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측근에 벤츠 선물은 허세…제재 통했다는 방증" [尹정부 외교안보 2기 과제]
최근 대북 제재의 허점을 부각하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행보는 거침없다. 버젓이 신형 벤츠 리무진을 타고 등장한 데 이어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선 측근 3인방까지 벤츠 S클래스를 타고 나타났다.
대북 제재로 수입이 금지된 사치품을 버젓이 측근들에게 하사하는 ‘선물 통치’의 부각이었다. 딸 주애가 지난해 12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 현장에 또 명품으로 추정되는 핑크색 모피를 입고 나타난 것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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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구멍 드러내려 애써"
정보당국은 이런 허세 뒤에 깔린 공포에 주목한다. 소식통은 “제재의 ‘구멍’을 드러내려 애쓰는 것 자체가 고통의 방증”이라며 “건재를 과시해 제재가 먹히지 않는 것처럼 기만하고, 제재 무용론에 힘을 실으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신년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1%가 제재를 현수준으로 유지하거나 강화해야 한다고 응답한 것은 이런 김정은의 기만술에 넘어가선 안 된다는 국민적 인식이 확고하다는 뜻으로 해석 가능하다. 실제 김정은은 연말 전원회의에서 경제 분야의 “경이적인 승리”를 선언하면서도 “적대세력, 방해세력들의 극악한 제재 압박”을 거론, 괴로움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 중앙일보는 다양한 북한 경제 관련 통계와 연구 등을 바탕으로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으로의 외화 유입을 얼마나 차단했는지 분석했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본격화한 2016년부터 코로나19로 북한이 국경을 자체 봉쇄하기 전인 2019년까지의 수출 실적 비교를 통해서다.
수출길 막힌 광물·섬유·수산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코트라)의 ‘북한 대외무역 동향’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북한의 3대 수출품은 ▶석탄 등 광물 ▶섬유류 ▶수산물로 전체 수출액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3대 품목은 2016~2017년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5건에 의해 순차적으로 모두 수출이 금지됐다.
제재 당시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를 통해 차단할 수 있는 북한의 외화 수익은 약 25억 1000만 달러에 이르렀다.(석탄·철·철광석·납·납광석 등 14억 5000만 달러, 섬유류 7억 6000만 달러, 수산물 3억 달러)
이런 추정치는 이후 수출액 감소를 통해 상당 부분 근거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12월 수출 제한선을 뒀다가(4억 달러) 2017년 8월 전면 금수 조치가 내려진 북한산 석탄 등 ‘광물성 연료’의 경우 수출액은 2016년 11억 9318만 달러→2017년 4억 1360만 달러→ 2018년 1298만 달러→2019년 1247만 달러로 급감했다. 3년 만에 1.0%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7년 9월 섬유 수출을 금지하자 ‘의류 및 부속품’ 수출액은 2017년 5억 6556만 달러→2018년 51만 달러→ 2019년 11만 달러로 줄었다. 2019년 수출액이 2017년의 0.01% 수준이다.
해산물도 비슷하다. 2017년 8월 수출을 금지했는데, ‘어류, 갑각류, 연체동물 등’ 수출액은 2017년 1억 6445만 달러→2018년 16만 달러→2019년 55만 달러로 변했다. 기저효과로 2019년 수출액이 전년에 비해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2017년에 비하면 0.3% 수준이다.
수출액 급감…주력 수출품도 바뀌어
이처럼 3대 수출품이 사실상 모두 막힌 기운데 그 사이 북한의 최대 수출품목도 바뀌었다. 코트라에 따르면 2016년에는 석탄 등 광물성 연료가 42.3%(수출액 11억 9000만 달러)로 부동의 1위였다. 하지만 2019년 최대 수출품목은 제재를 받지 않는 ‘시계 및 부분품’으로 바뀌었고(전체의 17.8%), 수출액 자체도 약 4900만 달러밖에 되지 않았다. 북한의 수출액 자체가 2016년 약 28억 2000만 달러에서 2019년 약 2억 8000만 달러, 약 9.9%로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국제사회는 이에 그치지 않고 3대 수출품에 더해 상대적으로 작은 외화 수익원까지 차단했다. 2017년 12월 채택한 결의 2397호에서는 아예 무역거래 품목 분류 시 쓰는 ‘HS 코드’까지 동원해 식용품·농산품·기계류 등을 금수품으로 지정했다. 사과·토마토·감자·귤 등이다. 해당 품목(HS 07·08·12·25·44·84·85·89)의 2017년 수출액은 2억 2271만 달러였는데, 2019년에는 8.0% 수준인 1780만 달러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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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 풀려도 제재 여파 여전
이후 자체적인 국경 봉쇄에 들어갔던 북한의 무역량은 올 들어 증가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북한경제 리뷰’ 최신호(지난해 12월)에서 김다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국 해관 통계를 근거로 지난해 1~10월 북한의 대중 수출액을 2억 3074만 달러로 추산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동기간 대비 32% 증가한 수치다.
다만 그는 “하지만 북한 수출은 코로나19보다 제재의 영향을 더 받으므로 북한의 수출이 대폭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는 2016년 동기간 대중 수출액(20억 1392만 달러)의 11%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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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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