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노인 간병 걱정없는 나라로 가는 길

조인경 2024. 1. 4.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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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경색을 앓는 노모를 요양병원에 모신 A씨는 매달 병원비로 130여만원을 부담하고 있다.

간병인 1명이 환자 6명을 돌보는 방식인데, 폐렴이 심해져 1인 병실을 사용한 기간엔 간병인을 따로 두느라 간병비만 한 달 400만원이 넘었다.

오는 7월부턴 개인이 전액 부담하는 요양병원 입원환자의 간병비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시범 사업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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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경 산업부문 콘텐츠매니저

뇌경색을 앓는 노모를 요양병원에 모신 A씨는 매달 병원비로 130여만원을 부담하고 있다. 간병인 1명이 환자 6명을 돌보는 방식인데, 폐렴이 심해져 1인 병실을 사용한 기간엔 간병인을 따로 두느라 간병비만 한 달 400만원이 넘었다. A씨는 “은퇴한 자식 입장에서 과연 언제까지 병원비를 댈 수 있을지, 병세가 악화하면 간병비는 얼마나 더 필요할지 두렵다”고 했다.

정부가 지난 연말 ‘간병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간병 부담 경감 방안을 발표했다. ‘간병 파산’ ‘간병 지옥’을 넘어 ‘간병 살인’이라는 비극적인 말이 나올 정도로 간병이 사회문제화되자 꺼내든 대책이다.

우선 간호사가 간병 업무를 맡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확대 개편해 중증 수술환자, 치매·섬망환자 등 중증 환자들이 간병인을 고용하지 않아도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엔 일부 병동에서만, 상대적으로 경증 환자들이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이용했다. 작년 230만명 수준이었던 이용자를 2027년 400만명까지 늘려 간병비 부담을 10조7000억원(2024~2027년) 줄이는 게 목표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이용하면 개인적으로 간병인을 고용하는 대신 건강보험을 적용받아 하루 2만원가량만 더 부담하면 된다. 다만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충분한 인력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오는 7월부턴 개인이 전액 부담하는 요양병원 입원환자의 간병비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시범 사업을 시작한다. 1년6개월간 요양병원 10곳에서 환자 600명을 대상으로 운영한 뒤 2027년 1월부터 본 사업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하지만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충당하느냐가 문제다. 요양병원 간병비에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할 경우 연간 최대 15조원이 소요된다는 게 보건복지부 계산이다. 올해부터 적자가 시작돼 2028년이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는 건보 재정에 부담을 더하는 셈이라 이에 대한 대안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요양병원(건강보험)과 요양원(장기요양보험)으로 이원화된 현재의 노인돌봄 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 요양병원의 간병비만 지원하면 외래 진료만 받아도 되는 환자가 굳이 장기간 입원하는 ‘사회적 입원’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나치게 시설이나 병원에 의존하는 현재의 노인돌봄 시스템 대신 노인이 집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요양보호사의 돌봄 시간을 늘려주고, 간호사나 의사가 방문해 건강을 관리해주는 재가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간병비만 급여화하면 결국 정부가 노인들을 요양병원으로 등 떠미는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앞서 2000년 ‘개호(介護, 돌봄·간병)보험 제도’를 도입한 일본은 간병서비스가 필요한 노인에게 급여의 70~90%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간병을 사회 전체가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노령인구 급증으로 제도 도입 당시보다 간병비 부담이 4배나 급증하면서 최근엔 보험료 인상은 물론 돌봄인력 확보를 위해 간병인 급여 인상까지 검토 중이다. 한 번에 완벽한 제도가 자리 잡긴 어렵겠지만 우리도 서둘러 간병을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당장 올해 우리나라 노인 인구는 1000만명을 넘어선다. 내년에는 전체 국민 중 노인 인구 비중이 20.6%까지 늘어 본격적인 초고령사회(전체 인구 중 노인 인구 20% 이상)로 진입한다.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다.

조인경 산업부문 콘텐츠매니저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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