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3막 기업]4050 남성의 패션 도우미 '애슬러'
"▲가파르게 증가하는 인구 비중 ▲MZ세대(밀레니얼+Z세대)보다 2.4배 높은 경제력 ▲'나'를 위해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음 ▲백화점 VIP의 68% 이상을 차지"
지난달 28일 만난 스타트업 '바인드'의 김시화(25) 대표는 40·50대 남성의 특징을 이렇게 정리하며 4050 남성 온라인 패션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설명했다. 바인드는 4050 세대를 위한 남성 패션 플랫폼 '애슬러'의 운영사다.
지난해 출시된 애슬러는 '제2의 삶을 살아가는 4050 액티브 시니어 남성 패션 버티컬 커머스'라는 슬로건을 갖고 있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4050 남성 평균 월간 모바일 구매 건수는 2.9건에서 4건 이상으로 증가했으며, 이전과는 달리 이들의 60% 이상이 온라인 결제를 즐겨하게 됐다는 분석결과가 있었다"며 "이 시장에서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4050 남성 패션 커머스 시장에 진출한 계기는.
▲중년 여성의 경우 패션 애플리케이션 '퀸잇' 이후로 비슷한 커머스 서비스가 많이 등장했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왜 중년 남성을 위한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부족할까? 일단 남자는 옷 스타일 자체가 여자만큼 다양하지 않다. 그리고 우리가 자체적으로 분석한 결과 여성은 혜택 비교에 강해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고, 남성은 소수 플랫폼에 대한 충성도가 높았다. 남성이 평균적으로 사용하는 쇼핑앱은 2개, 여성이 평균적으로 사용하는 쇼핑앱은 6.9개더라. 예를 들어 젊은 남성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패션앱이 '무신사'인데, 점유율 40% 이상을 차지한다. 2등부터는 점유율이 확 떨어진다. 반면에 여성은 '브랜디', '지그재그' 등등 점유율이 분산돼있다. 여기서 사업의 키를 찾았다. 4050 남성의 점유율을 끌어모으는 패션앱을 만들자는 결론을 냈다.
-창업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창업 과정도 궁금하다.
▲창업 전형으로 UNIST(울산과학기술원)에 합격해서 다녔고, 졸업 후 연구소와 컨설팅 회사 등에서 일하다 사업도 몇 번 해봤다. 창업은 명확한 모델을 갖고 시작한 케이스가 아니다. 팀부터 모았다. 3D게임 개발 회사 CTO, 대학교 동문, 고등학교 동창 등 뜻이 맞는 사람들과 의기투합했다. 법인 설립은 미뤄두고, 2년 동안 여러 시도를 했다. 과외 매칭 서비스, 과외 교사들을 위한 결제PG, 온라인 코딩 교육 플랫폼 등 다양했다.
-사업 아이템이 없는 상황에서 투자를 받았다고.
▲그렇다. 투자사 '패스트벤처스'가 시작한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지원해 선발되면서 아이템 없이 투자받았다. 그래서 당시 스타트업 업계에서 많이 회자가 됐던 걸로 기억한다. 가진 게 없었지만, 팀을 믿고 투자해준 셈이다. 이후 탑다운 관점에서 밀착 멘토링을 받았다. 투자자들과 매주 만나 3개월 동안 모델을 개발했다. 1000개가 넘는 전 세계의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분석하면서 모델을 만들었다.
-왜 서비스의 타깃 대상이 40대부터인가.
▲거칠게 표현해서 55세 이상은 대부분 '아내가 대신 사주는 옷을 입는 사람들'이다. 그보다 좀 더 연령대가 낮은 남성들은 직접 옷을 고르면서 고민하는 비율이 높다. 이쪽 시장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4050 남성 패션앱이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애슬러는 뭐가 다른가.
▲커머스 플랫폼 성공의 본질은 더 싸게 팔거나, 다른 데서는 팔지 않는 제품을 파는 데서 시작한다. 우리는 오프라인에서만 볼 수 있는 브랜드를 온라인으로 가져오는 데 주안점을 뒀다. 셀러들이 온라인에 진출하지 않는 이유는 오프라인에서 잘 팔리니까 유통 채널을 그쪽으로만 짜 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점 패션의 온라인 점유율이 높아지고, 백화점에서도 영에이지(young age) 전략을 취하면서 잘 나가던 4050 브랜드의 오프라인 채널이 많이 줄어들었다. 이런 브랜드들의 온라인 유통을 우리가 돕는 거다.
-온라인에서 옷을 살 때 문제 중 하나가 사이즈 고르기다.
▲똑같은 키와 몸무게를 갖고 있어도 4050과 2030의 체형은 다르다. 고객센터로 고객이 전화를 주면 우리가 가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서 일대일로 사이즈 상담을 해준다. 또, 인터페이스와 UX(사용자 경험) 관점에서 사용이 쉽다. 귀찮지 않다는 게 장점이다. 예를 들어 카카오 간편가입을 활용해 회원가입을 하면 전화번호 등 고객 정보를 그대로 받아와서 따로 입력하지 않아도 되게끔 했다. '입력 최소화'가 생각보다 중장년의 모바일 이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비스 시작 5개월 만에 MAU(월간활성이용자) 5만명을 돌파했다고. 아직도 성장세를 유지 중인가.
▲성장과 효율을 둘 다 잡았다. 출시 이후 거래액이 월 단위로 50%씩 늘어났다. MAU의 경우 지금은 10만명이 훨씬 넘고, 때때로 15만명대도 나온다. 2023년 여름 최고 1000만원을 찍던 일거래액은 요즘 최고 3000만원을 찍고 있다.
-장단기 목표가 궁금하다. 추가 투자 유치 계획도 있는지.
▲궁극적으로 우리가 바라보는 방향은 '라이프스타일 커머스'다. 유저를 많이 모으기 위해 패션으로 시작했을 뿐이다. 4050의 패션 시장은 온라인화되지 않은 카테고리에서 선두주자로 뛸 수 있는 마지막 시장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쥬얼리, 뷰티, 스포츠용품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유의미한 성장을 위해 2024년 중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 있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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