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인생 2막, 4050 창업자들···전문성·경험 갖춘 ‘언더독’의 반란
1992년 당시 46세였던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 동아제약, 대웅제약 등에서 마케팅, 영업 부서를 두루 거쳤던 그는 화장품 생산 시장의 가능성 하나만 믿고 창업했다. 당시 직원 4명이 전부였다. 물론 ‘초보 사장’으로서 갖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핵심 직원이 이탈하는가 하면 자금난에 시달릴 때도 많았다. 하지만 ‘시장은 열릴 것’이라는 일념 아래 1994년 자체 공장을 완공, 본격 매출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은? 코스맥스는 세계 7개국에서 23개 생산 설비(2022년 말 기준)를 운영하는 글로벌 최정상 화장품 ODM(제조업자개발생산) 회사가 됐다. 2023년 매출액은 3조원에 육박한다.
40대 창업을 두고 이 회장은 “오랜 직장 생활을 통해 틈새시장을 찾을 수 있었고 위기가 왔을 때 이전 경험을 적극 활용해 슬기롭게 넘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창업은 2030세대 전유물’이라는 통념을 깨는 말이다.
이 회장 말고도 다양한 분야의 4050세대 창업자가 많다. 이들에게서 ‘인생 2막’의 성공 실마리를 찾아봤다.
‘돈나무 언니’라 불리는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대표는 그의 나이 59세에 창업(2014년), 9년 만인 2023년 11월 기준 2억5000만달러(약 3200억원)대 ‘슈퍼리치’가 됐다. 캐시 우드는 자산운용사, 헤지펀드에 몸담으며 꾸준히 전문성을 확보한 후 50대 후반 본인 스타일의 투자 회사를 만들어 전 세계 금융 시장이 주목하는 인물로 떠올랐다.
흔히 40대 이상이 되면 회사에서는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트렌드는 못 좇아가는 것이 아닌지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이 나이에~”라는 고정 관념도 똬리를 튼다. 게다가 ‘40대 이후 창업’ 하면 치킨·피자 등 자영업을 떠올리는 이도 대부분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나이대가 다양한 분야에서 창업도 많이 하고 생존율 면에서 강점이 있다는 통계 자료가 꽤 있다.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기업생멸 행정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최근 발표 자료에 따르면 40대와 50대 창업자의 5년 생존율이 37%, 36.4%로 전 연령대 대비 가장 높았다. 30대 미만은 24.4%, 30대는 33%를 기록했다. 언뜻 2030세대가 많이 창업할 듯하지만 신생 기업 숫자로 봐도 4050세대가 강세다. 2022년 기준 신생 기업을 만든 40대는 약 26만명, 50대는 24만명으로 집계됐다. 30대 미만 9만3000명, 30대 20만9000명 대비 숫자가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는 “4050세대가 베이비붐세대도 많다 보니 절대 인구수가 많아 창업자 수 역시 다수인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래도 창업이 쉬운 일이 아닌데 도전에 나서고 또 생존에 능하다는 점까지 감안한다면 진취적인 기업가정신, 전문성, 위기관리 측면에서 이들 세대 장점이 분명 있다”고 말했다.
오랜 경륜과 시장을 보는 눈이 있는 만큼 ‘언더독(Underdog)’ 성장 전략에도 능하다. 흔히 시장 지배자를 톱독(Topdog), 패배가 예측되는 약자를 언더독으로 분류한다. 경영학에서는 언더독 신생 기업이 오히려 빠르게 변하는 시장 흐름을 감지하고 종전 주류 기업의 성공 공식을 타파하며 시작은 작지만 점차 점유율을 늘려나간 케이스스터디(사례연구)가 이미 꽤 있다.
패션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40대 창업자들이 대표적인 예다. SK네트웍스 출신으로 가능성 있는 해외 브랜드를 발굴, 국내 시장에 소개하면서 브랜드 성장 공식을 익힌 홍정우 하고하우스 대표는 이런 경험을 살려 마뗑킴, 시엔느, 틸아이다이, 드파운드 등 국내 브랜드를 발굴, 육성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하고하우스는 홍 대표가 40대 초반 때 창업 후 6년여 만에 연매출 3000억원대 회사가 됐다.
역시 40대에 하이라이트브랜즈를 창업한 이준권 대표도 ‘언더독’ 성장 전략 대표 주자다. (데상트코리아 출신인) 그는 종전 패션 대기업이 즐비한 상황에서 비주류 브랜드였던 ‘말본골프’ ‘코닥어패럴’ ‘DOD(캠핑 브랜드)’ 등을 국내 시장에서 연달아 히트시키면서 이제는 대기업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출판업계에서는 ‘밀리의서재’가 주목받는다. 웅진패스원, 웅진씽크빅 등에서 회사 생활을 했던 서영택 대표는 50대 초반이었던 2016년 국내 최초 월정액 전자책 구독 서비스 ‘밀리의서재’를 내놔 차별화했다. 이후 5년 만에 흑자전환했고 2023년에는 상장에도 성공했다. 이 밖에도 매경이코노미는 다양한 4050세대 창업 유형을 조망했다.
한 분야에 종사하면서 쌓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술 창업에 나선 이들, 오랜 사회생활을 통해 틈새시장을 발견하고 이를 새로운 유통 채널, 플랫폼으로 리포지셔닝한 창업자, 2030 시절부터 창업과 폐업을 오가며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40대 이후 안정적인 사업 모델을 구축한 연쇄 창업자까지 사례도 다양하다. 더불어 4050세대 창업 시 유의할 점, 이들이 빠질 수 있는 오류 등 전문가 조언도 함께 담았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1호 (2024.01.01~2024.01.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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