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백화점식 나열 말고 실행 가능한 저출산 대책 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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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취학 대상 아동 사상 첫 30만명대 전망
주택 공급 확대 등 체감 가능한 정책 우선을
한국의 미래를 흔드는 저출산의 민낯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취학 대상 아동이 처음으로 30만 명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올해 취학 대상 아동은 41만3056명이다. 취학 유예나 면제 신청 등으로 대상 아동 중 90%가량이 취학하는 점을 감안해서 추정한 전망이다. 2년 뒤인 2026년 취학 아동은 20만 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출생아 수로 추산한 수치다.
한국은 저출산을 넘어 초저출산(합계출산율 1.3명 미만)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추산된다. 국가소멸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집권 3년 차로 접어든 윤석열 정부가 저출산 해결에 총력전을 펼치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저출산의 원인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파악해야 한다”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출산은 국가의 최우선 중대 과제다. 그럼에도 그동안 우려하는 목소리만 높았을 뿐 역량을 집중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저출산 정책의 최전선에 있어야 할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정치 놀음에 휘말려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지난해 1월 대통령실과의 갈등 속 나경원 전 의원이 부위원장에서 해임되는 등 홍역을 치르며, 저출산 문제의 키를 잡고 가야 할 위원회는 사실상 공전했다.
한국 사회의 저출산에 대해 한 학자가 ‘가장 똑똑한 국민이 적응한 결과’라고 말했을 정도로 저출산은 주택과 일자리, 교육·보육 등 다양한 영역이 맞물린 복합적인 문제다. 종합적 해법이 필요하다. 하지만 종합적인 해법이 중구난방의 백화점식 방안은 아니다. ‘모든 문제를 잡겠다’는 접근은 정책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뿐이다. 정부가 2006년부터 380조원가량의 예산을 저출산 대응에 쏟아부었지만, 그동안 상황이 악화일로였던 이유다. 윤 대통령이 어제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특정 날짜에 맞춰 국민에게 그럴듯한 대책만 발표하다 보니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 대로다. 저출산 해결 총력전이 보여주기 대책으로만 그친다면 막대한 돈을 날린 과거 정부의 과오를 반복할 뿐이다.
저출산 관련 전반적인 문제 개선을 위한 수술에 착수하면서도 우선순위를 판단해 실제 성과를 낼 수 있는 정책부터 펼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국토연구원의 보고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녀 출산에 집값의 영향이 가장 크고 자녀 수가 늘어날수록 사교육비 부담이 출산을 꺼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주택 공급 확대와 유자녀 가구에 대한 추가 청약가점 부과 등 과감한 정책을 제언했다. 번드르르한 전시용 대책보다 당장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국가소멸을 막을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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