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9승→선발진 경쟁 이탈'…자존심 구긴 박종훈 "좋았을 때로 돌아가야죠" [현장인터뷰]
(엑스포츠뉴스 인천, 유준상 기자) 팀과 리그를 대표하는 잠수함 투수였지만, 명예회복을 자신하고 있다. 박종훈(SSG 랜더스)이 그 주인공이다.
2010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9순위로 SK(현 SSG)에 입단한 박종훈은 2015년부터 많은 기회를 받기 시작했고, 2017년(12승)과 2018년(14승) 2년 연속으로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했다. 2019년과 2020년에도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박종훈에게 위기가 찾아온 건 2021년 5월 28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이었다. 투구 도중 통증을 호소했고, 6월 수술대에 오르며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했다. 그해 박종훈의 최종 성적은 9경기 4승 2패 54⅓이닝 평균자책점 2.82. 박종훈이 풀타임으로 로테이션을 소화하기 시작한 2016년 이후 이보다 적은 이닝을 던진 시즌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재활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21년 12월, 박종훈은 SSG와 5년 총액 65억원에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문승원(5년 55억원), 한유섬(5년 총액 60억원)과 함께 도장을 찍으면서 계약에 대한 부담을 덜어낸 것은 물론이고 재활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그렇게 1년 넘는 시간이 흘렀고, 2022년 7월 31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박종훈이 모습을 드러냈다. 7이닝을 두 차례나 소화하는 등 좋았을 때의 모습을 되찾는 듯했다. 그해 키움 히어로즈와의 한국시리즈에서는 3경기 2⅓이닝 무피안타 4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팀의 통합 우승 달성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기도 했다.
하지만 복귀 이후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박종훈은 좀처럼 정상 궤도에 진입하지 못했고, 지난해 18경기 80이닝 2승 6패 평균자책점 6.19로 부진했다. 선발진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던 에이스는 그렇게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었고, 시즌이 끝날 때까지 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누구보다도 부상 복귀 이후의 시간이 아쉬웠던 건 박종훈 본인이다. 3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취재진을 만난 박종훈은 "입단 이후 제구와 관련한 얘기를 매번 들었고, 더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까지 야구를 못한 시즌이 없었던 것 같다. 내 생각에는 이게 바닥이라고 생각한다"며 "좋았을 때로 돌아가야 한다. 좀 더 잘할 거라고 믿고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습해도 스스로 믿질 못했는데, 연습한 걸 믿고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에는 박종훈이 KBO 2차 드래프트 보호 명단에서 제외됐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결과적으로 박종훈은 올해도 SSG 유니폼을 입게 됐지만, 그만큼 팀의 신뢰를 받지 못한 것에 대해 스스로 반성하게 됐다.
박종훈은 "처음에 (명단 제외 소식을) 들었을 땐 '뭐지' 싶었다. '이게 진짜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솔직히 선수는 성적으로 말하는 것 아니겠나. 이런 일이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것밖에 답이 없는 것 같다"며 "따지고 보면 다른 팀에 안 가서 다행이다. 갔으면 진짜 우울할 뻔했다. 팀을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고 돌아봤다.
박종훈은 그 어느 때보다 남다른 마음가짐으로 비시즌을 보내는 중이다. 우선 체중이 달라졌다. 그는 "원래 80kg대 초중반이었던 몸무게가 최근 3년간 벌크업을 통해서 100kg까지 증가했는데, 힘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2년 동안 힘을 쓰다가 결과가 안 나왔으니까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전했다.
또 그는 "솔직히 재작년과 지난해 월요일에도 안 쉬고 운동을 했고, 가족들과는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 지금은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심적으로) 더 편해지고 좋아진 것 같고, 몸도 가벼워졌다"며 "낮에는 원래대로 먹고, 밤에는 (당근 등의) 음식을 생으로 먹는다. 일주일에 3~4kg가 빠지더라. 운동량은 같은데 적당히 먹으니까 몸무게가 쭉쭉 빠졌다"고 미소 지었다.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 견제 횟수 제한 등 새로운 제도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박종훈은 "지난 2년간 높은 커브가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고도 볼로 선언되는 게 많았다. (유리한 점이) 조금은 있겠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지금 그게 중요하겠나. 가운데에 던져야 한다. 비슷하게 공이 가지도 않았다"고 반성했다.
이어 "견제 제한은 오히려 반갑다. 투구 템포가 빠른 편인데, 그동안 타자에 맞춰서 공을 던질 때가 있었다. 고민도 엄청 했고 안 그래도 도루 허용도 많아서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이 많았는데, 형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까 미리 그런 것들을 준비하다 보면 편하지 않을까 싶다"고 얘기했다.
개인 훈련 일정을 소화 중인 박종훈은 오는 10일 미국으로 출국해 텍사스에서 추신수, 하재훈과 함께 운동을 하다가 SSG의 스프링캠프 장소인 플로리다로 건너갈 예정이다. 박종훈은 "따뜻한 곳에서 빨리 공을 던지고 싶다. 지난해 (추)신수 형 집에 갔을 때 정말 준비가 잘 됐다고 생각했고, 운동 환경이 좋았다"며 "첫 시즌 때 신수 형이 미국에 오라고 했는데, 시즌 초에 가겠다고 했더니 진짜 올 거냐고 말씀하셔서 초대를 받게 됐다. 신수 형도 혼자 운동하는 것보다는 같이 하다가 넘어가는 게 나을 것이다. 시차에 적응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이제 결과로 보여주는 일만 남았다. 이숭용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로부터 "네가 잘해야 한다"는 얘길 수없이 들었던 박종훈은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풀시즌을 뛰면 그때는 '이제 좀 (명예회복이) 되겠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로테이션을 거르고, 등판 순서가 미뤄지는 등의 그림에 화가 났고 자신에게 실망스러웠다. 1군 선발투수로선 승수보다는 그게 첫 번째라고 생각한다"고 다짐했다.
사진=인천, 유준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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