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긴장에 골치아픈 美..."카타르 미군주둔 10년 연장" 조용히 합의했다
중동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이 카타르 정부와 현지 기지의 미군 주둔 기간을 10년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2일(현지시간) CNN은 미 국방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미군이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 기지에 10년 더 주둔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다고 방송은 전했다.
이번 합의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이라크·시리아 무장단체의 도발, 예멘 후티반군의 홍해상 민간선박 공격 등으로 미국의 고심이 깊어지던 중 나온 것이다. CNN은 “카타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전쟁에서 협상 중재를 맡고 있다”며 “(미군 주둔 연장은) 미국이 카타르에 얼마나 의지하는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카타르는 땅덩이가 경기도 면적(1만㎞)에 불과한 중동의 소국이지만, 막대한 오일머니를 손에 쥐고 역내 ‘중재국’으로 몸값을 키우고 있는 나라다.
최근 국교는 정상화했지만 여전히 적대적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양국 모두와 적정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또 다른 중동의 강자 이스라엘·튀르키예 등과도 원만한 편이다. 지난 2021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할 당시 탈레반과의 협상을 진행한 곳도 이 나라 수도 도하다.
카타르는 현재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도 하마스가 납치한 인질 석방과 휴전 협상을 조율 중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 중앙정보국(CIA), 이스라엘 모사드, 이집트 정부 등과 긴밀히 논의 중이다. 대외 정책의 초점을 중국에 집중하면서도 중동에서 발을 뺄 수도 없는 미국에는 꼭 필요한 협력국일 수밖에 없다.
알우데이드 공군기지는 중동 최대 규모의 미군 기지다. 지난 1996년 카타르 정부가 도하 남서쪽 사막지대에 건설한 이 기지는, 안보에 미국을 끌어들이고 싶었던 카타르가 ‘미군 주둔’을 노리고 세운 면이 컸다. 양국은 지난 1999년 군사협정을 체결했는데 이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2001년), 이라크(2003년)를 공격할 때 이곳을 주요 기지로 쓰며 미군의 대(對)중동 전략 핵심 거점이 됐다.
현재 이곳에는 미군 1만 명 이상이 주둔할 수 있으며, 카타르 정부가 최근 시설 개선에 수십억 달러를 지원했다고 한다. CNN은 “이 기지는 미 중부사령부(중동 담당)가 이란 등 중동 전역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 곳”이라며 “카타르와 영국 역시 이곳에서 작전을 수행한다”고 전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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