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재명 피습에 "정치 테러"…비명계 탈당 일단 멈춤
더불어민주당이 3일 이재명 대표에 대한 피습을 “야만적 정치 테러”로 규정하고, 당내 공식 기구를 만들어 후속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 피습과 관련해 “대한민국 민주주의에서 있을 수 없는 매우 불행한 사건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고 위협”이라고 밝혔다. “다시 있어선 안 될 야만적 만행”(정청래) “비이성적 반문명적 현실”(서은숙) 등 최고위원 규탄 발언도 쏟아졌다.
민주당은 지난해 10월 23일 이 대표가 단식을 끝내고 당무에 복귀한 지 2개월여 만에 다시 ‘대표 공백’ 상태를 맞았다. 전날 이 대표는 부산 현지 방문 일정을 소화하던 중 흉기로 습격을 당했다. 이날 회의에서 이 대표 자리는 의사봉만 둔 채 빈자리로 남겼다. 뒷벽에 적혀있던 ‘김건희 특검 대통령은 수용하라’ 문구도 사라졌다.
최고위 이후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모든 폭력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다 같이 읽고, 대책 기구 마련을 의결했다. 홍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브리핑에서 “유튜브에서 정치적 자작극이라는 허위 사실이 유포되고 있다”며 “당 차원 기구로 법적, 정치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1월 9일 이태원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윤석열 대통령이 쌍특검(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밝힌 상황에서 (민주당은) 이해충돌 방지법, 전문가와 간담회·규탄 퍼포먼스도 준비 중”이라고 비공개회의 내용을 전했다.
하나로 뭉쳐 대응하자는 분위기에, 이 대표를 향한 당내 반발 움직임은 모두 멈췄다. 새해에 신당 창당을 공식화했던 이낙연 전 대표는 당초 예정했던 탈당 기자회견을 미뤘다. 이 전 대표 측은 통화에서 “이재명 대표가 불행할 때 당을 떠난다고 이야기하는 건 인간의 예의가 아니라고 (이 전 대표가) 생각하고 있다. 약간 일정을 늦췄으나, 총선 시간표에 따라 늦지 않게 행보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명 정성호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재고해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비명계 모임 ‘원칙과 상식’(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도 이번 주 중 이 대표에 대한 최후통첩을 던지며 탈당 입장을 밝히려 했으나, 일단 한발 물러섰다.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은 “당장 메시지를 내기가 어렵게 됐다.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이 ‘병립형 회귀’와 ‘준(準) 연동형 비례제 유지’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는 사이 당내 초선 모임 ‘더민초’가 선거제를 주제로 이날 난상 토론을 벌이려 했으나, 이 또한 취소됐다.
당내에선 ‘피습 사태’로 분열 움직임이 당분간은 잠재워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단식 중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9월 27일)→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 승리(10월 11일)로 이재명 체제가 공고해진 흐름이 총선에서도 비슷하게 이어질 거란 주장도 있다. 한 민주당 수도권 의원은 “이 대표 피습으로 모든 분란이 일시에 해소됐다. 안타까운 사건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천운”이라 했다.
반면에 시간만 늦춰졌을 뿐 원심력은 여전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탈당을 시사한 이들과 이 대표의 관계는 이미 강을 건넜다”라며 “총선 준비 시점이 있기에, 마냥 탈당 및 신당 창당 시계를 늦출 수는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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