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린 이란 추모식 폭발 배후 아니다" 중동 확전 우려 차단

강태화 2024. 1. 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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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3일(현지 시간)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쿠드스군 사령관이던 가셈 솔레이마니 4주기 추모식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와 관련해 제기되는 미국의 배후설에 강하게 선을 그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이란 남부 도시 케르만 사힙 알 자만 모스크 인근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미국 당국은 즉각 미국과 이스라엘이 연루됐을 가능성을 부인했다. 연합뉴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 폭발에 대해 구체적으로 아는 단계가 아니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고 누가 책임이 있는지 등에 대해 아직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1시간 넘게 이어진 브리핑 내내 미국 또는 이스라엘과의 연관성과 관련한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그러자 커비 조정관은 “이스라엘을 대변할 위치는 아니나, 이스라엘이 연루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중동에 대규모 군사·정보망이 가동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모식에 폭력 사태가 일어날 거란 징후도 보지 못했다”며 이번 사건이 미국과 무관하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미 국무부도 별도 브리핑을 통해 미국 또는 이스라엘이 배후일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은 이번 일과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없고,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고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등에 대해선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국무부 브리핑에서도 미국·이스라엘의 연루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이 이어졌는데, 밀러 대변인 역시 “터무니 없다”, “가정적 질문에 답하지 않겠다”는 등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사건 발생 직후 백악관까지 나서 미국이 연루됐을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한 배경은 이번 사태가 자칫 중동에서 확전의 계기가 될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풀이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3일(현지 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 폭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아는 단계가 아니고, 누가 책임이 있는지 등에 대해 아직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며 미국과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연합뉴스


실제 커비 조정관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 도중 이번 사건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확대될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즉각 “우리는 이번 전쟁이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넘어서 확대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이를 위해) 미국은 중동에 상당한 군 태세를 구축했고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조심스러운 미 당국의 공식 입장과 달리, 이날 고위 당국자가 익명으로 진행한 브리핑에서는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IS)가 테러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이날 온라인 브리핑에 참석한 미 당국의 고위 당국자는 기자들에게 “이번 폭발은 테러 공격이자, 과거에 보았던 IS의 행동 양태로 보인다”며 “이것이 현재 우리의 추정”이라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ISIS는 이란의 주축인 시아파와 경쟁 관계에 있는 수니파 계열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다. ISIS는 2014년 국가 수립을 선포하며 한때 이라크와 시리아 영토의 3분의 1을 통제하기도 했지만, 2019년 미국이 지원한 시리아 쿠르드족 민병대와 이라크군에 의해 패퇴한 뒤로는 게릴라전을 이어오고 있다.

아직 100명 이상이 사망한 이번 폭발의 주체라고 주장하는 단체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란 국영방송도 “가스 폭발인지 테러에 의한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전하는 등 신중한 입장이다. 다만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성명을 통해 “사악하고 범죄적인 적들이 다시 한번 재앙을 만들어냈다”며 사실상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그는 이번 테러의 배후가 사실상 이스라엘이라고 의심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EPA=연합뉴스

그러자 백악관은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해 관련 상황을 공유한 사실을 공개하며 확전을 차단하기 위한 정상 차원의 조치가 가동되고 있음을 알렸다. 또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문제 보좌관인 아모스 호치스타인이 이르면 4일 이스라엘을 방문하고, 같은 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중동으로 급파돼 상황을 조율할 예정이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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