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후 미분양 1년 새 47% 증가…건설업 위기 최대 변수

김원 2024. 1. 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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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140가구 규모의 A아파트는 2022년 11월 분양해 12월 입주를 시작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이 아파트 101가구는 아직도 미분양 상태로 남아 있다. 시행사가 지난해 11차례나 임의공급(잔여 가구 분양)에 나섰지만, 미분양을 해소하지 못했다.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B아파트도 지난해 8월 분양을 진행해 10월 준공했지만, 현재 전체 가구의 95.9%(171가구 중 164가구)가 미분양됐다.

박경민 기자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런 ‘준공 후 미분양’이 전국에 1만465가구(지난해 11월 말 기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7110가구)보다 47.2% 급증했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5만7925가구인데 18%가량이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은 것이다. 수도권이 2089가구로 지난해(1051가구)보다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지방의 상황도 심각하다.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은 8376가구인데, 전남(1339가구), 제주(1028가구), 대구(1016가구) 등에 집중돼 있다. 입주를 시작한 이후에도 미분양되면 분양가를 큰 폭으로 내리지 않는 이상 ‘완판’이 어렵다. 미분양에 따른 낙인효과도 있다. 그래서 준공 후 미분양을 ‘악성’ 미분양으로 부른다.

국내에서 민간주택사업은 빚(대출)으로 집을 짓고 판매(분양)해 수익을 올리는 사업이다. 시행사는 총 사업비의 5~10%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과 분양대금으로 충당한다. 미분양 기간이 길어지면 사업 시행사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시공사의 경우 주로 분양실적과 관계없이 공사비를 확보할 수 있는 기성불 도급계약 등으로 리스크를 줄이지만, 금융사가 대출과정에서 책임준공, PF채무보증, 자금보충확약 등 시공사의 신용보강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미분양으로 시행사가 무너질 경우 시공사도 큰 타격을 입는 것이다.

실례로 두산건설은 2009년 금융위기 당시 분양한 일산의 한 아파트 시공을 맡았는데, 이곳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했다. 준공 후에도 미분양이 이어지면서 시행사는 부도로 쓰러졌다. 공사비도 제대로 건지지 못한 두산건설은 PF보증으로 인한 시행사 채무까지 떠안으면서 결국 조단위 손실을 냈고, 두산그룹은 유동성 위기로 휘청거렸다. 악성 미분양이 기업을 존폐 위기로 몰아갔다.

정원주 주택건설협회 회장은 최근 ▶PF시 건설사 연대보증 등 엄격한 조건부여 개선 ▶미분양 주택에 대한 종부세 합산배제 개선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 전국의 미분양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2009년 말 금융위기로 인해 전국의 악성 미분양은 4만9000여 가구에 달했다. 이와 비교해 올해는 5분의 1 수준이다. 우선 할인분양 등 건설사의 자구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김원 기자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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