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경기 6승 2패' 기업은행, 봄 배구 향한 진격
[양형석 기자]
지난 시즌 정규리그 1, 2위에 올랐던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이번 시즌에도 상위권 후보로 꼽혔고 시즌 중반까지 선두경쟁을 벌이고 있다. 박정아(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가 팀을 떠나면서 화력이 약해진 '디펜딩챔피언'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의 고전도 어느 정도 예상된 부분이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하위권에 머물렀던 GS칼텍스 KIXX와 IBK기업은행 알토스의 약진을 예상했던 배구팬은 그리 많지 않았다.
지난 시즌 5위였던 GS칼텍스는 외국인 선수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현대건설)와의 재계약을 포기했고 아시아쿼터에서도 전력에 도움이 될 만한 선수를 선발하지 못했다. 하지만 새 외국인 선수 지젤 실바가 득점(568점)과 공격성공률(46.23%),서브(세트당 0.37개) 1위를 달리며 최고의 활약을 해주고 있다. 여기에 토종선수 득점 3위(296점)에 올라있는 '캡틴' 강소휘도 토종에이스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주며 3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5위와 6위에 머물며 봄 배구에 초대받지 못했던 기업은행의 선전도 돋보인다. 기업은행은 이번 시즌 20경기를 치르면서 11승 9패의 성적을 기록 중인데 첫 7경기에서 2승 5패로 시즌을 시작한 후 최근 13경기에서 9승 4패를 기록했을 정도로 시즌을 치를수록 경기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지난 2021-2022 시즌 도중 기업은행에 부임한 김호철 감독의 배구가 드디어 꽃을 피우고 있다는 뜻이다.
▲ 기업은행은 지난 시즌 간판스타 김희진이 무릎 부상으로 고전하면서 7개 구단 중 6위에 머물렀다. |
ⓒ IBK기업은행 알토스 |
김호철 감독은 팀 분위기가 최악이었던 2021년 12월 8일 기업은행의 4대 감독으로 부임했다. 아무리 김호철 감독이 이탈리아 프로팀과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남자 대표팀을 이끌면서 지도력을 인정 받았지만 여자팀을 지도하는 것은 처음이라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게다가 김호철 감독 부임 당시 기업은행은 외국인 선수가 레베카 라셈(ASP 테티스)에서 달리 산타나(PFU 블루캣츠)로 막 교체된 상황이라 전력도 불안정했다.
4라운드까지 6승 19패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기업은행은 5라운드에서 5승 1패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 11승 21패로 신생팀 페퍼저축은행과 김연경이 없는 흥국생명을 제치고 5위로 시즌을 마쳤다. 기업은행 팬들은 내심 김호철 감독이 풀타임으로 팀을 이끄는 2022-2023 시즌 도약을 기대했지만 기업은행은 FA시장에서 전력보강에 실패했고 새 외국인 선수 아나스타시아 구르바노바마저 기량미달로 시즌 개막 전에 퇴출되고 말았다.
결국 기업은행은 2021-2022 시즌 대체 외국인 선수로 활약했던 산타나를 재영입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산타나는 지난 시즌 606득점(6위)과 함께 49.02%의 리시브효율(6위)을 기록하며 '여제' 김연경(흥국생명)과 아웃사이드히터 부문 BEST7에 선정되며 기대 이상으로 활약했다. 표승주 역시 토종선수 득점 2위(529점)에 오르며 데뷔 후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지난 시즌 6위로 오히려 순위가 떨어지고 말았다.
지난 시즌 기업은행 부진의 원인은 간판스타 김희진의 부상이 결정적이었다. 지난 시즌 기업은행의 붙박이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약할 예정이었던 김희진은 무릎부상으로 28경기에서 251득점을 올리는 데 그쳤고 2월에 수술을 받으면서 조기에 시즌을 마감했다. 조송화 이탈 후 주전세터로 낙점된 김하경 세터 역시 봄 배구를 노리는 팀의 풀타임 주전세터로 활약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적지 않았다.
▲ 태국 국가대표 세터 폰푼은 기업은행의 주전세터로 자리 잡으며 아시아쿼터 1순위의 위용을 보여주고 있다. |
ⓒ 한국배구연맹 |
기업은행 부임 후 원하는 방향으로 팀을 운영하지 못했던 김호철 감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한꺼번에 2가지 행운이 찾아왔다. 이번 시즌 처음 시행된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모두 1순위 지명권을 따낸 것이다. 기업은행은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태국의 국가대표 주전세터 폰푼 게드파르드를,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는 왼손잡이 아포짓 스파이커 브리트니 아베크롬비를 지명하면서 전력을 강화했다.
미들블로커 김수지(흥국생명)가 팀을 떠났지만 FA시장에서 '밍키' 황민경을 영입한 기업은행은 이번 시즌에도 3연패로 출발하면서 지난 두 시즌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특히 페퍼저축은행과 GS칼텍스 등 지난 시즌의 하위권 팀들이 분발하면서 자칫 최하위로 추락하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1라운드 2승4패에 머물렀던 기업은행은 2라운드 3승 3패에 이어 3라운드에서 5승 1패로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기업은행 상승세의 일등공신은 역시 1순위 외국인선수 아베크롬비다. 아베크롬비는 이번 시즌 득점 2위(532점), 공격성공률 4위(42.90%), 서브 2위(세트당0.26개)를 달리며 기업은행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시즌 초반 동료들과 호흡이 맞지 않아 다소 고전했던 폰푼 세터 역시 시즌을 거듭할수록 수준 높은 토스와 다양한 공격루트로 기업은행의 플레이를 더욱 다채롭게 만들고 있다. 세터 출신 김호철 감독 역시 폰푼에게 절대적인 신임을 보내고 있다.
김수지가 없는 이번 시즌 미들블로커 최정민의 성장은 기업은행 팬들을 가장 기쁘게 하는 부분이다. 최정민은 미들블로커로는 크지 않은 179cm의 신장에도 이번 시즌 양효진(현대건설)을 제치고 블로킹 부문 1위(세트당 0.87개)를 달리고 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2년 9억 원의 조건에 영입한 FA 황민경도 서브리시브에서 큰 도움이 되고 있고 '조커' 육서영도 코트에 들어올 때마다 알토란 같은 활약을 통해 경기 흐름을 바꾸고 있다.
3일 현재 4위에 올라있는 기업은행은 최근 8경기에서 6승 2패의 상승세를 타면서 3위 GS칼텍스를 승점 6점 차이로 추격하고 있다. 물론 승점 4점 차이로 기업은행을 쫓고 있는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에 대한 견제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러시아특급' 안나 라자레바(베이징 BAIC 모터)가 이끌었던 2020-2021 시즌 이후 봄 배구에 나서지 못했던 기업은행은 김호철 감독의 배구가 만개한 이번 시즌 3년 만에 봄 배구의 향기를 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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