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이재명 '헬기상경' 이례적…브리핑은 치료의사가 해야"
부산에서 흉기 습격을 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대병원을 거쳐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온 것을 두고 의료계는 "이례적인 결정"이라는 반응이다. 서울대병원 의료진이 아닌 민주당이 이 대표의 상태를 언론에 알리는 것을 두고도 "직접 진료를 한 의료진이 나서는 게 맞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산→서울 이송 과정 따져보니
3일 부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 응급 처치를 마친 이 대표는 낮 12시 40분쯤 부산 소방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향했다. 서울대병원 헬기장이 공사 중인 탓에 헬기는 동작구 노들섬에 도착했고, 이후 이 대표는 서울대병원 서울중증환자 공공이송센터(SMICU) 구급차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서울대병원 측은 “오후 3시 20분쯤 (이 대표가) 도착했다”고 밝혔다. 부산소방 측 관계자는 “의료진 판단에 따라 이 대표가 부산에서 서울로 옮겨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소방에 따르면 이 대표의 항공 이송은 소방청 ‘범부처 응급의료헬기 공동 운영 매뉴얼’에 따라 진행됐다. 이 매뉴얼은 중증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의료헬기 운항 관련 필요 사항을 담고 있다. 매뉴얼에 따르면 관통상·절단상 등을 입은 환자의 생명 유지나 악화·추가 손상 방지 등을 위해 신속한 이송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응급의료헬기가 쓰일 수 있다. 부산소방 관계자는 “항공이송 요청이 왔고, 법률적인 문제가 없어 이송했다”고 말했다.
“아프면 서울로…메시지 아쉬워”
구급대원 A씨는 “소방헬기는 심정지나 심한 외상으로 환자에게 의식 소실 등이 있을 때 흔히 동원되는데, 그 정도 응급 상황이었다면 전국 최고 수준인 부산대병원에서 치료가 이루어져야 했다”고 주장했다. 여한솔 속초의료원 응급의학과장은 페이스북에 “응급한 상황이면 부산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어야 했고, 응급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굳이 헬기까지 탈 이유는 없다”고 적었다.
한 전문의는 “부산대병원에서 충분히 수술이 가능했을 텐데 이송 과정만 놓고 보면 지역 병원은 패싱한 것 같다. 너도나도 서울 병원에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할 것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119구급대가 가장 가까운 권역외상센터로 이송했더니 가족이 원한다는 이유로 먼 거리 대학병원으로 헬기 이송했다는 사실은 참 안타깝다”며 “국민이 국가의 외상 응급의료체계를 신뢰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서울대병원에서 이틀째 치료를 받고 있다. 전날에 이어 이 대표 상태에 대한 이날 언론 브리핑은 민주당이 맡았다. 민주당 영입 인재이자 흉부외과 전문의 출신 강청희 전 대한의사협회 상근 부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대병원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대표는) 회복하고 있으나 당분간 절대적 안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 전 부회장은 “의학적 판단은 주치의가 브리핑하는 게 맞는데 공개 브리핑이 왜 없어졌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전날 오후 5시 10분 브리핑을 예고했다가 1시간 40분 만에 돌연 취소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환자 개인정보를 알리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어 브리핑이 취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의료진이 왜 브리핑을 안 하는지 의아하다”라며 “직접 수술에 관여한 의료진의 설명이 나온다면, 불필요한 오해나 억측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채혜선ㆍ문상혁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바퀴벌레와 쥐에 둘러싸였다…‘행복론’ 읽던 영어교사 죽음 | 중앙일보
- "웬 돈이야?" 모르는 20만원에 통장 먹통됐다…'핑돈' 공포 | 중앙일보
- 밥 이렇게 먹으면 덜 늙는다, 내 수명 늘리는 ‘확실한 방법’ | 중앙일보
- "이거 맞나요?" 먼저 건배사…'여의도 사투리' 익히는 한동훈 | 중앙일보
- 美대통령이 '형'이라 부른 남자…한국 팔도서 찍고 다니는 것 [더헤리티지] | 중앙일보
- 여친 질문엔 칼거절…年 2조원 버는 스위프트가 반한 남자 | 중앙일보
- 동성커플도 갑을 있다…소녀시대 수영 '레즈비언' 열연한 이 연극 | 중앙일보
- 배우 강경준, 상간남 피소 "왜 이런 일이…뭔가 오해가 있다" | 중앙일보
- 대표 관광지 만장굴마저 폐쇄…이미 113만명 등돌린 제주 비명 | 중앙일보
- '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42억 손배소 낸 전 소속사에 승소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