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전단지 돌리고, 골드바까지 내걸고... '귀하신 몸' 초1 유치전
저출생으로 인한 학생 수 감소의 파고가 거세지고 있다. 수도권과 거리가 먼 강원도, 전라도, 경상도뿐만이 아니다. 나름 수도권인 여주시, 이천시, 안성시 등에서도 도심과 떨어진 읍·면 지역의 학교는 신입생 모집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육언론[창]은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초등학교 신입생 모집 관련 현장 목소리를 4회에 걸쳐 싣는다. <기자말>
[교육언론창 윤두현]
▲ 작은 학교 |
ⓒ 이준수 |
학교는 금싸라기만큼 귀해진 신입생을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장학금 지급이나 제주도 여행을 약속하거나, 심지어 학군 밖에서까지 '신입생 모시기' 유치전에 발을 벗고 나서고 있다.
"산소호흡기 쓰고 버티는 학교"
경기 안성시 죽산면에 위치한 A초등학교. 전 학급 학생 수가 50여 명으로 작은 학교인 A초등학교는 지난달 27일 예비소집한 결과 신입생 4명을 모집했다. 작년 8명 신입생 수의 절반밖에 모집하지 못했다. A초등학교는 그나마 접경지역인 충북 진천군 광혜원면의 어린이집·유치원 그리고 아파트 단지 내에 학교 홍보물을 돌리며 홍보해 겨우 충북 지역에서 1명의 신입생을 더 모집할 수 있었다.
인근 일죽면에 위치한 죽화초도 지난해 말 예비소집을 마쳤다. 올해 신입생 수는 3명에 그쳤다. 지난해의 경우 신입생 5명. 결국 올해에는 1학년과 2학년이 한 교실에서 수업하는 복식학급을 편성할 수밖에 없어 결국 6학급에서 5학급으로 줄어들 위기를 맞았다.
"복식학급 막으려, 교직원 총동원 신입생 찾기 나서"
경기도교육청의 학급편성 지침에 의하면 인접 2개 학년 학생 수가 8명 이하일 경우는 복식학급을 편성해야 한다. 또 6학급 미만은 교감을 둘 수가 없어 그만큼 나머지 교직원의 업무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학교는 "복식학급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 교장과 교직원들이 주변 지인, 친지를 총동원해 신입생 찾기에 나서, 겨우 신입생 1명을 추가모집했다.
박상철 교장은 "주변 동네를 수소문하고, 학부모를 설득해 겨우 복식학급은 피할 수 있었다"며 "2~3년 전부터 저출생을 실감했지만 올해는 유독 심해진 것 같다. 내년에는 더 심해질 텐데 정말 걱정이다"고 말했다.
경기 여주시 대신면에 위치한 천남초는 올해 신입생 12명을 모집했다. 지난해 15명에 비해 줄었지만, 인근 학교에 비해 나름 '선방'했다. 공모교장제를 시행하면서 지역에서 나름 '교육과정이 좋은 학교'로 평이 났기 때문이다.
올해는 그럭저럭 위기를 넘겼지만, 내년이 더 큰 문제다. 현재로서는 내년에 입학이 확실해 보이는 아이가 3명뿐이라는 것이다. 결국 학교는 내년부터 시내에서 학교까지 통학버스를 운영키로 하고 이를 적극 홍보해 나갈 계획이다.
신입생 감소는 학교 존폐의 위기로 다가왔다. 학교는 지난 28일 교직원, 학부모, 학생 자치회 임원 등이 참석해 학교의 미래를 위한 비상대책회의를 가졌다.
김동희 교장은 "혹시 학교 공동체가 머리를 맞대면 해법이라도 찾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지만, 워낙 전 사회적 문제이다 보니 뚜렷한 해법을 찾기는 힘들었다"며 "앞으로 펼쳐질 학교 현실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학교가 산소호흡기를 쓰고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신입생 수 감소에 학교 비상대책회의..."뚜렷한 해법 없어 고민"
이 밖에도 교육언론[창]이 확인한 결과, 여주의 상품초는 신입생 수가 작년 12명 모집에서 올해 4명 모집으로 뚝 떨어졌다. 주변 이포초는 작년 3명 모집에서 올해 1명 모집으로 줄어들었으며, 나름 규모가 큰 가남초도 작년 65명 모집에서 올해 60명 모집으로 줄었다.
