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기 품었습니다” 3부까지 내려갔던 아픔 딛고…‘프로 재도전’ 나선 제갈재민 [IS 인터뷰]
김명석 2024. 1. 4. 07:03
“정말 독기 품고 도전해 봐야죠.”
프로축구 K리그1 제주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제갈재민()의 결연한 각오다. 3년 만에 다시 프로 데뷔의 기회가 찾아온 만큼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2~3년간 많은 아픔이 있었다. 다시는 이런 일을 겪고 싶지 않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나 또한 많이 열심히 하고 성실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가 언급한 ‘아픔’은 프로구단에 입단까지 하고도 데뷔는 하지 못한 채 세미프로 K3리그를 전전한 시간들이다. 그는 전주대 재학시절이던 지난 2021년 자유계약 선발을 통해 대구FC에 입단한 경력이 있는 선수다. 제천제일고 시절 춘계고등축구연맹전 득점왕, U리그 왕중왕전 득점왕 등 화려한 이력을 가진 신인이기도 했다.
그러나 프로의 벽은 높았다. 그에겐 끝내 프로 입성 첫 시즌 프로 데뷔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 결국 한 시즌 만에 대구 구단과 계약이 만료돼 팀을 떠났고, 세미프로인 K3리그 김해시청으로 향했다. 대구와 계약하며 느꼈던 프로 진출의 기쁨은 1년 만에 사라졌다. 언제 다시 프로 무대로 향할 수 있을지 모르는 불안감과도 맞서야 했다.
그야말로 절치부심했다. 김해시청과 당진시민축구단을 거쳐 지난해 FC목표 유니폼을 입으며 두 시즌 동안 K3리그 무대를 누볐다. 다시 프로 무대로 복귀하겠다는 목표만 가지고 죽도록 뛰었다. 그라운드를 누비며 공격 포인트를 쌓는 것뿐만 아니라 선수로서 성장하는 시간도 됐다.
K3리그 2년 차인 지난 시즌. 목포 유니폼을 입고 마침내 값진 성과를 올렸다. 지난 시즌 12골을 터뜨리며 K3리그 득점왕에 올랐고, K3리그 베스트11 미드필더로도 선정됐다. 팀은 우승과 인연이 닿지 않았는데도 K3리그 최우수선수상(MVP) 영예까지 품었다. 이같은 활약은 제주 구단의 러브콜, 그리고 프로 재진출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제갈재민은 “다시 프로에 복귀하게 돼서 너무 뜻깊고 좋다”면서 “지난 2년 동안 정말 많은 걸 배우고 느꼈다. 프로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지 스스로 많이 배웠다. 앞으로는 승승장구해서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이어 그는 “지난 2년 간 선수로서 많이 성숙해진 것 같다. 멘털적인 부분 등 여러 가지로 많이 배웠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아픔이 많았다. 그런 걸 통해서 스스로 성장한 것 같기도 하다. 심리나 정신적인 부분도 예전에 비해서는 강해졌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자신만큼이나 마음고생이 심했을 가족들에게도 값진 선물이 됐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컸다. 제갈재민의 어머니는 지난달 K3리그 시상식에도 직접 참석했다. MVP를 발표하는 순간 아들의 이름이 호명되자 환호와 함께 기쁨의 눈물을 쏟아 화제가 됐다.
제갈재민은 “저도 힘든 시간이 많았는데, 부모님께서도 힘든 시간이 많았다. 시상식 때도 제가 MVP를 받아서 많이 기뻐하셨는데, 이렇게 다시 K리그 무대에 복귀하게 되면서 정말 많이 좋아해 주셨다”면서 “축하도 해주시지만 모든 가족들이 ‘이제 시작이다’라는 말씀들을 해주셨다. 정말 이제 또다시 시작인 거니까 잘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시상식 때 눈물을 흘린 건 비단 어머니뿐만 아니었다. 지난 시즌 목포에서 사제의 연을 맺었던 조덕제 감독도 제자의 MVP 수상에 눈물을 감췄다. 이제는 조 감독의 품을 떠나 김학범 감독과 동행을 이어가야 한다.
제갈재민은 “제주 입단이 확정됐을 때 조덕제 감독님이 ‘정말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해주셨다. 동시에 조금은 아쉬워하셨다. 저를 많이 키워주려고 하셨고, 더 도와주려고 하셨기 때문”이라며 “프로에 갔을 때 경쟁력 있게 살아남으려면 많이 고쳐야 한다고 하셨다. 이제 40% 정도 고쳐주고 바꿔줬다고 하시더라. 그런 부분에서 조금 아쉬워하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조 감독님은 ‘가서 잘해야 되는 무대고, 해내야 하는 자리다. 그저 하던 대로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포기하지 않고 하다 보면 항상 언젠가는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조 감독님께 정말 많은 걸 배웠다. 멘털적인 부분이나 기술, 체력적인 부분 등 모든 걸 많이 고쳐주셨다. 40%라고 하셨지만, 남은 건 스스로 찾아서 고쳐 나가야 한다”며 “김학범 감독님은 처음 뵙고 인사를 드렸을 때 ‘열심히 성실하게 하라’고 해주셨다. 선수들에게 농담도 하시고 장난도 치려고 하신다. 이제 김학범 감독님 밑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제갈재민에겐 도전의 시즌이지만, 동시에 팬들의 적잖은 기대를 받게 될 시즌이기도 하다. K3리그 MVP와 득점왕, 베스트11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스피드나 측면에서 스피드를 살린 돌파에 자신이 있다. 양발을 가리지 않고 슈팅하는 것도 잘 때리는 편이다. 그런 걸로 많은 득점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이제 남은 건 K리그1 무대에서 자신의 강점을 살려 프로 데뷔 기회를 잡고, 나아가 자신의 이름을 팬들에게 각인시키겠다는 목표들이다. 제갈재민은 “K리그 데뷔라는 건 정말 꿈만 같은 일이다. 정말 열심히 하고 성실히 준비해서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하루빨리 경기장에서 팬들 앞에서 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며 “나아가 K리그1 무대에서 더 많은 경기를 뛰면서 팬분들의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선수가 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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