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전용대 (23) 카네기홀 초청 공연 후 아빠에 대한 자긍심 커진 혜나

최기영 2024. 1. 4. 03:0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번은 딸 혜나가 내게 말했다.

"아빠! 수영장에 같이 가요. 다른 친구들은 엄마 아빠랑 수영장 다녀왔다고 자랑한단 말이에요." "혜나야. 미안하다. 아빠는 몸이 불편해서 수영장을 갈 수가 없단다."

"혜나야. 아빠가 몸이 이렇게 불편해서 같이 수영장 가질 못해 많이 속상하지. 미안하다. 그런데 아빠를 좀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주님, 이 시간을 통해 장애인 아빠를 둔 혜나가 받았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주시고 아빠에 대한 자긍심이 생기게 해 주세요.'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아빠 둔 딸 걱정에 가슴앓이하다
뉴욕 카네기홀 솔로 가수 게스트로 초청
딸에게 좋은 추억 만들어 주기 위해 동행
전용대 목사가 2014년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앞두고 리허설을 하고 있다.


한번은 딸 혜나가 내게 말했다. “아빠! 수영장에 같이 가요. 다른 친구들은 엄마 아빠랑 수영장 다녀왔다고 자랑한단 말이에요.” “혜나야. 미안하다. 아빠는 몸이 불편해서 수영장을 갈 수가 없단다.”

딸은 아무 말 없이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후론 수영장 얘길 꺼내지 않았다. 하루는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혜나야. 아빠가 몸이 이렇게 불편해서 같이 수영장 가질 못해 많이 속상하지. 미안하다. 그런데 아빠를 좀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혜나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얼마나 속상했으면, 또 얼마나 참아왔으면 저렇게 서럽게 울까 싶어 더 속상했다. 그런데 진짜 염려했던 건 따로 있었다. ‘혹시라도 학교에서 아빠가 장애인이라고 놀림을 받지는 않을까.’ 외부 일정을 마치고 밤늦게 귀가했던 날, 거실에 편지 한 통이 놓여 있었다.

‘아빠께 드려요. 아빠, 오늘은 학교에서 친구들이 아빠가 절름발이라고 놀렸어요. 화가 나고 속상했지만 참았어요. 저 꼭 의사가 되어서 아빠 다리 고쳐 줄게요. 조금만 참으세요. 그리고 아빠! 꼭 100살까지 함께 살아요.’

편지를 붙들고 혹시라도 울음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갈까 봐 이불을 겹겹이 둘러쓰고 울었다. 고난 중에도, 감옥에서조차 한밤중에 찬송했던 사도 바울을 생각하며 마음을 추슬렀다. 다음 날 아침, 혜나의 얼굴을 보는데 미안한 마음에 다시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 감정을 진정시키고 물었다.

“편지 잘 봤다 혜나야. 근데 혹시 그 친구랑 싸웠니?” 걱정이 앞서는 걸 보니 나도 어쩔 수 없는 목사 아빠였다. “아니요. 오히려 자랑했어요. 우리 아빠는 목사님이고 방송도 하고 언니 오빠들도 가르치는 훌륭한 분이라고요.”

어느 날 혜나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줄 기회가 생겼다. 가수라면 한 번쯤 서보고 싶어하는 꿈의 무대,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 솔로 가수 게스트로 초청을 받은 것이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공연장 모습은 생각만 해도 흥분됐다. 그곳에 혜나를 데리고 가기로 했다. 나는 지인에게 항공료를 빌려 혜나와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리허설을 위해 도착한 카네기홀은 그 명성만큼 크고 웅장했다. ‘이곳에서 내가 노래를 할 수 있다니. 주님, 정말 감사합니다.’ 숨이 턱 막혀올 때마다 기도의 끈으로 마음을 붙들었다. 드디어 시작된 공연, 내 모습을 보고 있을 혜나를 생각하니 더 기분이 좋았다. ‘주님, 이 시간을 통해 장애인 아빠를 둔 혜나가 받았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주시고 아빠에 대한 자긍심이 생기게 해 주세요.’

공연을 마친 후 대기실에서 만난 혜나는 무척 흥분한 상태였다. “아빠! 살결이 검은 아저씨가 아빠 노래를 따라 불렀어. 그것도 한국말로. 우리 아빠 정말 멋져!” 말없이 눈물이 흘렀다. 마치 내가 세상 최고의 가수가 된 것 같았다.

다음 날 혜나와 함께 맨해튼의 노숙인들이 있는 곳을 찾아가 음식을 나눠주는 봉사활동을 했다. 빵을 건네며 흥겹게 찬양을 했는데 노숙인들이 “소울이 있다”며 칭찬을 해주는 것 아닌가. 혜나의 눈빛이 또 빛났다. 무대를 가리지 않는 하나님의 사랑이 거리에 뿌려지고 있었다.

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