경기 이천의 마장초는 작년 180명 모집에서 올해 130명 모집으로 신입생이 50명이나 줄었으며, 나래초는 20명 모집에서 10명으로 절반이 줄었다. 그 외 소규모 학교들도 대부분 3~5명 정도로 지난해보다 신입생이 줄었다.
2023년 교육통계에 의하면, 경기도의 초등학생 신입생 수는 2018년 13만 161명에서 2023년 11만 8423명으로 줄어들었다. 이천은 2279명에서 1925명으로, 안성은 1882명에서 1494명으로, 여주는 966명에서 730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 경기 안성 산평초가 인근 아파트 단지에 돌린 학교 홍보 유인물. 신입생 모집을 위해 올해부터 제주도 여행을 포함했다. © 산평초 |
ⓒ 교육언론창 |
신입생 수가 줄면서 학교는 한 명이라도 더 모집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경기 안성시 서운면에 위치한 산평초는 지난 연말 가진 예비소집에서 5명의 신입생을 모집했다. 그나마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산평초는 신입생을 유치하기 위해 학교 시설 개선비 등을 아낀 예산 1500만 원을 들여 전교생이 제주도여행을 다녀오고, 이를 해마다 정례화하기로 했다. 또 동문회의 협조를 통해 신입생에게 10만 원의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
김태호 교장은 "작년과 체감이 너무 다르다. 일단 주위에 아이들이 없다. 신입생 유치를 다니다 보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도 아이들이 없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말했다.
경기 안성의 한 학교는 동문회 100주년을 맞아 제작한 골드바를 신입생에게 나눠주기로 했다. 학교는 "학교가 아닌 동문회 차원에서 혹시 신입생 모집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주는 것"이라며 골드바의 가격은 밝히기를 꺼렸다.
시설개선비 아껴 수학여행비... 원거리 신입생 모집 위해 스쿨버스
경기 이천시 장호원읍에 위치한 대서초는 지난 27일 예비소집에서 6명의 신입생을 모집했다. 지난해 4명보다 늘었다. 대서초는 신입생을 유치하기 위해 동문회의 도움을 받아 신입생에게 100만 원의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 30만 원을 주던 것을 대폭 올린 것이다. 또 원거리 신입생을 유치하기 위해 올해부터 스쿨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임기동 교감은 "신입생 중 학군 내 학생은 절반 정도이고, 나머지 절반은 학군 밖에 있는 신입생"이라며 "좀 멀지만 그나마 작은 학교를 선호하는 학부모가 있어 신입생 유치를 위해 스쿨버스를 도입했다"고 털어놨다.
한편 3일 교육부와 행정안전부는 2024년 초등학교 신입생 수가 30만 명 중후반대에 머물 것이며, 2026년에는 20만 명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에서만 신입생 수가 10% 이상 급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전문언론 교육언론[창](www.educhang.co.kr)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식양도세 부자 감세, 금투세 폐지... 총체적 난관에 봉착했다
- 일본군에 끌려갈 뻔한 청년들, 독립운동하게 만든 이 남자
- 흉기 찔린 사람 비꼬고 음모론 나르고... 이재명 피습 '문제적 보도'
- 의원직 던진 허은아, 국힘 탈당... "비겁한 정치인 되지 않겠다"
- 내 친구 김현식을 떠나보낸 날, 상갓집에 울려 퍼진 노래
- 슬릭백으로 무릎 통증을 얻고 알게 된 것
- 몇 년을 식집사로 살았는데 이걸 몰랐네
- 대구미술관장에 홍준표 고교 동기 선임... "지역 망신 중단하라"
- [오마이포토] 한동훈, 대한노인회 찾아 민경우 '노인 비하' 사과
- "이재명 내경정맥 둘레 60% 이상 손상... 절대안정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