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회귀물 열풍… 독창적 세계관과 통쾌한 복수

임세정 2024. 1. 4.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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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고려거란전쟁' 등이 지핀 사극 열풍이 올해도 계속된다.

인생 2회차를 사는 회귀물도 다양한 소재와 구성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회귀물은 더 다양한 소재로 돌아왔다.

다만 사극이나 회귀물에서도 비현실적인 장치들을 활용할 때 개연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대중의 공감을 사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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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녀박씨’ ‘이재곧’ 등 호평
상상력 펼치고, 현실 우회 비판
“영상화 개연성 부여는 과제”
올해도 사극과 회귀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여럿 선보인다. 현실 세계의 답답함을 풀어주는 시원한 전개, 창의적인 상상력 등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노린다. 멜로 사극 '세작, 매혹된 자들' 포스터. tvN 제공


‘연인’ ‘고려거란전쟁’ 등이 지핀 사극 열풍이 올해도 계속된다. 인생 2회차를 사는 회귀물도 다양한 소재와 구성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6일 종영을 앞둔 MBC 퓨전사극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은 2023년 대한민국에 당도한 19세기 여인 박연우와 21세기 남자 강태하의 계약 결혼을 그린 타임슬립물이다. ‘연인’의 뒤를 이어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주연을 맡은 이세영과 배인혁이 연말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다.

드라마 '밤에 피는 꽃' 포스터. MBC 제공


후속작 ‘밤에 피는 꽃’도 사극이다. 이하늬와 이종원이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밤이 되면 담을 넘는 15년 차 수절 과부 여화, 사대문 안 모두가 탐내는 ‘완벽남’ 종사관 수호가 펼치는 액션물이다.

tvN은 오는 21일 픽션 사극 ‘세작, 매혹된 자들’을 선보인다. 높은 자리에 있지만 마음은 비천한 임금과 그를 무너뜨리기 위해 세작(細作·첩자)이 된 여인의 잔혹한 운명을 그렸다. 배우 조정석과 신세경이 조선시대 세작을 소재로 펼쳐지는 멜로가 시청자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회귀물은 더 다양한 소재로 돌아왔다. 지난 1일 첫방송된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가장 친한 친구와 남편의 불륜 현장을 목격하고 살해당한 강지원(박민영)이 10년 전으로 회귀해 인생 2회차를 경험하는 내용을 그렸다. 강지원은 친절하지만 고단하게 살아 온 ‘외유내유’형 인간이었지만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외최강내최강’형 인간으로 거듭나 ‘사이다 복수’를 시작한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이재, 곧 죽습니다' 포스터. 티빙 제공


5일 파트2가 공개되는 티빙 오리지널 ‘이재 곧, 죽습니다’는 인생 2회차를 넘어서 12회차를 그린다. 삶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주인공 이재(서인국)가 지옥에 가기 전 죽음(박소담)을 만나 각기 다른 12명으로 회귀해 죽음을 맞이하며 죽음들 사이의 연결고리들을 찾아낸다.

이같은 장르의 드라마가 창작자들의 구미를 당기는 이유는 우선 풍부한 상상력을 덧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타임슬립, 판타지, 퓨전 사극의 경우 독창적인 세계관 속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권력에 대한 비판도 우회적으로 할 수 있어 재미와 대리만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웹툰, 웹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되면서 신선하고 새로운 소재가 등장한 영향도 있다.

윤석진 드라마평론가는 “정치 등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하기 어려울 때 역사에 빗대어 우회적으로 이야기로 풀어갈 수 있다. 사극은 로맨스로 포장을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왕권 등 권력에 대한 내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게다가 대부분의 사극들이 요즘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그리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그렇게 하면 고증 등에 대한 문제들을 피해갈 수 있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회귀물을 보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심리는 무엇보다 통쾌함이다. 회귀물은 복수를 다루는 경우가 많다. 현실 사회가 공정하지 않고 공권력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있기에 시청자들이 드라마 속 인물을 통해 통쾌한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다만 사극이나 회귀물에서도 비현실적인 장치들을 활용할 때 개연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대중의 공감을 사기 어렵다. 윤 평론가는 “웹툰, 웹소설은 고증이나 현실성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지만 드라마, 영화로 만들었을 때 시청각적으로 보이는 부분에선 그만큼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창작자들에겐 과제”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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