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중처법 2년 더 유예”…시간 있었는데 준비 부족하다는 이유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시행을 앞두고 경제단체들이 2년 추가 유예를 촉구하고 나섰다. 경제계는 연장 후 추가 요구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시행 후 2년이란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유예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는 비판도 나온다.
3일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경제 6단체(한국경제인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처법 적용을 2년 추가 유예해 달라”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단체들은 “2년 연장 후에는 추가 유예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내세웠다.
경제계는 “이대로 법이 시행되면 준비가 부족한 중소기업에 처벌이 집중되면서 중대재해 예방 효과보다 폐업과 근로자 실직 같은 부작용이 더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 중기중앙회 조사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의 80%가 “아직 중처법 시행을 준비하지 못했다”라고 답했다.
법 공포 후 3년…준비 부족했나
중처법은 2021년 1월 26일 공포된 이후 2022년 1월부터 시행됐다. 당시 부칙에 따라 상시 근로자가 50명 미만인 사업장(건설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인 공사)에 대해서는 공포 후 3년이 지나 시행하도록 했다. 이대로라면 오는 27일부터 5인 이상 전 사업장에 적용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전국 50인 미만 사업장은 83만7120개로 50인 이상 사업장(7만1000여 개)의 약 12배다. 중기중앙회 측은 “업체가 많은데 인적·재정적 여력은 부족해 유예기간이 있었음에도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다”며 “소규모 기업보다 ‘발등의 불’이 떨어진 5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한 준비가 급했던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정부 역시 그동안 산재 예방 지원 사업을 신설해 관련 예산을 2020년 4198억원에서 지난해 1조1987억원으로 늘리는 등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중소기업계는 50인 미만 사업장 수를 고려하면 지원 속도가 늦었다고 지적했다. 지원 사업의 하나인 안전보건 관리 체계 구축 컨설팅은 지난해 2월부터 현재까지 1만6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졌는데, 이는 전체 50인 미만 사업장 수의 1.9%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유예하면 달라질까
경제계는 2년의 추가 유예 기간이 확보되면 정부 지원책에 발맞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처법이 안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경제계 요구가 거세지자 지난달 민관합동 추진단을 구성해 50인 미만 사업장 전수 진단, 중점 관리 사업장 선정, 컨설팅 지원 등의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중기중앙회는 정부의 전수조사에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게 하고, 업종별로 특화한 자체 지원 사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두 번 유예는 안 하겠다는 것” 의견도
하지만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처법 시행을 두 차례 유예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는 “공포 후 3년 후 시행에서 5년 후 시행으로 개정은 근로자의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에 부합하지 않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 업무상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874명이다. 이 중 50인 미만 사업장의 사고 사망자(707명)가 80.9%를 차지한다.
중대재해전문가넷에서 활동하는 문은영 문율 변호사는 “무조건 유예하자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며 “법을 적용해 비용이나 현장 지휘가 부족하면 정책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 측은 “전국 순회 설명회를 여는 등 나름 노력했지만 현 상황에서 시행은 시기상조”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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