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묵의 과학 산책] 상상의 용, 유익한 용
새해가 되면 그해 동물 이미지를 연하장이나 방송·인터넷 등에서 본다. 이에 진짜 동물을 연상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갑진년 용은 십이지신 중 유일한 상상의 동물이라 연상이 불가능하지만, 재미로 용의 동물적 특징을 생각해보자.
우리에게 익숙한 용은 뿔 달리고 부릅뜬 눈에 더듬이 같은 수염, 그리고 머리 둘레에 사자같이 갈기가 있다. 네 다리 달린 몸은 비늘이 덮고 있고 뾰족하고 잔 갈기가 등을 따라 있다. 용왕이 거처하시는 수궁은 심해에 있으니 부릅뜬 눈은 대형 오징어의 커다란 눈처럼 어두운 바다 밑에서 멀리 보기 위해서일 것이고 수염은 해류나 음파, 지구 자장 등을 감지하는 센서일 것이다. 비늘은 움직일 때 물고기처럼 물의 저항을 줄이는 역할을 할 텐데, 사실 용 정도 크기면 상어같이 매끈해 보일 정도로 작은 비늘이 저항 줄이기에는 더 효과적이다. 유려한 용 다리도 물리적으로 그럴싸하진 않다. 동물 크기가 두 배로 커지면 부피는 2의 3 제곱, 즉 8배가 되는 반면 다리의 단면적은 2의 제곱인 네 배로만 커지니, 늘어난 몸무게를 감당하지 못해서 큰 동물일수록 코끼리나 악어처럼 다리가 상대적으로 더 굵다. 하지만 공룡마냥 밋밋한 피부에 굵고 뭉툭한 다리를 가진 용은 좀 멋쩍다. 차라리 땅에서 별로 안 걷고 커다란 비늘 각각은 무수한 작은 비늘이 모여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이 낫다. 머리의 뿔과 갈기는 용도가 모호한데 암수 구분이나 치장용일까?
더 나아가 용의 DNA·단백질·면역시스템 등 고려해볼 것은 무수하다. 말도 안 되지만 이러한 상상의 나래는 용을 소재로 한 미술품 감상뿐 아니라 실제 생명현상을 공부하는데 자극을 준다. 생물적인 면 외에 동양의 용은 물을 지배하는 수신이다. ‘용왕님이 어떤 물리적 원리로 물을 다스리실까’와 같은 상상의 나래는 기후 변화에 대해 생각하는 데 도움도 되리라.
황원묵 미국 텍사스A&M대 생명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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