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테러는 자유민주주의 적"…한동훈 "이재명 대표 쾌유 기원"

현일훈, 김하나 2024. 1. 3.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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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매년 초 참석하는 신년인사회는 국회의장 등 5부 요인과 주요 당 대표 등 정치인, 장ㆍ차관급 정부 고위 관료와 경제계ㆍ노동계ㆍ종교계 대표 등이 참여하는 큰 행사다. 한 해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즈음에 정파나 이해관계를 넘어 적어도 이날만은 의기를 투합하자는 자리다.

3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인사회’ 풍경은 다소 달랐다.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으로 민주당 관계자들은 참석하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모두발언에서 피습 사건을 테러라 규정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하기로 했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께서 어제 테러를 당했다. 지금 치료 중이다. 테러라고 하는 것은 어떤 것이든 간에 피해자에 대한 가해행위, 범죄행위를 넘어서서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자유 사회를 지향하는 우리 모두의 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의 적이다. 우리 모두 정말 하나 된 마음으로 피해자를 위로하고, 같은 마음으로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이재명 대표의 빠른 쾌유를 기원하자.”

윤석열 대통령과 5부 요인 등 국가 주요 인사들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인사회'에서 건배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윤 대통령은 전날 이 대표 피습 직후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며 신속한 진상 파악과 치료 지원을 지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표가 안정을 찾는 대로 한오섭 정무수석 등이 병실을 찾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서 윤 대통령은 민생 챙기기로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한 해에도 국민이 행복한 나라, 따뜻한 사회 만들기 위해 참석하신 모든 분께서 애써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드린다”며 “올해도 우리 민생과 미래 세대의 행복과 풍요로운 민생을 위해서 다 함께 열심히 일합시다”라고 말했다. 1일 신년사에서 민생을 9번 언급하고, 전날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증권시장 개장식에 참석한 것의 연장선이다. 익명을 원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하지 않나”며 “올 한 해는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체감 경기 회복에 주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 대통령은 급발진 확인 장치를 발명한 전남 송강고 2학년 국지성군 등 3명의 국민대표를 소개하며 ‘시민’이란 단어를 세 번 말했다. 이들의 행적을 언급한 윤 대통령은 “우리가 이런 시민을 격려하고, 이런 분들의 정신을 널리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민생과 국민이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데 정말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인사회에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 때부터 국민 대신 ‘동료 시민’이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해온 한동훈 위원장과 만났다. 한 위원장 취임 후 두 사람이 공식 석상에서 만난 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이 행사장에 먼저 입장해있던 한 위원장에게 웃으며 다가가 악수를 청했고, 한 위원장은 가볍게 고개 숙여 인사한 뒤 윤 대통령의 손을 잡았다. 순간 주변에선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고 참석자들은 박수를 쳤다.

윤 대통령 옆 테이블에 자리한 한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매번 돌아오는 신년이지만 2024년은 여느 때와 많이 다르다”며 “이 나라 동료 시민의 삶을,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게 좌우할 중요한 선거가 있는 해”라고 말했다. 이어 “저희는 무조건 이기고 보겠다는 승부욕보다, 이겨서 동료 시민과 이 나라 삶을 더 나아지게 할 선의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피습당한 이재명 대표를 향해서 한 위원장은 “우리 국민의힘은 모든 폭력을 강력하게 반대할 뿐만 아니라 진영과 상관없이 피해자의 편에 서서 행동하는 사람들”이라며 “우리 국민의힘과 우리 지지자들 모두 같은 마음으로 이재명 대표님의 쾌유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어려운 경제여건을 고려해 축하 공연을 없앤 대신, 다과를 마련해 50분가량 선 채로 자유롭게 대화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비공개 환담에선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ㆍ학계ㆍ시민ㆍ노사 모두 똘똘 뭉쳐 난관을 돌파해야 한다”(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같은 말들이 오갔다고 한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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