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옥의 컬처 아이] 관장님은 시장님과 동창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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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미술관인 대구미술관과 대전시립미술관의 신임 관장에 지자체 행정을 총괄하는 시장의 동창이 잇달아 세밑에 뽑혔다.
노중기(70) 신임 대구미술관장은 지역 서양화가로 홍준표 대구시장의 영남고 동기라고 한다.
윤의향(61) 신임 대전미술관장도 이장우 대전시장과 대전대 동창 사이다.
윤 관장은 대전대 교수 시절부터 "시장님이 눈여겨보는 사람"으로 통했다고 미술인 B씨는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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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미술관인 대구미술관과 대전시립미술관의 신임 관장에 지자체 행정을 총괄하는 시장의 동창이 잇달아 세밑에 뽑혔다.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시장과 친분이 있다고 해서 예술계 수장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공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정황이 포착돼서다.
노중기(70) 신임 대구미술관장은 지역 서양화가로 홍준표 대구시장의 영남고 동기라고 한다. 지난해 대구미술관에서 개인전을 하기도 했다. 생전에 국공립미술관에서 개인전을 하는 것은 모든 미술가의 로망. 그만큼 어려운 기회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미술인 A씨는 “대구의 메이저 갤러리 전속 작가도 아니고, 사립미술관 전시 경력도 없는 그가 개인전을 하다니…”라며 뜨악해했다. 노 관장은 당시 “시장이 제 친구 아닙니까”라며 버젓이 말하고 다녔다고 A씨는 전했다.
노 관장은 그 개인전이 개막한 지 일주일 뒤 애초 걸려 있던 그림을 떼고 그 자리에 자신이 그린 홍 시장의 초상화를 걸었다. 비난이 쏟아졌지만 끝까지 그 그림을 지켰던 ‘의리의 사나이’였다. 그런 그를 홍 시장은 3배수로 올라온 최종 후보 가운데 관장으로 낙점했다. 앞서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 지난해 4월 공모를 거쳐 안규식 전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장을 신임 관장에 내정했으나 부적절한 징계를 받은 전력을 찾아냈다면서 임용을 취소한 바 있다.
윤의향(61) 신임 대전미술관장도 이장우 대전시장과 대전대 동창 사이다. 대전대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를 나와 홍익대학교 예술학 석·박사를 거쳐 대전대 교수를 지냈다. 미술사가·큐레이터 출신의 선승혜 전 관장이 임기를 끝낸 뒤 이례적으로 시청 공무원이 관장으로 와서 1년간 지냈고, 마침내 ‘시장님의 대학 동창’이 새 관장으로 온 것이다. 윤 관장은 대전대 교수 시절부터 “시장님이 눈여겨보는 사람”으로 통했다고 미술인 B씨는 귀띔했다. 지난해 3월에도 대전예술의전당 관장에 이 시장의 민선 8기 인수위원회에 참여했던 김덕규씨가 임명된 바 있다.
누가 수장 자격이 있는가. 대구미술관과 대전시립미술관의 두 신임 관장은 자격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둘 다 시장과의 인맥 외에 미술관 행정 경험, 전시 경험과 연구 경력, 글로벌 네트워크 등에 있어서 사람들을 설득할 무언가가 없다고 지역 인사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나는 두 광역시인 대구와 대전의 예술계 수장 인사를 보면서 이것이 문화가 정치의 시녀가 되는 문화 행정의 퇴행을 예고하는 징조인가 싶어 걱정된다. 그 주체가 과거에 국가였다면 이제는 지자체다. 무엇보다 지자체장의 권력이 점점 세지고 있다. 오죽하면 신을 뜻하는 ‘갓(god)’을 접두어로 써서 갓시장, 갓군수라는 말이 나올까. 지역에서 시장님은 왕이다. 1995년부터 선거를 통한 명실상부한 지방 분권이 시작된 지 30년째를 맞으면서 지자체장은 금배지보다 매력적인 자리가 됐다. 홍 시장, 이 시장 모두 국회의원 출신이다. ‘추상적인’ 입법만 하는 국회의원보다 예산권, 인사권을 쥐고 ‘구체적인’ 행정의 성과물을 보는 성취감까지 있으니 이보다 매력적인 직종이 있을까.
그래서 통찰 있는 시정이 중요하다. K컬처는 이제 대중문화를 넘어 순수미술로 확산하고 있다. 그런데도 현실 정치에서 문화는 힘이 없다고 한다. 틀렸다. 문화가 힘이 없다고 생각하는 리더가 있을 뿐이다.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씨는 신간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에서 이제 국가는 사라지고 도시의 시대가 도래할 거라고 예고했다. 새로운 시대의 개인은 국가가 아니라 도시에서 정체성을 찾는다는 것이다. 정치가 문화를 우습게 알면 그 도시의 미래는 없다. 시장이 전문가가 아니라 친구를 챙기는 도시에 무슨 미래가 있겠는가.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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