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계 큰손 기부자의 힘… ‘반유대 논란’ 하버드 총장 퇴출

전웅빈 2024. 1. 4.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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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버드대 클로딘 게이 총장이 자진 사퇴했다.

게이 총장은 2일(현지시간) 하버드 커뮤니티에 보낸 사퇴 입장문에서 "구성원들과 협의한 결과 내가 사임하는 것이 하버드에 가장 이익이 된다는 게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표절 처벌 기준을 느슨하게 적용했다는 유대계의 비판이 이어졌고, 새해에도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게이 총장은 전격 사퇴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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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발언 문제삼아 후원 거부
첫 흑인 총장, 5개월 만에 사임
유펜 이어 아이비리그 두 번째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이 지난해 12월 5일(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교육·노동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하버드대 클로딘 게이 총장이 자진 사퇴했다. 학내 반유대주의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유대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퇴출운동이 벌어진 결과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반유대 논란으로 아이비리그 총장이 퇴출당한 것은 엘리자베스 매길 전 펜실베이니아대(유펜) 총장에 이어 두 번째다.

게이 총장은 2일(현지시간) 하버드 커뮤니티에 보낸 사퇴 입장문에서 “구성원들과 협의한 결과 내가 사임하는 것이 하버드에 가장 이익이 된다는 게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증오에 맞서고 학문적 엄격함을 지키겠다는 나의 약속에 의문이 제기되는 건 괴로운 일이었다”고 토로했다.

게이 총장은 지난해 7월 하버드 역사상 최초의 흑인 총장이자 두 번째 여성 총장으로 부임했다. 그러나 5개월여 만에 물러나면서 1636년 개교 이래 최단명 총장이 됐다. 하버드대는 앨런 가버 교무처장에게 임시 총장을 맡겼다. 그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관한 하버드 성명에서 하마스 테러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했던 인물이다.

이번 사태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 학내 갈등에서 촉발됐다. 친유대계는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시위에 대해 학교 측이 너무 소극적으로 대처한다고 비판했고, 월가를 중심으로 후원거부운동이 벌어졌다.

정치권도 논란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12월 5일 미 하원 교육·노동위원회는 청문회를 열고 게이 총장과 매길 전 총장, 샐리 콘블러스 매사추세츠공대(MIT) 총장을 증인으로 불렀다. 이들은 ‘유대인 학살을 주장하는 학생들의 발언이 대학 윤리 규범 위반에 해당하느냐’는 질문에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모호하게 답해 친유대계의 분노를 키웠다.

곧 총장 퇴출 압박이 본격화됐다. 하원 교육·노동위는 하버드와 유펜, MIT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고, 의원 70여명은 총장들을 해임할 것을 학교 측에 요구했다. 결국 매길 전 총장이 청문회 나흘 만에 가장 먼저 사임을 발표했다.

게이 총장은 교내 신문을 통해 “하버드는 폭넓은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는 청문회 발언에 대해 사과했으나 사퇴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하버드 교수 700여명도 게이 총장을 지지하는 탄원서에 서명했다.

이후 보수 성향의 온라인 저널인 워싱턴 프리 비콘에 게이 총장 논문 표절 의혹이 연이어 제기됐다. 유대계 헤지펀드 거물이자 하버드의 큰손 기부자인 빌 애크먼 등이 이를 공론화하며 사퇴를 압박했다.

하버드대는 의혹에 대해 검토한 결과 몇 가지 부적절한 인용 사례를 발견했으나 연구 부정행위 기준을 위반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표절 처벌 기준을 느슨하게 적용했다는 유대계의 비판이 이어졌고, 새해에도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게이 총장은 전격 사퇴를 발표했다. 반유대 총장 사퇴를 압박해온 공화당 엘리스 스테파닉 하원의원은 SNS에 “2명 사임(two down)”이라며 환영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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