) ▶사적 이익 위한 정보요청(5.05%·1007회) ▶인사 관련 금품 요청(1.11%·336회) 순으로 뒤따랐다. 광역의회보다 기초의회의 부패경험률이 더 높았다. 기초의회에선 경기 안성시 의회(38.16%)가, 광역시 의회 중에선 세종특별시 의회(14.67%)의 부패경험률이 가장 높았다. 서울특별시 의회는 9.82%로 평균 수준이었다. 점수로 측정된 의회운영 부패점수에선 ‘외유성 출장’이 61.9점을 기록하며 가장 박한 평가를 받았다.
‘청렴노력도’도 문제였는데, 지방 의원의 청렴 교육 이수율은 76.8%였고, 15개 의회는 0%였다. 구속된 지방의원의 의정비 지급 제한 조항을 마련한 의회는 92개 중 41개, 징계를 받은 의원에 대한 의정비 감액 규명을 마련한 의회는 31개뿐이었다. 상대평가로 진행된 지방의회 종합청렴도에선 광역시 의회 중엔 경상북도 의회가 1등급을, 경기도 의회와 강원 특별자치도 의회가 최하위인 5등급을 맞았다. 기초시의회에선 강원 동해시, 경기 동두천시, 전남 광양시가 1등급을, 경기 성남·수원·이천시 의회와 강원 태백, 경북 안동·포항시 의회가 5등급을 맞았다.
권익위는 올해 상반기 중 이해충돌·청탁금지법 위반 관련 지방의회에 대한 전방위 조사를 진행한다. 또 243개 지방의회 전체를 대상으로 종합청렴도 평평도 한다. 정승윤 권익위원장 직무대리는 “지방 의회는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감시에서 벗어나 있었다”며 “토착 부패 카르텔이 해소될 때까지 정부의 모든 반부패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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