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 여주인 살해 후 '설탕' 뿌린 그놈…12년만에 잡고보니

김윤호 2024. 1. 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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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사건이 일어난 울산 시내 현장. 사진 울산경찰청

다방 여주인을 살해하고, 장난치듯 시신에 설탕까지 뿌리고 달아난 괴한이 12년 만에 붙잡혔다. 울산경찰청은 경남 양산에서 A씨(55)를 검거해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2012년 1월 울산 시내 한 다방에 손님으로 들어가 50대 여주인을 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다.

해당 사건은 12년 전 미스터리한 현장으로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 목 졸린 흔적의 시신, 시신에 뿌려진 흰색 가루(설탕), 외부 침입 흔적이 없고 돈이 든 통장이 남아 있다는 점 등 의문 투성이었다. 경찰은 다방 주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고 목격자 등을 탐문했지만, 범인 흔적을 찾지 못했다. 이 사건은 결국 장기 미제로 남았다.

12년 전 살인사건이 일어난 울산 시내 현장. 사진 울산경찰청

여관서 혼자 생활하는 50대
조사결과 당시 40대인 A씨는 일용직 근로자로, 주로 여관에서 생활하며 지냈다고 한다. 그러던 중 2012년 1월 9일 오후 9시27분쯤 울산 시내 한 상가 2층에 있던 다방(100여㎡)에 찾아갔다. 다방에는 50대 여주인 혼자 있었다. 그는 여주인에게 성 관련 요구를 했다. 그런데 여주인이 이를 거절하면서 다툼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A씨가 여주인을 때렸고 목을 졸라 살해했다. 그는 범행 후 테이블에 있던 설탕통을 집어 들고 숨진 여주인 몸에 뿌렸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여주인 손톱에서 A씨의 피부 조직 일부가 검출됐는데, 생사를 건 반항 흔적 같았다"고 전했다.

이렇게 여주인을 살해한 그는 다방에 있던 열쇠 꾸러미를 챙겨 들고 밖으로 나가, 출입문을 잠갔다. 그러곤 곧장 길을 건너 인근 술집으로 가서 술을 마셨다. 외부 침입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고, 돈이 든 통장이 다방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다방 주변에 폐쇄회로(CC)TV가 있었지만, 동서남북 한 방향씩 10초씩 비추고 돌아가는 방식이어서 A씨 모습이 촬영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주인 손톱 피부조직이 단서

12년 전 살인사건이 일어난 울산 시내 현장. 사진 울산경찰청

경찰이 12년 만에 A씨를 범인으로 특정할 수 있었던 건 여주인 손톱에 남겨진 피부 조직이었다. 2012년 과학 수사 기법으론, 소량의 피부조직 만으론 유전자를 정교하게 감식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후 과학수사 기법이 발달했고, 경찰은 재감정을 진행해 A씨 인적사항을 확인했다. 경찰 측은 "A씨 인적사항을 토대로 사건 관계자 300여명을 만나고, 행선지 500여 개소를 찾아다녀 증거를 수집해 지난달 경남 양산에서 그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A씨는 경찰에서 "술김에 피해자와 시비가 돼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전주 한 파출소에 근무 중이던 백모 경사를 살해한 혐의로 B씨를 21년 만에 특정해 검찰에 송치하는 등 최근 장기미제 사건을 잇달아 해결하고 있다. 살인죄는 공소시효가 없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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