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자국, 반복재생, 카더라... 이재명 보도 '클릭장사' 난맥
[김화빈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습격한 피의자 김모씨가 부산 연제구 부산경찰청으로 이송되고 있다. 부산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이 대표 급습 피의자인 김모씨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2일 오전 10시 29분께 부산 강서구 대항 전망대 시찰을 마치고 차량으로 걸어가던 이 대표의 왼쪽 목을 흉기로 찌른 혐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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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웃다가 피습돼 쓰러지는 모습을 반복재생하는데 이제 범죄보도의 공익성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 허찬행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 보도를 두고 인권 침해, 보도윤리 위반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가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 방문 일정 중 김아무개(66)씨로부터 피습당한 직후, 언론은 피를 흘리며 쓰러진 이 대표의 사진을 붙여 해당 소식을 속보로 전했다. 이 과정에서 <조선일보> 등은 선혈자국을 별도로 가리지 않았다가 뒤늦게 모자이크 처리가 된 이미지로 교체했다.
YTN 등 보도전문채널과 종편 4사의 시사프로그램은 피습 순간이 담긴 유튜브 영상을 재가공한 뒤 보도 내내 같은 장면을 반복해 송출했다. JTBC와 <서울경제> 등은 동네 주민의 전언 등을 전하면서 수사기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단독'이라는 머릿말을 붙여 크게 보도하기도 했다.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엔 "언론은 사진과 영상보도에서도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한다"고 나와 있지만, 누리꾼은 물론 전문가들도 이번 사건에서 해당 준칙이 무력했다는 쓴 소리를 쏟아냈다.
현재 소셜미디어에선 "기사에서 너무 적나라한 사진을 봐버렸다", "보도윤리는 어디로 갔는지 현장 사진이 (모자이크 없이) 실려있다" 등 부정적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 또한 수사기관이 밝히지 않았거나 범죄 본질과 무관한 정보를 보도하는 언론에 대해 "인권 침해 야기", "클릭 장사", "공익성 없는 가십"이라고 평가했다.
▲ 2일 오전 부산에서 피습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날 오후 헬기로 서울 노들섬까지 이송된 후 구급차편으로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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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우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연구원은 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심의 규정에는 '피습·폭행 장면 등 범죄보도 시 범행 순간을 직접적으로 노출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언론에서는 범행 장면이 담긴 영상물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모자이크를 했더라도 선정적인 범행 당시 상황을 반복 노출하면 규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이 말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은 "시청자에게 지나친 충격이나 불안감, 혐오감을 줄 수 있는 범죄 또는 각종 사건·사고로 인한 인명피해 발생 장면을 지나치게 상세히 묘사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37조 제6호). 또한 "범죄에 관한 내용을 다룰 때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폭력·살인 등이 직접 묘사된 자료화면을 이용할 수 없으며 관련 범죄 내용을 상세히 묘사해서도 안 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제38조).
방심위는 방송 내용이 위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경우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재 조치를 요청해야 한다(제59조).
이 연구원은 "TV조선은 2015년 10월 25일 여중생 살해범 이영학씨의 아내로 추정되는 형상이 투신하는 장면을 그대로 보여줘 제재를 받은 바 있다"며 "모자이크 처리해도 충격적인 장면을 반복 노출하는 것은 규정 위반에 해당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사례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의 공식발표 전 피의자의 직업 등 개인 신상이나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 식 보도가 중계되고 있다"며 "이는 범죄 동기를 예단하거나 추측하는 상황을 야기할 뿐 아니라 피의자의 가족 등 주변인의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언론이 굳이 안 해도 되는 인권 침해를 하면서 클릭 장사를 일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선희 민주언론시민연합 미디어감시팀 활동가는 방심위 규제의 실효성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조 활동가는 "방심위에서는 보도의 객관성(공정성)이나 간접광고 심의는 많지만 범죄 및 약물묘사 관련 규정을 적용해 (문제 소지가 있는) 방송을 심의하는 비중은 많지 않은 편"이라며 "미디어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지상파·종편 등 방송매체와 온라인·OTT의 경계가 흐릿해지면서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묘사가 방송에서 늘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해당 규정을 적극 해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 부산경찰청이 3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찌른 피의자 김아무개(67)씨의 충남 아산시 소재 직장 사무소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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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순 민변 미디어언론위원회 위원장은 "범죄보도는 '어떤 범죄가 왜 일어났는지, 어떻게 접근해야 재발하지 않을지' 다루는 게 본질"이라며 "그런데 이번 주요 언론 보도 내용은 범죄 묘사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경찰이 절차에 따라 신상공개를 진행하지 않았음에도 언론은 알 권리를 이유로 피의자의 신상을 보도하고 있다"며 "알 권리는 공적이어야 한다. 사람들이 떠들면 그만일 뿐인 가십을 언론이 제공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박영흠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도 지난해 언론중재위원회 학술지 <미디어와 인격권>에 기고한 '피의사실 보도요건 - 윤리적 범죄 수사 보도를 위한 원칙'이라는 논문에서 "뉴스 이용자들은 언론에 매우 높은 수준의 윤리적 실천을 요구하고 있으며, 취재·보도 과정에서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언론에 대단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 부산경찰청이 3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찌른 피의자 김아무개(67)씨의 충남 아산시 직장 사무소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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