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V토크] 대한항공 임동혁 "통합 4연패하고 군입대해야죠"
외국인 선수들과 대결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공격 1위에 빛나는 대한항공 임동혁(25)이 통합 다섯 번째 우승 이후 군입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임동혁은 4일 현재 남자부 공격성공률 1위(56.33%)를 달리고 있다. 차단과 범실을 제외하고 계산하는 공격효율(39.80%) 역시 1위다. 리베로 이가 료헤이(한국전력)를 제외한 13명의 외국인 날개 공격수들을 모두 앞섰다.
3일 용인 대한항공 체육관에서 만난 임동혁은 "외국인 선수보다 공격 점유율이 낮으니까 그런 성공률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개인기록보다 팀 성적이 더 먼저다. 사실 기록을 잘 확인하는 편은 아니다. 그래도 주전으로 뛰면서 성공률을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톱5 안에는 계속 들고, 1위도 욕심이 난다"고 말했다.
임동혁의 포지션은 아포짓 스파이커다. 서브 리시브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공격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블로킹도 잘 해야 하는 위치다. 그러다 보니 대다수 V리그 팀은 키가 크고 힘이 좋은 외국인 선수를 쓴다. 자연히 국내 선수들이 성장하기 힘들고, 리시브에 참여하는 아웃사이드 히터로 포지션을 바꾸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임동혁은 데뷔 이후 거의 아포짓으로 뛰었다. 키 2m1㎝의 체격에서 나오는 파워를 살리기 위해서다. 그러다 보니 외국인 선수에 밀려 교체 선수로 나올 때가 많았다. 하지만 임동혁은 매년 성장했다.
특히 올 시즌엔 링컨 윌리엄스(호주)가 부상으로 빠진 사이 팀 공격을 이끌었다. 공격성공률 1위, 백어택 2위에 오른 임동혁은 득점 순위에서도 8위에 올랐다. 국내 선수 중에선 김지한(우리카드) 다음이다. 아시아쿼터 마크 에스페호(필리핀), 링컨의 일시 대체선수 무라드 칸(파키스탄)까지 무려 3명의 외국인이 있지만, 임동혁의 존재감은 확실하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은 그런 임동혁에게 "한국 최고의 아포짓"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임동혁은 "우리 팀 상황(현재 3위)이 좋지만은 않다. 그 말을 듣고 책임감이 무거워졌다"고 했다. 이어 "대한항공은 국내 선수 위주로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그 안에서 내가 공격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고, 내가 안 터지면 힘들어진다. 그래서 어떤 때보다 몸 관리에 신경쓰고 있다"고 했다.
팀 내에서도, 밖에서도 외국인 선수와 경쟁해야 한다. 임동혁은 "스포츠는 경쟁이 기본이다. 다른 팀과의 경기도 경쟁이지만, 같은 포지션에서도 당연히 경쟁을 받아들인다. 외국인 선수보다 조금은 모자라지만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 번에 외국인 선수를 넘기는 어렵겠지만, 조금씩 발전해나가고 싶다"고 했다.
임동혁은 지난해 숨 돌리기 힘들만큼 바빴다. 2022~23시즌 우승 이후 아시아클럽 챔피언선수권에 출전했고, 5월부터는 국가대표팀에 합류했다. 임동혁은 "제일 길게 쉰 게 2주 정도였다"고 했다. 하지만 체력적으로는 지치지 않았다. 임동혁은 "3라운드 때 공을 많이 때렸는데도, 힘든 줄 몰랐다"고 했다.
대한항공은 전인미답의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통합 4연패를 목표로 세웠다. 그러나 우리카드·삼성화재·한국전력 등의 반격이 만만치 않다. 임동혁은 "1위라는 압박감을 받다보니 모든 경기를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것 같다. 경기에서 지니까 움츠러들기도 했다. 좀 더 과감한, 대한항공다운 플레이를 해야할 것 같다"고 했다.
위기를 맞은 팀을 보며 임동혁은 더 잘 해내겠다는 마음을 키웠다. 그는 "우리 팀은 여러 선수가 고르게 활약해 풀어나간다. 그러다 보니 임팩트 있는 한 방은 없다. 그건 내가 할 몫이다. 그래서 세터인 (한)선수, (유)광우 형에게 반격 상황 때는 내게 공을 많이 올려달라고 한다"고 했다.
임동혁은 2017년 제천산업고를 졸업하고, 곧바로 프로에 뛰어들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6시즌을 채워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더 좋은 제안도 뿌리치고, 3년 15억원에 대한항공과 계약했다.
임동혁은 "입단할 때부터 꿈을 키운 곳도 대한항공이고, 실현해줄 수 있는 팀도 대한항공이라 생각해 빠르게 계약했다"고 말했다. 이어 "입단 후 네 번 우승했지만, 챔프전(11경기 61득점)에선 많이 뛰지 못했다. 국내 아포짓으로서 챔프전 우승을 이끄는 게 내 꿈이다. 대한항공은 그걸 해낼 수 있는 팀"이라며 "돈은 나중에도 더 벌 수 있다. 지금은 대한항공에서 뛰는 게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남자배구의 대세는 '99즈'다. 1999년생 김지한, 임성진(한국전력), 임동혁, 박경민(현대캐피탈) 등이 팀의 주축으로 자리잡으면서 국가대표로도 활약중이다. 제천산업고 시절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만 16세)로 뽑히기도 했던 임동혁은 "친구들과 같이 잘 해서 좋다. '황금세대가 없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99년생 친구들이 잘 해서 자극도 된다. '안주하지 말고 더 발전하자. 남자배구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잘하자'는 이야기도 한다"고 했다.
임동혁은 이번 시즌을 마친 뒤 4월 29일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한다. 군복무를 앞둔 그에게 유일한 바람은 팀의 우승이다. 임동혁은 "쉽진 않다. 그래서 더 목표를 이루고 싶다"며 "우승하지 못하면 군대에 가는 마음도 불편할 것 같다. 꼭 이뤄내서 다섯 번째 별을 유니폼에 달겠다"고 말했다.
용인=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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