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알.못 다 모여. 2024년 패션은 '이것'만 알면 끝!
2023년 10월 파리에서 열린 미우미우 2024 S/S 컬렉션에서 에디터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다름아닌 가방. 넘쳐 흐를 만큼 가방 속을 채운 모습과 액세서리를 가방끈에 주렁주렁 매단 모습은 자연스레 제인 버킨을 떠올리게 했다. 미우미우뿐만이 아니었다. 발렌시아가는 알록달록한 키 링과 자물쇠, 집에 있는 온갖 열쇠는 다 걸어둔 듯 치렁치렁한 백을 들고 나왔다. 그런가 하면 보테가 베네타는 타월과 신문지 등을 ‘욱여넣은’ 빅 백을 들고 나왔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영원한 스타일 아이콘 제인 버킨을 그리워하는 마음일까? 분명한 건 확실한 트렌드 신호라는 것.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두아 리파는 블랙 버킨 백에 각종 열쇠고리를 달고 거리로 나왔다. ‘다꾸’, ‘폰꾸’에 이어 ‘백꾸’의 시대가 온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백을 대하는 애티튜드다. 럭셔리 중의 럭셔리, 버킨 백에 키 링을 걸고 스티커를 붙이고, 심지어 낙서까지 하는 제인 버킨의 애티튜트가 그것이다. 꼭 값비싼 백이 아니어도 된다. 나답게 꾸미고, ‘가방 따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한 그저 쿨한 애티튜드가 그 속에 숨은 진짜 의미니까.
올드머니의 발전
2023년을 풍미한 올드머니 트렌드가 2024년에도 지속될 예정. 심지어 이 트렌드가 더욱 세분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 첫 번째 변종은 바로 ‘리치 맘 스타일’. 말 그대로 부자 엄마 스타일로, 안젤리나 졸리, 제니퍼 로렌스, 지젤 번천, 귀네스 팰트로가 리치 맘 스타일의 대표적 아이콘이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과 부드러운 컬러, 여유로운 실루엣으로 편안해 보이면서도 고급스러운 패션’이란 공식은 올드머니와 동일하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 로고를 감추는 조용한 럭셔리와 다르게 주얼리와 핸드백으로 룩에 포인트를 준다는 점이다. 로고를 꼭 숨겨야 하는 것도 아니다. 올드머니가 클래식하고 우아하다면, 리치 맘 스타일은 좀 더 캐주얼하고 자유롭다. 올 화이트 룩과 데님에 화이트 셔츠, 스웨터, 주얼리를 매치하는 것 또한 대표적인 리치 맘 스타일! 피비 필로의 컴백으로 이 트렌드가 올해도 쭉 이어지지 않을지 예측해본다.
제2막을 위하여
올해 새롭게 하우스를 이끌 디자이너 중 큰 변화를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브랜드를 알아보자. 먼저 에디터가 가장 기대하는 브랜드는 블루마린. Y2K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던 블루마린이 토즈를 이끌던 발테르 키아포니를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우아해진 블루마린을 잠시 상상해본다. 지방시도 같은 흐름인 걸까? 특유의 스트리트 감성을 더해 지방시를 힙한 이미지로 이끈 매튜 M. 윌리엄스가 1월부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직을 내려놓을 예정이다. 후임자가 누가 될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다음 지방시는 클래식함을 더욱 강조하지 않을지 예측해본다. 알렉산더 맥퀸은 션 맥기르가 사라 버튼의 뒤를 잇는다. JW 앤더슨에서 보여준 젊은 디자이너의 감각을 어떻게 녹여낼지 기대된다.
요즘의 쇼핑법
만약 당신이 스니커즈를 좋아한다면 드롭은 아주 익숙한 용어일 것이다. 한정된 수량의 컬렉션을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기습적으로 ‘투하’하는 방식을 뜻하는 드롭이 쇼핑의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드롭 쇼핑의 선구자는 슈프림으로 1994년 설립 이후로 계속 이어져왔다). 정해진 기간에만 구매할 수 있도록 해 소비자의 참여도와 희소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최근 론칭돼 영 제너레이션의 열렬한 관심을 받은 카일리 제너의 패션 브랜드 KHY는 200달러(약 27만원)를 넘지 않는 저렴한 가격대와 드롭 방식으로 전개된다. 최근 컴백한 피비 필로도 드롭 쇼핑 방식을 택했다. 입이 떡 벌어지는 고가임에도 순식간에 ‘완판’ 행렬을 이어가며 그녀의 파워가 증명됐다. 패션 피플들은 피비의 두 번째 ‘드롭’을 애타게 기다리는 중이다!
