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李 자작극” “尹 사주” 음모론 확산… 민주 “법적대응”

‘이재명 흉기 피습’ 또 갈라진 여론
민주당, 대책기구 구성해 법적 대응
홍익표 “허위사실 유포는 2차 테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이 대표는 부산에서 괴한으로부터 흉기 습격을 당한 뒤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부산 흉기 피습’ 사건과 관련해 유튜브 등에서 확산하는 음모론에 대해 “2차 가해이자 2차 테러”라고 규탄했다. 이 대표의 피습을 놓고 보수 성향 유튜버들은 ‘자작극’을, 야당 지지층 일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사주’를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허위사실 유포에 법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당내 대책기구를 구성할 계획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정치적 자작극이라는 등 허위사실이 유포되고 있다. 명백한 2차 테러”라며 “당 차원에서 대책기구를 만들어 법적·정치적으로 대응하겠다.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 관련 유튜버나 (음모론 주장의) 당사자들은 신속히 해당 영상이나 발언을 내리는 게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대책기구는 늦어도 4일까지 구성될 수 있도록 하겠다. 수사 상황이나 언론 보도 등을 통한 2차 가해 상황도 살펴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도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작극이라거나 종이칼이라며 별별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자신과 정치색이 다르다고 해도 지켜야 할 기본적인 선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부산 가덕도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뒤 군중에 둘러싸여 기자들과 문답을 진행하던 오전 10시27분쯤 60대 남성 김모씨로부터 왼쪽 목 부위를 흉기로 공격당했다.

김씨는 ‘내가 이재명이다’라는 문구를 적은 종이 왕관을 쓰고 이 대표 앞에 다가갔고 “사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은 “살인 고의가 있었다”는 김씨의 진술을 토대로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이후 ‘이 대표의 자작극’이라는 취지의 주장이 유튜브와 SNS에서 빠르게 확산했다. 2016년 개봉한 영화 ‘아수라’도 자주 언급됐다. 이 영화는 가상의 도시인 안남시에서 부패한 지방자치단체장 주도의 범죄를 그리고 있다.

보수 유튜버들은 아수라에서 여론 반전용 피습 자작극을 벌인 극중 인물 박성배 안남시장을 이 대표와 비교하며 음모론을 펼치고 있다. 이 대표의 목에 생긴 상처를 두고 “중상을 입은 것처럼 연기한다”는 식의 주장도 나왔다.

이 대표의 열성 지지층 사이에서는 피습 사건의 원인을 윤석열 대통령이나 여당, 보수 성향 지지자들에게 돌리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대표 온라인 팬카페 ‘재명이네마을’의 한 회원은 “김건희 여사를 보호하기 위해 별짓을 다 한다. 잘못되면 국민이 가만히 두지 않는다. 용산으로 쳐들어갈 것”이라고 적었다.

이경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이 대표의 피습 당일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민생은 뒷전이고 카르텔, 이념 운운하며 국민 분열을 극대화하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닌가”라며 윤 대통령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