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AI는 다 돌봐준다"? AI보고서 "환상 벗어야"

교육언론창 윤근혁 2024. 1. 3.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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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직접 적용 서울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의 '자기반성' 연구보고서 눈길

[교육언론창 윤근혁 ]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지난딜 27일 오전, 2028학년도 대학입시 제도 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
ⓒ 교육부
"아무리 훌륭한 교사라도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 모두를 돌봐주기는 현실적으로 힘들지만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면 가능해진다."

"고등학생은 한 달 평균 학원비가 80만 원이다.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가 정착되면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 시대에 필요한 학습 도구 개발에 사교육 기업들이 나서달라. 한국에서만 쓰는 게 아니라 수출을 하며 대한민국이 세계 교육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교사는 힘들지만 인공지능은 가능하다"는 교육부 장관

장관 임명 전 사교육업체 등의 후원을 받아 아시아교육협회를 운영했던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19일 한 경제신문 행사에서 내놓은 발언이다. '인공지능 교육 만능론'이 날을 거듭할수록 거침없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인공지능 맞춤형 교육'을 직접 진행했던 서울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이 발표한 자기 반성적 연구보고서가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해 발표된 이 보고서의 제목은 '개별 맞춤형 AI활용교육의 가능성과 과제'(연구책임자 주정흔 서울교육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다.

연구진은 이 보고서에서 "인공지능이 마치 교육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학생의 성장과 교사의 교육활동을 돕는 하나의 '도구로서의 가치'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본 연구를 통해 확인한 것은 현재 사용되고 있는 '개별 맞춤형 교육을 위한 AI 활용교육'에서 담지하고 있는 학습은 인지적 영역에서 '학습보충'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점"이라면서 "즉 현재 민간기업의 상업적인 AI 학습 플랫폼 중심의 활용교육은 디지털의 외피를 입었을 뿐 그 내용과 형식은 특정 정보나 지식을 '설명'하거나 '지시적(order)'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는 오랫동안 우리 교육이 벗어나고자 했던 파편화된 지식 중심의 교육을 더욱 공고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과연 우리가 그리는 미래교육의 이상에 부합하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서울시교육청이 학생들에게 제공했던 사교육업체 등의 학습플랫폼 10가지를 직접 비교, 분석하고, 이를 활용했던 교사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이 과정에서 국내·외 선행연구 결과와 서울시교육청 AI 선도교사와 연구진으로 구성된 워킹그룹을 중심으로 분석기준을 수립한 후 분석을 실시했다.

"현 AI플랫폼, 사교육 시장의 논리 그대로 이식"

연구분석을 마친 연구진은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도구는 데이터 기반 학습지원을 하려 해도 문제풀이 외에 다른 데이터는 부재한 현실"이라면서 "그 도구만으로는 학습지원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수 없었다"고 한계를 명확히 했다.

연구진은 보고서 결론 부분에서 "인공지능 활용교육에서 성장을 담보하는 것은 플랫폼 자체가 아니라 '교사'"라면서 "개별 맞춤형 교육은 단순히 맞춤형 문제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 사이의 상호작용, 즉 '맞춤형 상호작용'을 통해 비로소 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이는 "아무리 훌륭한 교사라도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 모두를 돌봐주기는 현실적으로 힘들지만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면 가능해진다"는 식의 이 장관 발언과는 커다란 온도차를 나타내는 내용이다.

연구진은 "현재의 AI학습플랫폼은 학습자의 자기학습용으로 개발된 것으로 교사의 개입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면서 "이는 공공재로서의 학교에 인공지능 기술을 입은 사교육 시장의 논리가 그대로 이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이 발표한 자기 반성적 연구보고서가 눈길을 끌고 있다. 2023년 발표된 이 보고서의 제목은 ‘개별 맞춤형 AI활용교육의 가능성과 과제’다.
ⓒ 서울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그러면서 다음처럼 강조하기도 했다.

"현재의 플랫폼이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은 수업과 분리된 자기학습용으로 설계된 구성이라는 점이다. 이는 '자기주도학습'이라는 이름으로 민간기업으로 그 주도권이 넘어간 것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의 업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사교육 시장에서 소비되고 있는 것을 '그대로' 학교현장에 제공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교사와 학생들이 플랫폼을 '온라인 문제집'으로 인식한 이유이기도 하다."

AI 수업시간 제한한 핀란드, 조심스런 영국... '장밋빛 환상' 위험

이에 따라 연구진은 "핀란드 교육부는 인공지능 플랫폼 활용에 대해 과목 당 일주일에 2시간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을 둠으로써 교실 수업이 도구 활용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무조건적인 플랫폼 활용교육에 집중하는 대신 10가지 공동과제를 선정해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영국의 사례를 보여주면서 다음처럼 강조했다.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장밋빛 환상보다 현실적인 접근을 통해 그 가능성을 보여 줌으로써 사회구성원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이는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나 어떤 검증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AI 학습플랫폼 확대 적용, 교과서 등 교수 학습의 틀을 바꾸는 (우리나라의) AI활용교육 정책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전문언론 교육언론[창](www.educhang.co.kr)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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