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식품비 90만원 육박…"살 떨리는 외식비, 집밥족 늘었다"

구은모 2024. 1. 4.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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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식품비 87만원…전년比 5%↑
작년 소득 1.2% 찔끔 오를 때… 먹거리 물가 6%대 상승

#직장인 이문규(37)씨는 최근 요리 실력이 부쩍 늘었다. 퇴근 후 집에서 직접 저녁 식사를 준비해 차려 먹는 일이 늘었기 때문이다. 맞벌이를 하는 이 씨는 몇 달 전만 해도 퇴근길에 아내와 집 근처에서 만나 외식을 하거나 포장해온 음식으로 저녁 식사를 해결하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외식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상승하면서 가계 운영에도 위기가 감지됐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번거롭더라도 집에서 직접 만들어먹는 빈도를 늘려야겠다는데 아내와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이 씨는 “식재료 비용도 만만치는 않지만 둘이서 해먹다보니 전체 식비는 확실히 줄어들었다”며 “조금 더 건강하게 먹는다는 장점도 있어 앞으로도 요리해 먹는 횟수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계의 월평균 식품비 지출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서민들의 먹거리 물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소득 증가율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가운데 식품 물가는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다. 특히 외식비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식재료를 구입해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는 '집밥족'은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고물가에 가구당 한 달 식비 87만원…"역대 최대"

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우리나라 가구의 명목 식품비 지출액은 가구당(1인가구 포함) 월평균 87만198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3분기 지출액(83만2000원)을 경신한 역대 최대치로 직전 분기 대비 9.0% 증가했고,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도 4.5% 증가한 수치다. 가구의 월평균 식품비 지출액은 2019년부터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물가 변동의 영향을 제외한 작년 3분기 가구당 실질 식품비 지출액도 73만6026원으로 2분기 대비 7.1% 증가했다. 이계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가구의 명목 식품비 지출액과 실질 식품비 지출액은 2019년 1분기부터 2021년 1분기까지 유사한 추이를 보이다가 이후 점점 격차가 커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식품 소비자물가지수가 2021년 1분기 이후부터 2023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가 상승 속도는 가파른 데 반해 소득 증가 속도는 이에 한참 미치지 못하면서 가계의 식비 지출 부담도 빠르게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중 대표 먹거리 지표인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6.8%로 전체(3.6%)의 1.9배를 기록했고, 외식 물가 상승률도 6.0%로 1.7배로 조사됐다. 이는 가공식품·외식 등 먹거리 물가 부담이 다른 품목에 비해 그만큼 컸다는 의미다.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은 3.1%로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과일 물가 상승률은 9.6%로 높았다.

높은 먹거리 물가 상승률과 비교해 소득은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3분기 전체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평균 393만1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 늘었다. 4분기 소득이 남아 있지만 증가율이 큰 차이를 보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처분소득은 전체 소득에서 이자나 세금 등을 뺀 것으로 소비나 저축에 쓸 수 있는 돈을 뜻한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식품비 지출 확대 부담은 저소득층에게 더 크게 다가왔다. 지난해 3분기 실질 식품비 지출액은 2분기 대비 모든 소득분위에서 증가했지만 1분위의 경우 12.4%, 2분위는 11.5% 증가해 저소득 분위에 속하는 가구의 실질 식품비 지출액이 4분위(3.6%), 5분위(6.7%) 등 다른 소득 분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얇아진 지갑 사정…외식보다 집밥

물가 상승세로 식비 부담이 커지면서 외식보다는 식재료를 구입해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해 먹는 경향도 짙어지고 있다. 식품비를 신선식품(농·축·수산물)과 가공식품, 외식으로 구분해 실질 지출액을 살펴보면 작년 3분기 신선식품의 월평균 지출액은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3.7% 증가했고 가공식품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외식 지출액은 2.1% 감소했다. 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며 외식 소비 비중이 증가 추세를 보였지만, 지난해부터 물가 부담이 가중되면서 외식 소비는 감소하고 내식 소비(신선 및 가공식품)가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외식업체들은 연중 가격 인상을 이어가며 소비자의 외식비 부담을 키웠다. 대표 외식 메뉴인 치킨은 bhc가 지난달 29일부터 3000원 안팎 인상에 나서면서 주요 브랜드의 제품 가격이 일제히 2만원대로 오르게 됐다. 앞서 BBQ는 2022년 5월 전 품목 가격을 2000원 올렸고, 교촌치킨도 지난해 4월 품목별로 최대 3000원까지 인상했다.

햄버거 업계도 지난해 가격 인상이 이어졌다. 맥도날드는 2월 일부 제품의 가격을 평균 5.4% 올린 데 이어 11월에도 버거 4종, 맥모닝 메뉴 1종 등 총 13개 메뉴 가격을 평균 약 3.7% 올렸다. 신세계푸드의 노브랜드 버거도 버거 메뉴 가격을 평균 4.8%, KFC는 버거와 치킨 제품 가격을 100~200원가량 올렸고, 롯데리아 역시 불고기버거 등의 가격을 평균 5.1% 인상했다. 이밖에 맘스터치도 제품 43종 가격을 평균 5.7% 올렸다.

프랜차이즈 외식 품목 외에 서민 대표 메뉴들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에 따르면 서울 기준 자장면 1인분의 가격은 2022년 말 6569원에서 지난해 11월 7069원으로 7.6% 올랐다. 같은 기간 비빔밥은 9923원에서 1만577원으로 6.6%, 김밥은 3100원에서 3292원으로 6.2% 인상됐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022년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외식 산업이 반등했으나 지난해 급격한 외식 물가 상승으로 인한 수요 감소가 나타났다”며 “내수 소비 경기가 둔화하고 외식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당분간 부진한 외식과 반비례하며 집밥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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