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와 불신’ 드러낸 이재명 피습…자작극 의혹 등 뒤범벅

정신영,백재연 2024. 1. 3.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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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이 증오와 불신으로 양극화한 한국 사회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사건 직후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허위정보가 확산하고, 여기에 각종 음모론까지 가세하면서 여론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

이 대표 피습 장면이 담긴 자극적 콘텐츠도 확대 재생산되면서 사회 불안을 퍼뜨리고 있다.

3일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에는 '이재명 자작극', '이재명 피습쇼' 등의 제목을 내건 영상이 다수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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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흉기 습격을 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이 증오와 불신으로 양극화한 한국 사회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사건 직후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허위정보가 확산하고, 여기에 각종 음모론까지 가세하면서 여론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 이 대표 피습 장면이 담긴 자극적 콘텐츠도 확대 재생산되면서 사회 불안을 퍼뜨리고 있다.

3일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에는 ‘이재명 자작극’, ‘이재명 피습쇼’ 등의 제목을 내건 영상이 다수 게재됐다. 한 정치 유튜브 채널에서는 “제대로 된 X이 훅 들어갔으면 죽었을 것”이라며 이 대표가 흉기가 아니라 ‘종이칼’에 찔렸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칼이 아닌 나무젓가락에 찔렸다’, ‘가짜 피로 연출한 것’이라는 내용의 글과 영상도 다수 올라왔다.

경찰은 이를 ‘가짜뉴스’라고 일축했다. 부산경찰청 수사본부는 브리핑을 통해 “압수한 흉기를 감정한 결과, 칼날이 상처와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흉기에 의한 범행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흉기는 총 길이 17㎝의 등산용 칼로, 피의자 김모(66)씨가 범행에 용이하도록 변형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당국이 서둘러 가짜뉴스를 차단하고 나섰지만, 극단적 정파성에 기댄 음모론은 끝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 보수성향 유튜버는 “이 대표가 대장동 사건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키기 위해 벌인 일”이라며 자작극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이 대표 지지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 이슈를 덮기 위해 사주한 것”이라며 여권을 배후로 겨냥했다.

이 대표 피습 상황이 적나라하게 담긴 영상도 여과 없이 퍼지고 있다. 지인에게 영상을 공유받은 직장인 A씨(34)는 “범죄 장면이 모자이크도 없이 나와 놀랐다. 원치 않아도 유튜브나 SNS를 통해 영상에 계속 노출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 습격을 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 헬기장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번 피습 사건이 양 진영으로 나뉘어 상대방을 거침없이 증오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드러냈다고 진단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제는 확증편향의 단계를 넘어서 사람들이 거짓인 걸 알면서도 소비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무엇이 진실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정치 성향에 맞춰 ‘나는 이걸 즐길 거야’라는 행태가 만연해졌고, 여기에 소위 ‘사이버 렉카’가 편승하고 있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은 쓰레기를 돈으로 바꿔주는 고물상이 됐다”고 비판했다.

뿌리 깊은 증오·불신의 정치가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과 특임교수는 “사람이 다친 상황에서 음모론을 이야기하는 건 반지성이자 반민주적인 행태”라며 “방송에 나와 편향된 말을 쏟아내는 정치인들과 극단적인 지지자들의 합작품이다. 아무도 반성하지 않고 상대 진영을 탓하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타협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정신영 백재연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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