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삼의 법칙’ 만든 삼 “美연착륙...5월부터 올해 금리 1%P 인하 전망”

뉴욕=조슬기나 2024. 1. 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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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경제진단 석학 인터뷰②
클라우디아 삼 박사
"Fed 점도표 상 인하 전망, 약해"
연말까지 1%P 이상 낮출 것으로
첫 인하 시기로는 3월 아닌 5월 제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더 빨리 둔화하면서 한 해 동안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더 많이 인하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것이다. 점도표(Dot Plot)에서 예고한 0.75%포인트 인하 전망은 꽤, 꽤 약하다(pretty, pretty weak)."

Fed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클라우디아 삼 박사는 2024년 새해를 앞두고 아시아경제와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연착륙(Soft Landing)이 다가오고 있다. 아직 연착륙하지 않았지만, 새해에 착륙하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삼 박사는 실업률을 기준으로 미국의 경기침체 여부를 감지하는 이른바 ‘삼의 법칙(Sahm’s rule)’을 고안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스타 경제학자이자 SAHM(Stay-at-Home Macro) 컨설팅의 창업자다.

클라우디아 삼 박사 [이미지제공=클라우디아 삼]

삼 박사는 "Fed는 지금도 금리를 낮출 수 있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당장 인하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Fed가 물가안정 목표 2% 달성을 위한 지속적인 진전을 반드시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예상보다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대해서는 "연착륙에 대한 이야기"라고 요약했다. 앞서 Fed는 12월 FOMC에서 금리를 기존 5.25~5.5%로 3연속 동결하는 한편 2024년 말 금리 전망치를 4.6%로 낮춘 상태다. 한 해 동안 0.75%포인트 인하가 가능함을 예고한 셈이다.

이에 대해 삼 박사는 "0.75%포인트는 꽤 약하다"면서 오는 5월부터 연말까지 총 1%포인트 이상의 금리 인하가 단행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 목표 2% 달성을 위한 마지막 구간, 즉 ‘라스트 마일(Last mile)’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Fed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2024년 잇달아 금리 인하를 검토하면서 자칫 내년 미국 경제와 글로벌 경제의 최대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도 짚었다. 그는 "인하 조치를 시작하면서 상황이 흔들릴 수 있는 리스크가 존재한다"면서 "또 다른 리스크는 미국 대선을 비롯한 선거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경제가 정치로 포장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래는 삼 박사와의 일문일답.

-2024년 한 해 동안 가장 큰 경제 리스크는 무엇인가.

▲두 가지가 있다. 먼저 금리 인하다. Fed, 유럽중앙은행(ECB), 영란은행(BOE) 등 앞서 금리를 빠르게 올린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이제 언제 금리를 인하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 인하 조치를 시작하면서 경제 상황, 금융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 또 다른 위험은 선거다. 2024년에는 미국의 대선이 열린다. 분열이 심화할 수 있고, 경제가 정치로 포장될 수 있다.

-글로벌 경제 차원에서는 무엇을 우려하고 있나.

▲모든 것이 인플레이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금상승률이 높은 노동시장 구조를 가진 국가들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재반등하거나 디스인플레이션 속도가 늦춰지는 리스크가 있다. 만약 인플레이션이 어떤 식으로든 이어진다면 중앙은행은 고금리를 지속해야 한다. 이는 항상 침체 리스크를 갖게 됨을 뜻한다. 나는 경기침체 리스크가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더 실제적(more real)이라고 본다. 유럽·영국 등이 우려된다. 중국 경제 역시 좋지 않아 보인다. 또한 중국 경제의 부진은, (아시아를 비롯한) 일부 국가들에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다.

-미 경제가 Fed의 자신감처럼 연착륙할 수 있을까.

▲아직 연착륙하지 않았지만 2024년에 착륙하게 될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연착륙은 인플레이션이 2% 이하, 또는 근접한 수준에 있고 실업률은 4% 이하일 때다. 우리는 지금 활주로를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수요가 아니라) 공급 측면에서 코로나19 충격,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것이다. 경제는 무너지지 않았고, 노동시장은 여전히 견조하다. 2023년은 연착륙으로 가는 길이었다고 본다. 다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같은 일이 발생하면 연착륙은 보장되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FOMC가 예상보다 비둘기파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2021년 이후 FOMC 중 가장 낙관적이었다. 12월 FOMC는 연착륙에 대한 이야기였다. 지금까지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더 높은 실업률을 감내할 것이라는 게 암묵적인 이야기였다. 하지만 (12월 FOMC를 볼 때) 이제 우리는 (금리 인하를 위해) 추세 이하의 저성장이, 더 높은 실업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점도표 내 점들도 조금 더 가까워졌다. 하지만 여전히 2명이 2024년 금리 인하가 없다고 보는 등 상당한 견해차도 남아 있다.

-시장에서는 3월에 첫 금리 인하가 단행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인된다. 언제 인하가 가능할까.

▲3월로 예상하지 않는다. Fed로서는 더 많은 데이터를 보고자 할 것이다. 금리 인하는 5월에 전적으로 가능할 것(entirely possible)이다. 다만 3월 중순이냐, 5월 초이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우리는 그런 정밀한 상황에 놓여있지 않다. 솔직히 말해 Fed는 지금도 금리를 낮출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당장 인하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Fed가 물가안정 목표 2% 달성을 위한 지속적인 진전을 반드시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한 해 동안 금리 인하폭은 얼마로 예상하는가.

▲총 1%포인트 이상 인하할 것 같다. 신년에는 인플레이션이 더 빨리 둔화하면서 Fed가 금리를 더 많이 인하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것이다. (점도표에 담긴) 0.75%포인트 인하 전망은 꽤, 꽤 약하다.

-물가안정 목표 2%를 달성하기 위한 라스트 마일이 힘들 것이라고 보나.

▲지난해 12월 FOMC 기자회견에서도 같은 질문이 나왔고, 파월 의장은 "흥미롭다"고 말했다. 이는 기자회견의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순간이자, 비둘기파적인 모멘트 중 하나였다. 나 역시 라스트 마일이 가장 힘들 것이라고 보지 않기에 이 부분이 매우 주목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인플레이션이 수요에 따른 것이라면 라스트 마일이 좀 더 어려울 수 있겠지만 아시다시피 나는 그쪽 견해가 아니다.

-시장에서는 당신이 만든 ‘삼의 법칙’을 경기침체 예측 지표로 주목하고 있는데.

▲시장이 보는 경기침체 지표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만든 것은 불황에 빠진 가계를 돕기 위해, 즉각 재정 부양책을 취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었다. 침체가 시작되는 즉시 부양책을 가동하는 자동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위한 지표가 필요해 만든 것이다.

언제 침체가 올 것이냐는 질문을 계속 받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침체가 발생하면 뭘 해야 하는지는 묻지 않아, 답답함을 느낀다. 이런 법칙은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자연적 법칙이 아닌, 경험적 패턴이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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