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병' 커진 학생들, 이젠 상시검사…'왕의 DNA' 문제도 풀까
" ADHD가 심한 아이는 엄마도 학부모 사이에서 왕따당해요. "
서울 강동구의 한 초등 교사 A씨는 지난해 담임을 맡았던 2학년 학생에게 ADHD(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 치료를 권했다. 수시로 돌아다니면서 수업 분위기를 흩트리는 데다, 가끔은 전교생이 몰리는 급식실에 드러눕는 등 안전 문제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A교사는 “15년 동안 교직에 있으면서 ADHD 학생은 매년 한 반에 한 명 정도 늘 있었다”며 “이런 아이들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장난기가 심하고 아이들과 자주 싸워 교우 관계도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작 문제 학생의 학부모는 진단 검사나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 담임 입장에서 곤란할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마음의 병’ 커진 학생들…ADHD 진료 76% 증가
이번 마음건강 지원 강화는 ADHD와 우울불안, 학습·사회성 부진, 자살·자해 충동 등 다양한 문제를 겪는 정서 위기 학생들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유하는 것에 방점이 찍혔다. 스트레스 관리법 교육 등 일반 학생을 위한 내용도 담겼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소아·청소년(0~18세)의 ADHD 진료 인원은 2018년 4만 7190명에서 2022년 8만 3148명으로 5년 사이에 76%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교육부가 실시한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에서 정신건강과 관련해 추가 상담이나 치료가 필요한 관심군 대상의 학생은 8만 2614명이었다. 자살위험군에 속하는 학생도 2만 2838명으로 조사됐다.
교육부, 위기학생 조기 발견 주력
이번 대책으로 가칭 ‘마음 EASY(이지) 검사’가 올 3월부터 새롭게 도입된다. 정서·불안, 대인관계·사회성, 학교적응 등 다양한 영역에 관한 약 37개 문항을 통해 정서 위기에 놓인 학생을 식별한다. 진단 결과 ‘관심군’에 해당하면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문기관 연계 등을 요청하게 된다.
기존에도 정서 위기 학생을 확인하기 위한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가 있었지만, 초등학교 1·4학년과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만 검사 대상이었다. 마음 이지 검사는 모든 학년에서 상시로 활용할 수 있다. 일반 학생 대상으로는 스스로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감정을 관리할 수 있도록 ‘마음 챙김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내년부터 시범 운영한다.
약물치료 거부 학부모와 갈등 문제 남아
학교 현장에선 이번 대책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기존의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는 초등학생의 경우 학부모가 대신 설문지를 작성했기 때문에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새로 도입하는 검사 역시 방식이 똑같기 때문이다. A교사는 “학부모는 아이를 감싸고 싶은 마음에 교사가 보는 것과 다르게 검사지를 작성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최경희 좋은교사운동 위기학생연구회 대표는 “집에서는 아무런 문제 행동이 없어도 학교에 와서 사회부적응 증상을 나타내는 학생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왕의 DNA’ 사건처럼 약물치료가 필요한데도 이를 거부하는 학부모와 교사 간 갈등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교육부의 한 사무관은 ADHD를 약물 없이 치료하는 방식을 고수하며 초등학생 자녀의 담임에게 “(자녀가) 왕의 DNA를 가진 아이이기 때문에 왕자에게 말하듯 듣기 좋게 돌려 말해달라” 등 특별 대우를 요구해 논란이 됐다.
체크리스트가 위기 학생을 걸러내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예컨대 ‘학교에 가는 것이 두렵다’ ‘괜한 걱정을 미리 한다’ 등 일반 학생들도 무심코 체크할 수 있는 항목 때문이다. 서울의 한 초등 교사는 “실제로 정상적으로 학교생활을 하는 아이들이 이런 항목에 체크를 해서 ‘재시험’ 치라고 검사지를 돌려보낸 적도 있다”고 말했다. 최경희 대표는 “담임교사가 학교에서 학생들과 보내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위기학생 선별 검사를 교사가 하거나 학부모와 함께 협조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가람·최민지·서지원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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