신선한 아이디어와 영감을 수혈받고 싶다면
우리는 소셜 네트워크 세계 속 이미지 홍수에 살고 있다. 때로는 피로할 정도로 넘치는 비주얼의 늪에서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는다. 에디터 또한 인스타그램의 ‘저장함’에 영감을 주는 수천 개의 이미지가 담겨 있다. 그중 요즘 바이럴되고 있는 패션 포토그래퍼 3인을 소개한다. 마치 무중력 세상에서의 한순간을 포착한 듯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YIS KID(@yiskid_)와 포스터걸의 2024 S/S 컬렉션 룩북으로 SNS상에서 바이럴되며 특유의 키치하고 고어틱한 무드를 담는 모니 하워스 (@monibelle), 편안하지만 한 끗 있는 연출력의 조나단 프랜티니(@jonathanfrantini)까지. 재기발랄함이 돋보이는 3명의 아티스트를 지금 바로 팔로하자.
시원한 눈매가 매력적인 알리 단스키. 보테가 베네타의 2024 S/S 컬렉션으로 첫 런웨이를 밟은 후 에르메스, 디올, 지방시 등에서 얼굴을 알렸다.
Yu Hamin
시즌 첫 데뷔 만에 아시아 모델 중 가장 많은 런웨이에 올라 ‘넥스트 톱 모델’로 선정됐다.
Diane Chiu
에디터는 로에베 2024 S/S 컬렉션에서의 모습이 특히 인상 깊었다. 동서양의 조화로움을 느꼈달까? 모델스닷컴의 ‘핫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Arthur delBeato열아홉 살의 아서 델 비토는 프라다의 2023 F/W 컬렉션을 발판 삼아 빠른 속도로 두각을 나타내는 중이다. 개성 있는 페이스로 발렌시아가, 프라다, 알렉산더 맥퀸 등의 빅 하우스를 사로잡았다.
Lara Menezes
보테가 베네타의 2023 F/W 컬렉션에서 구조적인 코트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다음 시즌인 2024 S/S 컬렉션에서는 오프닝을 장식했으니 말이다.
‘로레알 프로페셔널 영 탤런트 어워드 2023’의 준우승을 거머쥔 알바는 간호사들의 유니폼과 멸균된 공간, 푸른색에서 영향을 받은 졸업 컬렉션을 선보였다. 레트로 퓨처리즘과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떠올리게 했다.
Gyouree Kim
샘 스미스 댄서팀과 선미가 택한 바로 그 드레스. 2023년 2월 런던 패션 위크에서 데뷔를 알린 그는 해체주의적 미학이 돋보이는 로맨틱 룩을 선보인다. 코르셋과 레이스업은 규리킴의 시그너처.
Eden Tan
‘로레알 프로페셔널 영 탤런트 어워드 2023’의 주인공. 차세대 디자이너들을 엿볼 수 있는 센트럴 세인트 마틴 졸업쇼에서 ‘On Borrowed Fabric’이라는 타이틀로 선보인 컬렉션은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원단을 롤에서 재단하지 않은 상태로 슬릿과 트롱프뢰유 기법으로 한 벌처럼 보이는 룩을 선보인 것이다! ‘빌려온 원단 위’라는 컬렉션명까지 남다른 위트가 느껴지지 않는가.
Diotima
2023년 LVMH 프라이즈 파이널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후 뉴욕 패션 위크에서 데뷔, 최근에는 CFDA올해의 신진 디자이너상을 수상한 레이첼 스콧을 주목하자. 크로셰 기술을 중심으로 현대적인 아프로 패션을 선도한다.
‘Strange’를 반대로 뒤집으면? Egnarts(Easy and Arts). 낯선 것(Strange)은 반대로 쉽게(Easy) 보이기도, 예술적(Arts)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뜻을 내포한다는 디자이너의 말처럼 예상치 못한 것들을 조합해 위트 있는 컬렉션을 선보인다. 임채민, 윤규석 두 디자이너의 발칙한 아이디어를 확인해보라.
Setchu
일본 출신 디자이너 구와타 사토시가 2023 LVMH 프라이즈의 우승자로 선정됐다. 그것도 무려 만장일치로! 지방시와 가레스 퓨 등에서 일하며 커리어를 쌓은 그는 간결하면서도 구조적인 옷을 짓는다. 새빌 로에서 재단을 배운 만큼 섬세한 테일러링이 탄탄하게 뒷받침된다.
Alonso Gaytán
군용 담요와 버려진 패브릭이 전위적인 실루엣의 드레스로 탈바꿈했다. 영화감독 로라 포이트라스의 작업에서 영감을 받아 국가의 감시, 테러와의 전쟁 등 정치적 갈등과 인간의 본성, 파괴와 통치에 대해 표현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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